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민족이든 암흑의 시기, 상처가 있습니다. 이런 상처를 직면할 수 있는 한국 작가들이 부럽습니다. 중국에서는 어떤 상처에 대해선 작가가 다루기 어렵거든요.”
중국 대표 소설가 옌롄커(사진)는 11일 ‘2025 서울국제작가축제’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문학의 자유로운 분위기를 좋아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옌롄커는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사서> 등 중국 사회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작품을 쓴 소설가로, 많은 작품이 중국에서 금서로 지정됐다. 그는 “중국에서의 창작에는 많은 노력과 희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올해로 14회를 맞는 서울국제작가축제에서 옌롄커는 행사 첫날인 12일 <순이 삼촌> 등 제주 4·3 사건을 소설로 조망한 소설가 현기영과 만나 ‘인간은 20세기의 비극을 어떻게 정의할 수 있는가’를 탐색할 예정이다. 올해 축제의 주제인 ‘보 이 는 것 보 다 ( )’는 ‘눈에 보이는 것 너머를 상상한다’ 또는 ‘눈앞의 현실을 직시한다’는 중의적 의미를 담았다. 옌롄커는 “내게 괄호를 채우라고 한다면 ‘인류의 진실, 문학의 진실’을 넣겠다”고 했다. “작가의 경험 또는 인류의 경험은 매우 제한적이지만 작가가 써내는 진실은 무한하다. 문학은 유한한 진실을 통해 무한한 진실을 써내야 한다”는 설명이다.
옌롄커는 매년 노벨문학상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 그는 “아시아 작가 중에서 수상자가 나오기를 항상 기대한다”며 “한강 작가가 아시아 문학의 명예를 높여줬다”고 말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