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은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으로 양자택일을 강요받는 난국에 처해 있다. 한·일은 그 어느 때보다 협력 필요성을 엄중히 인식해야 한다.”
한국의 일본 전문가들은 한·일이 미·중 ‘신냉전’ 구도에서 전략적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부분이 늘었다고 강조했다. 이원덕 국민대 일본학과 교수는 “경제·안보 차원의 공급망 협력이 긴요하다”며 “반도체, 2차전지, 인공지능(AI), 수소 경제 등에서 힘을 합쳐야 한다”고 말했다. 한·일이 액화천연가스(LNG) 등 에너지 수입 최상위국인 만큼 공동 구매 등으로 협력하면 영향력을 발휘할 부분이 많다고 분석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한·미 동맹과 한·미·일 협력을 중시하겠다고 한 것을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보여줘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신각수 전 주일대사는 “이 대통령은 G7이 지향하는 자유민주주의를 옹호하고 정책에 동참한다는 점을 적극 어필해야 한다”며 “이제는 야당 대표가 아니라 한국 대통령인 만큼 자세가 달라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미·중 갈등에 대응해 한·일이 양자 협력과 함께 다양한 소(小)다자 협력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현 정부의 경제·안보 구상을 짜는 데 기여한 것으로 알려진 김양희 대구대 경제금융통상학과 교수는 한국이 일본 등 태평양 지역 12개 국가가 참여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등에 가입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현행 ‘한·일 경제안보대화’의 수준을 높이고, 범위를 확대해 ‘한·일 경제안보협력협정’을 추진하자고도 제안했다. 또 “과거사, 영토 갈등은 단기간에 해결할 사안이 아니라 갈등 관리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국내 정치용으로 서로를 자극하지 않도록 최소한의 선을 정해야 한다”고 했다.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본과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가치 수호에 협력할 수 있는 국가라는 점에서 함께해야 할 이유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현일/배성수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