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넌 존슨이 22일(한국시간) 스페인 빌바오에서 열린 맨유와 UEL 파이널에서 전반 막판 득점한 뒤 환호하고 있다. 사진출처|토트넘 홋스퍼 페이스북
토트넘(잉글랜드)이 17년 만의 우승 트로피를 높이 들었다. 후반 교체투입된 주장 손흥민도 프로 커리어 첫 타이틀과 함께 토트넘에서 보낸 10년 간 찾아헤맨 마지막 퍼즐조각을 마침내 찾았다.
토트넘은 22일(한국시간) 스페인 빌바오 에스타디오 산마메스에서 열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잉글랜드)와 2024~2025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파이널에서 1-0 승리하며 길고 긴 ‘무관의 세월’에 마침표를 찍었다. 전반 42분 문전 혼전 상황에서 터진 행운 섞인 브레넌 존슨의 득점이 결승골로 이어졌다.
이로써 2007~2008시즌 잉글랜드 리그컵 이후 17년 만에 공식대회 정상에 선 토트넘이 1971~1972시즌, 1983~1984시즌에 이은 41년 만의 통산 3번째 UEL 왕좌에 복귀한 반면 2016~2017시즌 이후 8년 만의 대회 우승을 노린 맨유의 꿈은 좌절됐다.
이번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나란히 최하위권으로 추락했고 FA컵과 리그컵 등 모든 대회에서 우승에 실패한 두팀에게 UEL 타이틀은 몹시도 간절했다. 다음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UCL) 출전권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막대한 상금도 반갑다. 영국 공영방송 ‘BBC’에 따르면 우승팀은 대회 상금과 UCL 출전 보장으로 최대 5440만 파운드(약 1013억 원)까지 얻는다. 다가올 여름 선수이적시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소중한 자금이다.
손흥민에게도 몹시 특별한 하루였다. 2010년 함부르크에서 데뷔한 그는 레버쿠젠(이상 독일)을 거쳐 2015년부터 토트넘에서 뛰었으나 한 번도 트로피를 손에 넣지 못했는데 드디어 ‘우승의 맛’을 만끽할 수 있었다. 전반전을 벤치에서 시작한 손흥민은 후반 22분 히샬리송을 대신해 피치를 밟고 경기를 끝까지 책임졌다.
전반전은 좋지 않았다. 도미닉 솔란케를 원톱으로 두고 히샬리송과 존슨을 좌우 윙포워드로 포진시킨 4-3-3 포메이션을 구축한 토트넘은 전체적인 주도권을 상대에 내줬다. 벤탄쿠르와 파페 사르, 이브 비수마를 배치한 중원의 움직임과 패스 전개가 효율적이지 않아서다.
토트넘 로메로와 비수마가 22일(한국시간) 스페인 빌바오 에스타디오 산 마메스에서 열린 UEL 결승전에서 맨유 공격수와 공중볼 경합을 하고 있다. 사진출처|토트넘 홋스퍼 페이스북
좌우 측면 수비를 책임진 데스티니 우도기와 페드로 포로의 오버래핑도 많지 않았다. 한 골 승부가 많은 토너먼트 경기 특성을 고려한 엔제 포스테코글루 토트넘 감독이 수비 밸런스에 무게를 싣는 바람에 라인을 올리지 못했고, 세트피스 상황이 많지 않아 중앙수비수 미키 판더펜과 크리스티안 로메로의 공격 가담도 활발하지 않았다.
경기 초반부터 맨유가 흐름을 잡았다. 라스무스 호일룬을 중심으로 메이슨 마운트와 아마드 디알로에게 측면 공격을 맡긴 맨유는 ‘중원 콤비’ 브루노 페르난데스와 카세미루의 리드미컬한 움직임과 볼 배급을 앞세워 상대 진영을 압박했다.
전반 5분 페르난데스의 과감한 중거리 슛을 시작으로 맨유는 공격 빈도를 높여갔다. 전반 16분엔 해리 매과이어의 패스를 받은 디알로가 문전 오른쪽에서 시도한 슛이 골대 왼쪽으로 크게 벗어났다. 전반 21분에도 디알로의 볼 배급을 받은 페르난데스가 문전 한복판 오른발 슛을 시도했고, 이를 토트넘 골키퍼 비카리오가 막았다.
그러나 토트넘에게 운이 따랐다. 전반 11분 사르, 2분 뒤 히샬리송의 힘없는 슛이 전부였고 전반 40분에도 페르난데스의 패스에 이은 디알로에게 위협적 슛을 허용했으나 토트넘은 상대 수비진이 흔들린 틈을 놓치지 않았다. 왼쪽 측면으로 이동한 사르가 띄운 볼이 맨유 수비수 루크 쇼의 몸을 맞고 골문으로 빨려 들어갔다. 존슨이 집중력을 보이며 끝까지 볼을 추격한 것이 득점으로 이어졌다.
후반전이 더 뜨거워졌다. 밀리던 맨유가 공세를 퍼붓는 가운데 손흥민이 부상을 호소한 히샬리송 대신 그라운드로 나섰다. 역시나 위기가 많았다. 동점골을 향한 맨유의 의지가 강했다. 그러나 어떻게든 승리를 지키고 싶은 토트넘도 밀리지 않았다. 후반 23분 텅빈 골문을 향하던 호일룬의 헤더를 판더펜이 다리를 쭉 뻗어 막아낸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손흥민을 앞세운 철저한 역습 위주로 전환한 토트넘은 후반 막바지부터 본격적인 ‘굳히기’에 나섰다. 맨유가 조슈아 지르크지~알레한드로 가르나초 등을 투입해 공격의 고삐를 쥐려 하자 토트넘 벤치는 후반 34분 지친 존슨을 빼고 수비수 케빈 단소를 투입해 사실상 파이브백으로 전환했다.
결국 토트넘은 7분 주어진 후반 추가시간까지 실점하지 않았다. 손흥민을 비롯한 공격진은 돌파와 슛을 시도하기보다 볼을 간수하며 시간을 영리하게 활용했다. 후반 49분 맨유 수비수 요로의 회심의 중거리 슛이 크로스바를 크게 벗어나고 후반 52분 루크 쇼의 헤더가 비카리오의 방어에 막힌 순간, 토트넘의 승리는 확정됐다.
토트넘 주장 손흥민의 UCL 파이널 유니폼. 사진출처|토트넘 홋스퍼 페이스북
빌바오(스페인)|허유미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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