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전기차 무시했는데…'이게 3000만원이라고?' 작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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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과 진검승부' 폭스바겐…3000만원대 전기차 4종 동시 공개

2년 만에 열린 ‘IAA 모빌리티 2025’의 주인공은 전기자동차였다. 그중에서도 가격을 3000만원대로 끌어내린 저가 전기차가 무대의 중심에 섰다.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여파로 속도가 더뎌진 전기차 시대를 앞당기려면 가격 장벽을 낮출 수밖에 없다고 봤기 때문이다. 중국이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유럽 시장 접수에 나선 만큼 손 놓고 있다가는 안방을 빼앗길 것이란 절박함도 반영됐다.

저가·볼륨 전기차 내놓은 ‘독3사’

폭스바겐그룹은 지난 9~14일 독일 뮌헨에서 열린 IAA에서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ID.크로스와 전기 해치백 ID.폴로, 쿠프라 라발, 스코다 에픽 등 소형 전기차 4종을 공개했다. 가격대는 모두 2만5000유로(약 4000만원)로 내년에 나온다. 2027년에는 2만유로(약 3200만원) 수준인 ID.에브리1 양산 모델을 내놓기로 했다. 올리버 블루메 폭스바겐그룹 최고경영자(CEO)는 “저가 전기차 모델을 통해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릴 것”이라며 “폭스바겐은 경쟁사를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비야디(BYD) 등 중국 메이커와 가격으로 승부하겠다는 의미다.

르노도 뮌헨 루트비히 거리에 꾸린 IAA 부스에 올해 말 출시 예정인 르노4 E-테크 일렉트릭과 지난해 내놓은 르노5 E-테크 일렉트릭을 전시했다. 둘 다 소형 전기차로 트림별 최소 가격은 2만유로대 후반이다. 2013년 이후 12년 만에 IAA에 참가한 볼보는 3만6000유로짜리 소형 전기 SUV EX30을 비롯해 전기 대형 SUV EX90, 전기 대형 세단 ES90 등 전기차 라인업을 대거 들고나왔다.

BMW는 중형 SUV X3에 전기차 기술을 입힌 뉴 iX3를 선보였다. 차세대 전기차 플랫폼인 ‘노이어 클라쎄’를 처음 적용한 모델로 네 개의 고성능 컴퓨터를 탑재해 주행 능력을 끌어올렸다. 메르세데스벤츠도 X3와 동급 SUV인 GLC에 모터를 장착한 신모델을 공개했다. 두 회사 모두 내연기관차 시장에서 검증된 볼륨 모델을 변신시키는 방식으로 전기차 시대에 대응하기로 한 것이다. 뉴 iX3 가격은 6만8900유로로, 풀체인지에도 불구하고 이전 모델(6만7000유로)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폴스타는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제로백)이 3.2초에 불과한 고성능 대형 전기 세단 폴스타5로 주목받았다.

유럽 공략 나선 중국 업체

'中과 진검승부' 폭스바겐…3000만원대 전기차 4종 동시 공개

중국 업체들도 신차로 맞불을 놨다. 가격만 강조했던 과거와 달리 첨단 기술을 적용한 모델을 대거 내놨다. BYD는 폭스바겐 파사트를 겨냥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인 씰 6 DM-i 투어링을 내놨다. 샤오펑은 전기 세단 신형 P7과 플래그십 전기 SUV G9 등을 부스에 전시했다. 창안자동차는 전기 SUV 디팔 05를, 광저우자동차는 전기 해치백 아이온UT 데뷔 무대를 마련했다. 올해 IAA에 참여한 중국 기업은 직전 전시회(2023년)보다 40%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메이커들이 유럽에 공을 들이는 것은 주요 시장 가운데 가장 빠른 속도로 전기차 캐즘에서 벗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자토다이내믹스에 따르면 올 상반기 유럽 전기차 판매량은 119만3397대로 전년 동기보다 25% 늘었다.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은 공급 과잉에 신음하고 있는 만큼 해외 메이커가 선뜻 뛰어들 수 없는 상황이다. 중국 메이커들은 남아도는 생산 물량을 저가로 전 세계에 풀고 있다. 유럽도 그중 하나다. 중국 업체들은 2만~3만유로짜리 보급형 모델을 앞세워 상반기 유럽 시장 점유율을 5.1%로 끌어올렸다. 1년 만에 두 배 상승한 수치다.

뮌헨=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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