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협상중인 교역 상대국들에게 4일까지 최상의 안을 내라는 서한을 보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베트남에 '강력한' 요구 사항을 담은 목록을 보냈다. 여기에는 베트남이 중국 산업재 수입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도록 강요할 수 있는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3일(현지시간) 로이터가 이 문제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한데 따르면, 미국 정부는 베트남 공장에서 중국산 자재와 구성품 사용을 줄이고, 베트남 측에 생산 및 공급망을 더욱 신중하게 통제할 것을 요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사안을 잘 아는 네 소식통에 따르면, 이 목록은 미국 협상단이 준비한 기본 문서의 "부록"의 일부이다. 한 소식통은 이 문서가 베트남과 미국의 2차 회담이 끝난 5월말에 하노이로 발송됐다고 밝혔다.
이 서한을 받은 국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으나 미국 정부는 베트남, 유럽 연합, 일본, 인도 등 여러 국가와 협상을 진행해왔다.
한 소식통은 베트남이 중국 의존도를 효과적으로 줄여달라는 미국의 요청을 받아들일 경우, 베트남 경제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애플 기기와 나이키 신발 등 소비재를 생산하는 베트남의 제조업은 중국의 공급망과 긴밀하게 통합돼있다.
미국의 요구는 중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는 베트남의 오랜 정책을 더 복잡하게 만들 수도 있다. 중국은 베트남에 대한 주요 외국 투자국이지만 남중국해 영유권 갈등으로 안보적 우려의 원인이기도 한다.
2018년 미중 무역 전쟁이 시작된 이래 베트남의 대미 수출은 거의 3배나 늘었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에 관세를 부과하면서 중국에 공장을 두었던 일부 제조업체들이 생산을 베트남쪽으로 이전하게 됐다.
베트남의 대미 수출이 급증하면서 중국으로부터의 수입도 크게 늘고 있다. 베트남의 대중 수입 규모는 수년에 걸쳐 미국으로의 수출 규모 변동폭과 거의 일치하고 있다. 2024년 기준 베트남의 대미수출은 1,360억달러, 중국 수입은 1,440억달러이다.
미국 관리들은 오랫동안 베트남이 미국으로 향하는 중국 상품의 중간 기착지로 이용되고 있다고 비난해 왔다. 이들은 중국 수출업체들이 베트남에서 전혀 부가가치가 없는 경우에도 상품에 ‘베트남산’ 라벨을 붙여 미국의 고율 관세를 피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비난을 의식한 베트남 정부는 불법 환적에 대한 단속에 나섰다. 그러나 최근 자료에 따르면, 4월 대미 수출과 대중 수입 모두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무역 흐름에는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베트남은 또한 미국의 요구에 따라 최근 몇 주간 베트남은 미국 항공기 구매 계획을 재확인했으며 농산물과 에너지 구매 등 여러 가지 구속력없는 협정에 서명하거나 약속했다.
김정아 객원기자 kj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