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차장 노만석, 박근혜정부 계엄문건 의혹 등 수사
중앙지검장 정진우 ‘비특수통’…봉욱 민정수석과 친밀
임은정, 李정부 국정위 활동 중에 동부지검장 임명
국회 관할 남부지검장엔 서울대 운동권 출신 김태훈
“한 마디로 ‘윤석열 지우기’ 인사다.”
1일 단행된 검찰 고위 간부 인사를 두고 검찰 안팎에선 이런 평가가 나왔다. 이날 검찰총장 권한대행 역할을 할 대검 차장검사엔 노만석 대검 마약조직범죄부장(55·사법연수원 29기)이 임명됐다. 검찰의 ‘빅2’로 불리는 법무부 검찰국장엔 성상헌 대전지검장(52·30기)이, 서울중앙지검장엔 정진우 서울북부지검장(53·29기)이 발령났다. 윤석열 정부 시절 중용됐던 검찰 ‘특수통’ 간부 4명이 이날 사의를 표명했는데, 법무부는 곧바로 이들의 사표를 수리하고 후임을 인선하는 사실상의 ‘교체 인사’를 단행한 것이다.
● ‘계엄령 의혹’ 수사단장이 총장 대행으로노 차장검사는 성균관대를 졸업한 뒤 2000년 대구지검 초임으로 검찰에 입직해 서울중앙지검, 인천지검 특수부와 광주지검 특수부 등을 두루 거쳤다. 문재인 정부 초기였던 2017년 8월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다스 비자금 의혹 특별수사팀’에 파견돼 수사했고, 2018년엔 박근혜 정부 국군기무사령부의 ‘계엄 문건 작성 의혹’을 수사했던 군검 합동수사단 단장을 지냈다. 노 차장검사는 윤석열 정부였던 2022년 6월 검사장으로 승진했다.
검찰 안팎에선 노 차장검사를 두고 “동기인 연수원 29기 가운데 윤 전 대통령과 근무 인연이 없는 편”이란 평가가 나온다. 이날 사표를 낸 이진동 전 대검 차장검사는 연수원 28기인데 이보다 후배 기수인 29기 검사들은 윤 전 대통령(연수원 23기)의 6년 후배다. 그런 만큼 유독 함께 대형 수사에서 합을 맞춰본 경험이 있는 인물이 많다는 것이다. 심우정 검찰총장이 이날 사의를 표명하면서 ‘검찰 2인자’인 노 차장검사는 신임 총장 취임 전까지 상당 기간 검찰 수장 역할을 대행하게 된다.
전국 최대 규모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 수장으로 임명된 정 지검장은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1년 7월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를 지냈다. 윤석열 정부였던 2022년 6월 검사장으로 승진해 대검 과학수사부장 등을 역임했다. 검찰 내 ‘비특수통’으로 분류되는 정 지검장은 과거 대검과 법무부에서 봉욱 신임 민정수석과 근무 인연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예산과 인사를 총괄하는 요직인 검찰국장에 임명된 성 지검장은 2021년 서울동부지검 차장검사 시절엔 문재인 정부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 사건을 수사했다. 2019년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 시절엔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의 자녀 입시비리 의혹 수사를 지휘한 경험도 있다.서울동부지검장은 이재명 정부 국정기획위 활동을 했던 임은정 대전지검 중요경제조사단 부장검사(51·30기)가 맡게 됐다. 금융범죄 중점 검찰청이자 국회가 있는 여의도를 관할하는 서울남부지검장은 김태훈 서울고검 검사(54·30기)에게 맡겨졌다. 서울대 부총학생회장 출신인 김 검사장은 1991년 5월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소속으로 ‘공안통치 반대’ 등을 외치며 서울 여의도 민자당 중앙당사를 점거해 농성을 벌인 혐의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그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 시절 검찰과장으로 대검 직제개편안 등을 추진하다가 검사들의 반대에 부딪히자 검찰 내부망에 사과글을 올린 적도 있다. 기획조정실장에는 최지석 서울고검 감찰부장(50·31기)이 임명됐다. ‘기획통’으로 대검 형사정책담당관 등을 지낸 최 실장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 내정자의 인사청문회 준비단장도 맡는다.
● ‘특수통’ 고위 간부들은 줄사퇴
이날 사직한 양석조 서울동부지검장(52·29기)은 윤 전 대통령과 국정농단 특검팀에서 박근혜 정부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의혹을 수사했던 대표적인 특수통이다. 2020년 1월 한 상갓집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무혐의 처리해야 한다는 심재철 당시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에 맞서 “당신이 검사냐”고 항의한 ‘상갓집 항명 파동’ 당사자였다. 양 지검장은 검찰 내부망에 올린 사직인사글에서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수사 기소 분리에 대해 “수사없는 기소는 책임을 회피하는 결정이나 재판 및 공소권 남용으로, 기소 없는 수사는 표적 수사나 별건 수사로까지 이어질 위험이 있음을 부인할 수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1일 하루 만에 검찰 주요 간부들이 사표를 내고 후임 인선이 이뤄진 배경은 전날 정부 고위 관계자가 검찰의 일부 간부들에게 전보 가능성을 예고하는 전화를 했기 때문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정권 교체기나 대규모 인사 시기에 고위 간부들이 인사의 숨통을 틔워주는 차원에서 사퇴하는 일이 관행처럼 있었다. 하지만 올해는 여권 일각에서 검찰의 수사권을 박탈하는 등 해체에 준하는 이른바 ‘검찰 개혁안’을 예고한 상황이어서 검찰 내 고위 간부 이탈이 이어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정부는 당장 필요 최소한도의 인사 발령을 낸 만큼 대규모 인사는 정 장관 취임 이후 단행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 장관이 취임한 뒤 신임 총장 임명까지 시간이 걸릴 경우에는 정 장관과 노 차장검사가 협의해 검찰 인사가 단행될 것이란 관측도 있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손준영 기자 h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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