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이 결정됐던 MG손해보험에 대한 매각이 재추진될 전망이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MG손보 노조와 예금보험공사는 폐쇄형 가교보험사를 통한 정리를 보류하고 매각을 재추진하는 방향으로 잠정 합의했다. 보험업계와 금융당국이 숙의를 통해 결정한 정리 방안이 정권 교체 이후 노조의 주장에 따라 바뀐 것이라 벌써부터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노조 측은 직원들이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며 반대해 왔다.
금융당국과 MG손보 노조는 계약 이전을 위한 가교보험사를 설립하되, 재매각을 먼저 추진해보고 실패할 경우 기존 안대로 5개사에 계약을 이전하는 방안을 재추진키로 했다.
이로써 5월 14일 당국이 내놓은 가교보험사를 통한 MG손보 계약 정리 방안은 한 달 반 만에 결정이 뒤집히게 됐다. 임직원 고용 승계와 근로 조건 등에 대해서는 별도의 협의를 다시 거치기로 했다.
금융권 일각에선 정치 논리가 계약자 보호라는 대의명분을 가려버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의 비용 투입을 최소화하면서 부실 금융기관을 정리할 방안을 도출했는데, 정권이 교체됐다는 이유로 결정이 바뀌었다는 지적이다. 양측의 잠정 합의에는 새 정부 출범 이후 더불어민주당의 중재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MG손보 노조는 이날 예금보험공사와의 합의안을 조합원 281명의 동의를 얻어 승인하고, 단식 농성을 중단했다.
금융당국은 앞서 MG손보 정리 방안을 발표하며 세 차례의 공개 매각이 실패로 끝난 데다 실현 가능성이 작다는 이유로 재매각을 선택지에서 제외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 달 반 만에 입장을 번복하며 재매각을 추진하기로 하면서 보험 계약자들만 혼란을 겪게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당국이 향후 부실 금융기관을 청산할 명분마저 약해졌다는 우려도 나온다. 2금융권의 부실이 예상되면서 금융당국의 강한 추진력이 필요한 상황인데, 해당 노조들도 MG손보 사례를 선례로 삼아 금융당국의 정리에 제동을 걸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MG손보는 2018년 경영개선권고를 받은 것을 시작으로 2022년까지 경영개선권고와 요구, 명령을 받았으나 이행하지 못했다. 2022년 4월엔 부실 금융기관으로 지정됐고, 작년 메리츠화재로의 매각은 노조 측 반발로 무산됐다. MG손보는 보험사 건전성을 판단하는 지표인 지급여력(K-ICS)비율이 -18%로, 권고 기준 130%에 크게 미달한다.
[박창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