29일부터 금액 관계없이 15%관세
작년 1조 7000억원 고성장산업
가격 경쟁력 약화로 타격 불가피
우체국 국제우편도 막혀 이중고
미국 백악관은 지난달 “800달러 이하의 수입품은 더 이상 면세 대상이 아니다”란 내용의 행정명령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했다고 밝혔다. 앞서 5월 미국은 알·테·쉬(알리, 테무, 쉬인) 등 중국 이커머스를 겨냥해 중국발 소액 소포의 면세 혜택을 폐지한 바 있다. 이번에 대상을 전 세계로 확대하면서 미국 소비자들은 29일부터 한국산을 포함한 모든 해외 상품을 구매할 때 금액과 상관없이 15% 관세를 내고 통관 절차까지 밟게 됐다.
그동안 한국의 역직구 시장은 빠른 성장세를 보여왔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의 해외 직접판매액은 2014년 6791억 원에서 지난해 1조7225억 원으로 약 154% 증가했다. 주력 품목은 지난해 기준 화장품(9912억 원)과 의류(3037억 원), 음반(1106억 원) 순이다. 특히 미국 판매액은 같은 기간 964억 원에서 3448억 원으로 약 258% 늘어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역직구 시장으로 자리 잡았다. 최근에는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데헌’ 인기에 힘입어 K굿즈도 역직구 시장의 새로운 성장 축으로 떠올랐다. 중고거래 플랫폼 번개장터에 따르면 자사 해외 서비스인 ‘글로벌번장’을 통한 올해 6월 K굿즈의 역직구 판매 건수는 지난해 동기 대비 78%, 거래액은 56% 늘었다.
역직구몰을 운영하는 국내 업체들은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K뷰티 역직구 플랫폼 ‘올리브영 글로벌몰’을 운영하는 CJ올리브영 관계자는 “관세 적용으로 일부 영향은 있겠지만 국내 사업에 집중하고 있는 만큼 제도 시행 후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올리브영 글로벌몰의 올해 상반기(1∼6월) 매출 절반 이상은 미국에서 나왔다. 글로벌 아모레몰을 운영하는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미국 고객 입장에서 통관 시 관세 납부라는 추가 절차가 생겨 영향이 없지는 않을 것”이라며 “고객 이탈 최소화를 위해 자체 프로모션 등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7월 기준 글로벌 아모레몰 전체 방문객의 70%는 미국 고객이다.
개인 셀러(판매자)들은 관세 부담에 더해 우체국 국제 우편까지 막히면서 이중고에 내몰렸다. 우정사업본부가 미국행 항공 소포와 국제 특급 우편 서비스(EMS)에 대한 창구 접수를 단계적으로 중단하자 개인 셀러들은 단가 부담이 큰 민간 특송을 이용할 수밖에 없어 아예 미국 발송을 중단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김다연 기자 dam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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