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 ‘알짜’ LNG 유동화 30일 예비입찰… SK온 지원 속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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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장 교체하며 현금 조달 총력전
유동화 규모 4조∼5조원 이를 듯
“사업 통째 넘어갈라” 내부 우려도
KKR-브룩필드 입찰 양자대결 전망

SK이노베이션이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사업 유동화를 위한 예비 입찰일을 이번 달 말로 확정했다. SK그룹에서 이차전지 업체인 SK온을 지원하기 위한 속도전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1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나래에너지서비스, 여주에너지서비스 등 LNG 발전사업 관련 자산 유동화를 위한 예비 입찰일을 이달 30일로 확정했다. LNG 발전사업은 SK이노베이션의 핵심 캐시카우로 연간 6000억 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벌어들이는 알짜 자산이다. 이 같은 LNG 발전 인프라를 기반으로 현금을 조달하겠다는 구상으로, 시장에서는 이번 유동화 거래를 통해 SK이노베이션이 4조∼5조 원가량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SK이노베이션 내부에서는 LNG 발전사업 유동화에 대한 반대 의견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화학업이 부진한 가운데 LNG 발전사업이 안정적인 수익을 내면서 회사를 먹여 살려왔다는 인식 때문이다. 배당 등을 통해 외부로의 자금 유출이 불가피하고, 만기 시 돈을 갚지 못할 경우 투자자에게 LNG 발전사업이 통째로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실제로 SK이노베이션이 LNG 발전사업 유동화와 관련해 구체적인 일정을 제시하지 않으면서,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거래가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달 말 SK이노베이션의 수장이 장용호 SK㈜ 사장으로 전격 교체되면서 유동화 작업에 속도가 붙었다. 장 신임 총괄사장은 그룹 내 인수합병(M&A) 전문가로, 과거 SK머티리얼즈와 SK실트론 인수를 비롯해 최근 SK스페셜티의 매각을 주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 안팎에서는 장 총괄사장으로의 교체가 그룹 차원에서 SK온 지원을 위해 총력전을 펴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SK온은 2021년 10월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물적 분할된 후 매출 등 외형 성장을 이뤄왔지만 해마다 1조 원 안팎의 영업손실을 보고 있다. 외부 조달 자금에 대한 이자만 연간 1조 원에 달하는 등 재무 사정이 크게 악화돼 있다. 특히 최근 전기차 캐즘(수요 정체)이나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지원 축소 등으로 대규모 자금 유치가 필요한 상황이다.

SK그룹은 이차전지를 미래 사업으로 낙점한 뒤 SK온에 꾸준히 자금을 밀어주고 있다. SK이노베이션에서 직접 유상증자에 참여해 수 차례 조 단위 자금을 지원했다. 지난해 11월 SK이노베이션과 SK E&S를 합병시킨 것도 SK E&S가 보유한 LNG 발전사업 유동화를 위한 사전 정지 작업으로 풀이된다. 당시 SK그룹에서는 SK온의 재무 안정을 위해 원유 트레이딩 업체인 SK T&I와 탱크 터미널 업체인 SK엔텀을 SK온에 합병시키기도 했다. 이번 유동화 입찰은 해외 사모펀드(PEF)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와 브룩필드의 2파전으로 전개될 것으로 점쳐진다. 아직 구체적인 자금 조달 규모가 확정되지 않은 만큼 투자 규모와 상환 조건 등에서 승자가 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IB 업계 관계자는 “투자자들이 추가적인 시간을 요구할 수 있기 때문에 일주일 정도 입찰일이 연기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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