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자국우선주의에…단단해진 '미들파워' 공급망 동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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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가 지난 4일 호주 의회의사당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악수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가 지난 4일 호주 의회의사당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악수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일본, 호주 등 ‘미들파워’ 국가들이 법적 구속력 있는 공급망 계약 체결 같은 ‘경제 동맹’을 강화하고 있다. 70년 넘게 이어진 자유무역과 다자 체제 중심의 국제 질서가 빠른 속도로 무너지자 미국과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새로운 협력 관계를 구축할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미들파워 국가의 각자도생을 넘어선 ‘서로도생’ 움직임의 대표 사례로 싱가포르·뉴질랜드가 지난 4일 맺은 ‘공급망 회복력 협정’이 꼽힌다. 양국 정상은 위기 상황에서도 식품, 연료, 의료품 등 필수 물자 흐름을 막지 않기로 했다. 국가 간 법적 구속력 있는 공급망 협약이 체결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로런스 웡 싱가포르 총리는 “어려운 시기엔 모든 국가가 자국 중심 정책을 펼치려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며 “그렇게 되면 공급망이 붕괴하고 결국 모두가 더 큰 피해를 본다”고 협약을 맺은 이유를 설명했다.

일본도 이날 호주와 ‘에너지·핵심 광물 협정’을 체결하는 등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고 평가받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호주는 일본 광물 확보 프로젝트에 13억호주달러(약 1조4000억원)를 투자하고 갈륨, 니켈, 흑연, 형석 등을 공급하기로 했다. 일본은 이달 들어 인도, 베트남과도 에너지·광물 분야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 밖에 영국은 최근 유럽연합(EU)에 ‘상품 무역 단일시장’을 구축하자고 제안했다. EU는 이를 거절하고 대안으로 ‘관세 동맹’ 또는 ‘유럽경제지역(EEA) 가입’을 역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전쟁 여파로 군비 경쟁이 치열해지자 미들파워 국가는 방위산업 협력에도 공들이고 있다. 한국·폴란드, 일본·호주, 브라질·아랍에미리트(UAE)가 최근 무기 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공동 개발에 나서기로 한 게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뉴욕타임스(NTY)는 미들파워 국가의 방산 협력 움직임을 “중견국이 자신을 보호하려는 시도”라고 평가했다.

미들파워 간 협력이 새로운 흐름은 아니다. 하지만 최근 움직임은 분열하는 세계 질서 속에서 좀 더 ‘구속력 있는’ 방향으로 협력이 이뤄지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의 아시아 전문 싱크탱크 아시아소사이어티는 ‘아시아 중견국과 분열되는 세계 질서’ 보고서에서 “중견국 협력 속도가 빨라지고 전략적 의도가 짙어지고 있다”며 “경제, 기술, 안보를 아우르는 중첩된 네트워크, 즉 ‘충격 흡수 장치’를 구축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과 중국이 자국 이익만 고려하고 동맹국을 덜 중요하게 보는 전략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의 중심 역할을 유지하려면 동맹을 부속물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며 “일관성 있고 예측 가능한 무역 정책과 신뢰할 수 있는 안보 우산을 제시해야 한다”고 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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