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국가대표팀 측면 수비수 이태석(오른쪽)이 7일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린 중국과 E-1 챔피언십 1차전에서 드리블을 시도하고 있다. 용인|뉴시스
“수비수들의 전체적인 경기력을 평가할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다.”
다양한 전술 운용을 시험하겠다던 홍명보 축구국가대표팀 감독의 계획이 잘 드러났다.
한국은 7일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 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1차전에서 중국에 3-0 완승을 거뒀다. 첫 테이프를 잘 끊은 한국은 같은 장소에서 11일 홍콩, 15일 일본과 2,3차전을 잇달아 치른다.
홍 감독은 기존에 주로 활용하던 포(4)백이 아닌 스리(3)백을 들고 나왔다. 센터백 두 명이 아니라 세 명을 뒀다. 김주성(FC서울), 박진섭(전북 현대), 박승욱(포항 스틸러스)이 중앙수비 라인을 구축했다.
통상적으로 스리백은 센터백을 한 명 더 늘린다는 구조상, 수비적으로 비춰질 수 있다. 하지만 홍 감독은 이른바 ‘공격적인 스리백’을 활용했다. 핵심은 좌우 윙백인 이태석(포항)과 김문환(대전하나시티즌)이었다. 이들은 경기 초반부터 높게 전진해 과감한 크로스를 시도하며 분위기를 이끌었다.
축구국가대표팀 미드필더 이동경(왼쪽)과 수비수 김문환이 7일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린 중국과 E-1 챔피언십 1차전 선제골을 합작한 뒤 함께 기뻐하고 있다. 용인|뉴시스
실제로 한국의 첫 골과 두 번째 골이 이들의 발끝에서 비롯됐다. 전반 8분 김문환이 수비 배후공간으로 침투해 이동경(김천 상무)에게 건넸다. 그리고 이동경은 이를 놓치지 않고 왼발 감아차기 골로 선제골을 기록했다.
또 이태석은 전반 21분 왼쪽에서 과감한 크로스로 주민규(대전하나시티즌)의 헤더 추가골을 도왔다. 계속 경기를 주도한 한국은 후반 12분 코너킥 기회에서 흘러나온 공을 김주성이 밀어 넣어 중국의 추격 의지를 완전히 꺾었다.
성공적인 실험이었다. 어시스트를 올린 좌우 윙백은 물론, 김주성도 A매치 데뷔골을 뽑으며 자신감을 올렸고, 또 다른 센터백 박진섭과 박승욱도 안정적인 수비력을 경기 내내 유지했다. 홍 감독은 이날 이동경을 제외한 공격진 5명을 후반전에 교체로 바꿨지만, 수비라인 5명은 풀타임을 뛰게 해 끝까지 조직력을 점검했다.
이번 대회는 국제축구연맹(FIFA)가 지정한 A매치 기간에 열리지 않기 때문에 해외파들을 차출하지 않고, K리그와 J리그 소속 선수들로 명단을 구성했다. 이에 따라 홍 감독은 대회 직전 “북중미월드컵이 1년 남은 시점에서 펼쳐지기 때문에 선수들끼리 주전 경쟁을 향한 ‘전쟁’이 시작된 것이나 다름없다”고 밝힌 동시에 “여러 선수들을 기용할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라고 다양한 전술 실험을 암시하기도 했다. 그리고 첫 경기에 이 같은 계획은 물론, 결과도 얻는 데 성공했다.
축구국가대표팀 수비수 김주성(뒤)이 7일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린 중국과 E-1 챔피언십 1차전에서 팀의 세 번째 골을 넣은 뒤 문선민과 포옹하고 있다. 용인|뉴시스
용인|백현기 기자 hkbaek@donga.com
용인|백현기 기자 hkbae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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