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일본은 오랫동안 미국이나 유럽 등지에 비해 가상자산에 대해 보수적이고 신중한 입장을 보여왔고, 그 중에서도 일본 내 기관투자가들은 더 보수적인 스탠스를 보여왔다. 하지만 최근 일본 정부가 가상자산 관련 입법이 내놓고 산업 활성화를 추진한 덕에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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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향후 1년 내 가상자산에 대한 전망 |
일본 대표 금융회사인 노무라와 노무라의 가상자산 자회사 레이저 디지털(Laser Digital)이 지난해 12월부터 올 1월까지 일본 기관투자가와 패밀리오피스, 공익기관 소속 투자 전문가 518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17일 공개한 ‘2026 기관투자가 가상자산 투자 동향 설문조사’를 보면 일본 기관투자가들의 가상자산 관심도가 높아졌다.
이번 설문에서 응답자의 31%는 향후 1년 간 가상자산에 대한 전망을 긍정적으로 봤다. 이는 노무라와 레이저 디지털이 2024년 6월 진행한 이전 조사 당시의 25%보다 6%포인트 상승한 수치로, 조사 기간이 비트코인 등의 가격 하락이 가팔랐던 시기인 만큼 의미가 더 크다는 평가다. 반면 부정적인 전망 비중은 23%에서 18%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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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관들의 가상자산 투자 검토 시점과 자산 배분 비율 |
이에 대해 노무라는 “기관투자가 응답자의 대략 절반이 중립적 입장에 있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이 또한 의미 있는 데이터”라며 “낙관론자나 비관론자보다 ‘중간 지대’가 더 크고, 기관의 투자 결정은 대체로 이 지점에서 이뤄지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절대적인 수치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방향성의 변화다. 긍정 전망이 25%에서 31%로 늘었다고 해서 열광적 분위기가 형성됐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이는 점진적인 정상화 과정에 가깝다. 기관들이 충분히 오랜 시간 존재해 왔고, 규제도 어느 정도 명확해진 자산군에 대해 조금씩 더 편안함을 느끼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이제는 이 자산군을 무시하거나 일축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또한 응답자의 65%는 가상자산을 포트폴리오 다변화 기회로 본다고 답했다. 이는 이전 조사 당시의 62%에서 상승한 수치다. 투자 이유로는 다변화가 가장 많이 꼽혔고, 많은 응답자가 가상자산이 다른 자산군과 상관관계가 낮다는 점도 함께 언급했다. 이는 미국과 유럽의 기관투자가들이 초기 투자 명분으로 내세운 논리와도 같다. 즉, 향후 가상자산 가격 방향에 대한 강한 확신이 없어도 성립하는 ‘포트폴리오 구성’의 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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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관투자가들이 투자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 |
향후 3년 내 가상자산 투자를 이미 검토 중인 응답자 가운데 79%는 실제 투자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있다고 밝혔다. 이들 중 60%는 전체 포트폴리오의 2% 이상 5% 미만을 배분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이는 많은 서구권 기관투자가들이 ‘탐색적이지만 의미 있는’ 수준의 초기 비중으로 설명해 온 범위와도 일치한다.
보다 눈에 띄는 대목 중 하나는 응답자들의 관심이 어디에 집중되고 있는가다. 응답자의 60% 이상이 스테이킹 및 채굴(66%), 토큰화 자산(65%), 대출 및 담보대출(65%), 파생상품(63%)에 관심을 보였다. 이는 일본 투자자들이 그동안 시장의 발전 과정을 지켜봐 왔고, 이제는 단순히 가격 상승 가능성만이 아니라 수익 창출과 자본 효율적 운용 방법까지 고민하는 보다 정교한 단계로 접어들고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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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테이블코인 활용 전망 및 신뢰하는 스테이블코인 주요 통화 |
스테이블코인 관련해선 응답자의 63%는 “스테이블코인의 잠재적 활용처가 있다”고 답했으며, 가장 많이 거론된 용도는 재무관리, 국경 간 결제, 토큰화 증권 투자 등이었다. 엔화(JPY), 달러(USD), 유로(EUR) 표시 스테이블코인 전반에서 주요 금융기관이 발행한 스테이블코인이 가장 높은 신뢰를 받았다. 이는 규제를 준수하는 법정통화 담보형 상품을 선호하는 기관투자가들의 성향과 맞닿아 있다.
다만 이 설문조사는 장애 요인도 숨기지 않는다. 응답자들이 꼽은 주요 과제는 기초적 분석을 위한 확립된 프레임워크의 부재, 디폴트와 사기를 포함한 거래상대방 위험, 높은 변동성, 규제 불확실성 등이었다. 이는 새로운 우려가 아니다. 지난 3년 간 세계 어느 지역에서든 진행된 유사 설문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한, 기관투자가들의 전형적인 체크리스트다.
다만 이번 조사에서 시사하는 것은 그 우려의 성격이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주요 자본 시장에서 규제의 불명확성은 더 이상 가장 큰 우려 요인이 아니다. 이제 남은 문제는 운영 측면이다. 즉, 대규모 투자를 가능하게 할 리스크 관리 인프라, 수탁 체계, 컴플라이언스 프레임워크를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의 문제다. 이는 훨씬 더 해결 가능한 과제이며, 레이저 디지털과 같은 서비스 제공업체, 수탁기관, 플랫폼이 존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일본의 규제 흐름 역시 이러한 방향성을 뒷받침한다. 일본 금융제도심의회(Financial System Council) 산하 가상자산제도 워킹그룹은 2025년 말까지 관련 제도 틀을 적극적으로 개발해 왔고, 그 과정은 현재 기관투자가들이 투자 결정을 내리는 환경에 반영되고 있다.
글로벌 기관투자가의 가상자산 도입은 단계적으로 진행돼 왔다. 미국은 ETF 인프라를 주도했다. 유럽은 규제 체계의 성문화를 이끌었다. 그리고 역사적으로 보수적이고 규제가 엄격하며 장기 자금을 대규모로 운용하는 일본은 이제 점진적이지만 일관된 방식으로 자산 배분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올해 초 일본 기관투자가들 사이에서 오가는 대화의 수준은 2024년 미국과 유럽 기관투자가들이 있던 지점과 매우 닮아 있다. 긍정적 심리가 형성되고, 포트폴리오 다변화가 핵심 투자 논리로 자리 잡으며, 우려의 초점도 존재론적 문제에서 운영상의 문제로 이동하고 있다.
이 같은 패턴이 여러 시장에서 동시에 나타나기 시작하면, 기관 수요 전체에 미치는 누적 효과는 결코 작지 않다. 노무라와 레이저 디지털의 이번 설문조사는 그 더 큰 흐름을 보여주는 하나의 데이터 포인트다. 다만 이 데이터 포인트는 천천히 움직이다가 어느 순간 한꺼번에 방향을 바꾸는 시장, 바로 일본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더 의미가 있다.

3 hou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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