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도미니카계 라틴 R&B 가수 네자(Nezza)가 지난 14일(현지시간) 로스앤젤레스(LA)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LA다저스 홈경기에서 팀 관계자의 경고에도 미국 국가를 스페인어로 부른 게 미국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16일 포천 등 외신에 따르면 네자가 틱톡에 올린 영상에는 다저스 관계자가 그에게 “오늘은 영어로 불러야 한다”고 말하는 장면과 그가 경기장에서 스페인어로 노래를 마치는 장면이 담겼다. 관중들은 이를 열렬히 환영하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네자는 틱톡 게시물에 이런 설명을 붙었다. “루스벨트 대통령이 1945년에 공식 위촉한 스페인어 성조기를 다저스가 부르지 말라고 하네요. 그냥 불렀습니다.”
이 영상에는 도미니카공화국 유니폼을 입은 네자가 다저스 관계자와 이야기하는 모습이 담겼다. 이 관계자는 “오늘은 (국가를) 영어로 부르기로 했다”며 “전달이 안 됐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후 15일 업로드한 틱톡 영상에서 네자는 “이제 다시는 그 경기장에 못 갈 것 같다”고 했다. 이에 대해 LA다저스 측은 LA 타임스에 “이번 공연과 관련해 구단 차원의 제재는 없으며, 네자는 앞으로도 경기장에 환영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네자는 영상에서 “아직도 너무 떨리고 감정이 북받친다. 하지만 이 버전(스페인어 국가)은 미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인정한 역사”라고 설명했다. 그는 “1945년 루스벨트 대통령의 ‘선린정책’의 일환으로 미 국무부가 공식 인정한 것”이라며 “그래서 거절당할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특히 LA 같은 도시에서”라고 덧붙였다. 네자는 “우리는 지금 도대체 뭘 하는 걸까”라고 되물었다.
콜롬비아·도미니카계인 네자는 캘리포니아 베이 에어리어에서 자랐으며 산타클라라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음악을 위해 LA로 이주했다. 2021년 10월 데뷔해 EP ‘Club Solita’ 를 발표했다. 지난 6월 6일에는 신곡 ‘Classy’를 발표하며 데뷔 앨범 작업 중이다.
LA다저스는 최근 LA의 중남미 시민들에 대한 ICE(이민세관단속국)의 집중 단속과 관련해 침묵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딜런 에르난데스 LA타임스 칼럼니스트는 “팬의 40% 이상이 라틴계라고 자랑하면서도 커뮤니티에 위로의 말조차 건네지 않는다”며 다저스를 비판했다. 다저스가 정치적 입장을 자제해온 전통이 있어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는 반론도 있다.
하지만 LA다저스 소속 스타 키케 에르난데스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스페인어와 영어로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움직임에 저항하는 메시지를 올리기도 했다. 그는 “이 도시는 저를 가족처럼 받아줬다. 지금 우리 도시와 나라에서 벌어지는 일에 슬프고, 분노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