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을 재수사 중인 서울고검이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한 정황이 담긴 녹음파일을 대거 확보한 것과 관련해 앞서 김 여사를 무혐의 처분한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이를 확보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이 4년 이상의 부실 수사로 김 여사에게 면죄부를 주려 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2020년부터 이 사건을 수사해온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최재훈)은 김 여사의 미래에셋증권 계좌에서 주식 거래 내역 등을 압수하는 과정에서 증권사 서버에 저장돼 있던 통화 녹음파일은 확보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주식을 전화로 주문한 게 아니라 홈트레이딩시스템(HTS)으로 주문을 했기 때문에 통화 녹음파일을 따로 확보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수사팀은 김 여사의 DS증권 계좌 등 전화 주문으로 거래를 한 경우만 통화 녹음파일을 확보했다. 그러나 이 파일들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지했다고 볼 만한 내용이 없었고, 결국 수사팀은 지난해 10월 증거와 진술이 없다며 김 여사를 무혐의 처분했다.
서울고검은 최강욱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고발인)의 항고를 받아들여 올 4월 재수사에 착수했고, 최근 미래에셋증권을 압수수색해 김 여사와 직원이 2009년부터 약 3년 동안 통화한 녹음파일 수백 개를 새로 확보했다. 해당 녹음파일에는 “주가조작 일당에게 계좌를 맡기고 수익이 나면 그중 40%를 그 일당들에게 주기로 했다”, “그 쪽에서 주가를 관리하고 있다”는 등 김 여사의 혐의를 뒷받침하는 취지의 내용들이 상당수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 관계자는 “수사를 조금만 더 적극적으로 했다면 조기에 확보할 수 있었던 증거”라며 “수사를 안 한 건지, 못한 건지 규명이 필요한 사안”이라고 지적했다.특히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김 여사 개인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도 전혀 청구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진 바 있다. 김 여사 회사인 코바나콘텐츠의 기업협찬 의혹과 관련한 압수수색 영장은 청구한 바 있지만, 도이치모터스 사건과 관련해선 검찰이 강제수사를 전혀 하지 않은 것이다. 이창수 전 서울중앙지검장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두 사건이 함께 수사가 진행됐고, 압수수색 영장에도 함께 범죄사실로 쓰이기도 했다”고 해명했지만 부실 수사 논란은 피할 수 없었다.
법조계에선 검찰이 결정적 증거를 확보한 만큼 ‘김건희 특검’이 출범할 경우 수사가 확대될 거란 전망이 나온다. 현재 서울아산병원에 입원해 있는 김 여사에 대한 대면조사도 특검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김 여사 수사를 맡은 민중기 특검은 김 여사에 대한 대면조사에 대해 “이뤄지리라 생각한다”고 했다.
구민기 기자 k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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