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도메인 믿었는데 '이럴 줄은'…'.jp' 달고 전 세계 털었다 [도쿄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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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해당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사진=게티이미지뱅크

중국의 마약 조직이 일본을 거점으로 대규모 가상화폐 사기와 자금세탁에 관여한 정황이 드러났다. 일본 도메인(.jp)을 활용해 전 세계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자금을 탈취하고, 미국 제재 대상 조직과도 120건이 넘는 거래를 주고받은 흔적이 확인됐다.

22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금융 부정에 관여한 의혹을 받는 곳은 중국 화학기업 ‘후베이 아마벨 바이오테크(湖北精奥生物科技)’다. 이 회사는 펜타닐 원료 불법 수출 혐의로 미국 당국의 수사를 받아왔으며, 지난해에는 간부 2명이 미국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아마벨은 일본 나고야에 ‘FIRSKY주식회사’를 설립해 일본 내 거점으로 활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조직 내에서는 해당 거점을 관리하는 인물을 ‘일본 보스’라고 부르며 물류와 자금 관리를 지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마약단속국(DEA)은 2026년 5월 일본이 펜타닐 불법 수출의 중계지가 되고 있다는 인식을 밝혔다. 일본이 단순한 밀수 경유지를 넘어 금융 사기와 자금세탁 등 광범위한 불법 행위의 기반으로 활용됐을 가능성이 제기된 것이다.

닛케이가 2022년 9월 FIRSKY가 나고야로 이전한 이후의 블록체인 거래 기록을 분석한 결과, 다른 중국계 범죄 조직과의 연결 고리가 확인됐다.

아마벨은 중국계 사기 그룹과 연계해 기존 결제 서비스를 모방한 사기성 디지털 자산을 만들어 전 세계 이용자들에게 배포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용자가 이를 잘못 열 경우 자금이 탈취되는 방식으로, 일본을 포함한 피해 규모는 수억 엔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해당 토큰은 일본을 의미하는 ‘.jp’ 도메인을 사용했다. 원칙적으로 일본 내 주소를 가진 기업이나 개인만 등록할 수 있는 도메인으로, 일본의 신뢰도가 범죄에 악용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블록체인 분석업체 체이널리시스는 이를 “자금세탁의 전형적인 수법”이라고 지적했다. 일본 도메인이 국제적으로 높은 신뢰를 얻고 있다는 점이 불법 자금의 정상화를 위한 수단으로 활용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의 제재 대상 중국 조직들과의 연계도 드러났다. 불법 화학물질 유통 조직인 우한 위안청 그룹(武漢遠成集団)과의 관계가 주목된다.

우한 위안청 그룹의 최고 책임자인 중국 국적 남성은 미국 당국이 ‘마약왕’으로 지목한 인물로, 현재 500만 달러의 현상금이 걸린 상태다. 아마벨은 우한 위안청을 중심으로 OFAC 제재 대상과 120건 이상 자금을 주고받으며 여러 계좌를 거쳐 자금 출처를 숨기려 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분석회사 TRM랩스 관계자는 “일본은 중국과 가깝고 금융 시스템이 개방적이며 국제 거래가 활발한 산업이 많다”며 “불법 수익을 합법적으로 보이게 만드는 경로로 매력적인 환경”이라고 지적했다.미 DEA는 펜타닐 밀수 및 가상화폐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일본 해상보안청과 긴급 협력 체계를 구축했다.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 역시 공동 대응에 나섰다.

하지만 블록체인과 국경을 넘나드는 중국 마약 자금의 확산 속도가 각국 사법당국의 규제 및 추적 속도를 앞지르고 있어, 국제적인 공조 시스템의 전면적인 재정비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도쿄=최만수 특파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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