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충남 서산시 운산면. 한낮 기온이 35도까지 치솟은 이날 논밭 한가운데를 달려 도착한 곳엔 하얀 특수소재로 외부를 감싼 SP아그리의 스마트팜이 있었다. 따뜻한 비닐하우스를 연상케 하는 외부 모습과 달리 내부는 에어컨이 가동돼 긴팔옷을 걸쳐야 할 정도로 서늘했다. 축구장 두 개가 들어가고도 남는 이 대형 스마트팜(약 1만5500㎡)은 올 2월 완공된 국내 최대 규모의 딸기 전용 스마트팜이다.
사람 키를 훌쩍 넘겨 6m 높이로 지은 재배시설에선 겨울철에나 맛볼 수 있는 당도 10브릭스의 딸기들이 열리고 있었다. 이 딸기들은 하루 최대 500㎏씩 수확돼 당도 선별을 거쳐 전국 이마트로 납품된다. 여름에는 잘 나지 않는 딸기가 전국으로 판매되는 비결은 인공지능(AI)과 로봇 등을 동원한 최첨단 농법이다.
이마트는 이달 초부터 여름철 딸기를 SP아그리에서 공급받아 판매하고 있다. 국내 대형마트 가운데 여름 딸기를 정기 판매하는 것은 이마트가 처음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그동안 다른 회사들도 단기 행사로 여름 딸기 판매를 시도한 적은 있지만 장기 공급을 받아 여름 내내 판매하는 것은 이마트가 최초”라고 설명했다.
딸기는 서늘한 기후를 좋아하는 대표적인 과일이다. 낮 기온이 25도를 넘기면 생육이 부진해져 수확량이 크게 줄어든다. 농산물 유통정보시스템 농넷에 따르면 도매시장 딸기 반입량은 작년 5월엔 하루 49t 수준이었지만 7월에는 하루 100㎏도 반입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급량이 워낙 적고 상품성 있는 제품은 더더욱 적다. 그마저도 온도에 강한 품종인 ‘고슬’을 중심으로 키우다 보니 상대적으로 당도가 떨어지는 물량이 다수다.
이마트는 당도 높은 여름 딸기를 판매해보자는 ‘역발상 전략’을 냈다. 겨울철과 같은 당도를 낸다면 다소 고가에도 딸기를 찾는 수요가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마트가 판매 중인 여름 딸기는 당도가 9~10브릭스인 금실, 킹스베리, 눈꽃딸기(모모이로홋페) 등이다. 이마트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판매된 여름 딸기는 1000팩(한 팩에 20개입)을 넘겼다.
여름 딸기를 키워내려면 철저한 온습도 관리가 필수다. 공조장치를 통해 냉각된 공기는 딸기 재배 포트 밑에 설치된 공기튜브를 따라 줄기와 잎까지 온도를 낮춘다. 외부 온도가 지나치게 높아지면 차양막도 쳐 온도를 낮춘다. 현재는 온습도 조절에 사람이 개입하지만 앞으론 AI가 모두 컨트롤할 예정이다. 스마트팜 시설 곳곳에 설치된 센서를 통해 AI가 최적의 환경을 자율적으로 조절하는 방식이다. 해충 방제나 소독도 사람 대신 로봇을 기용해 운영 인력을 최소화했다.
SP아그리 관계자는 “스마트팜으로 딸기 생육에 최적화된 환경을 맞추면서 오히려 일반적인 여름 딸기 재배 농장보다 생산량이 두 배 더 늘어났다”며 “향후 농장을 추가 건설하면 생산 단가도 더 낮아질 것”이라고 했다.
서산=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