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향후 미국을 중심으로 통화 가치 등에 연동된 스테이블코인의 영향력이 확대될 것이라며 국내 금융권에서도 잠재적인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채 시장 교란이나 ‘코인런’(대규모 코인 현금화 사태) 등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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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달러를 기초자산으로 스테이블 코인 테더의 모형 이미지. (사진= AFP) |
국제금융센터는 15일 발간한 ‘미국 스테이블코인 법안 도입에 따른 은행산업 영향’ 보고서에서 “미국을 중심으로 스테이블코인의 영향력 확대가 예견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스테이블코인은 디지털 자산의 일종으로 그 가치를 미국 달러와 같은 특정 자산의 가치에 고정(peg) 시키거나, 안정적으로 유지되도록 설계한 것이다. 고정적인 가치를 유지하는 방식에 따라 법정화폐 등의 자산 준거형과 무담보형(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 등)으로 구분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미국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 강화화기 위해 달러 기반의 스테이블코인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입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달러를 관련 법안 추진을 강하게 지지한다고 밝혔으며, 공화당은 의회에서 관련 법안 통과에 힘을 쏟고 있다.
이상원 국금센터 글로벌은행부장과 황원정 책임연구원은 “주요 분석기관들은 향후 3~5년 내에 스테이블코인 시가총액이 현 2400억달러의 약 6~12배로 확대될 것으로 추정했다”고 전했다. 씨티는 5년 뒤인 2030년에 스테이블코인 시총 규모가 1조 60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고, 스탠다드차타드는 3년 뒤인 2028년에 2조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부장 등은 “챗GPT의 등장이 인공지능(AI) 생태계의 폭발적 성장을 견인했던 것처럼 올해 스테이블코인을 중심으로 블록체인 생태계가 전환점을 맞이할 것이란 견해도 나온다”며 “향후 스테이블코인 규율 체계 마련으로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성장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봤다.
스테이블코인의 활용이 확대 될 경우 금융사들도 일제히 뛰어들며 업계 경쟁이 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 밖에도 △은행의 신용중개 기능 약화 △국채 시장 교란 △통화정책 유효성 감소 △‘코인런’ 등 다수의 금융불안 요인이 잠재돼 있다는 게 국금센터의 분석이다.
마크 플래너리 플로리다대 교수는 스테이블코인의 발행이 증가하면 은행에서 예금이 이탈하고 대출 여력이 줄어들 수 있다면서, 대응 능력이 부족한 소형 은행을 중심으로 신용중개 능력이 취약해질 가능성을 제기했다.
또 상당수 스테이블코인이 미 국채를 담보로 하고 있는 만큼 대량의 국채가 담보로 묶여 있는 경우 국채 시장 유동성 및 심도를 저해할 위험이 있고, 반대로 스테이블코인 보유자의 청산 요청이 급증하면 국채를 강제 매각하는 상황이 발생해 미국 국채 시장에서 글로벌 금융시스템으로 충격이 전이될 수도 있다는 우려다.
이같은 신용중개 약화 및 시장 교란으로 인해 신용·금리경로를 통한 통화정책의 파급효과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스테이블코인 확산에 따른 잠재 리스크는 최근 원화 준거형 스테이블코인 도입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우리나라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은행은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발행이 허가된다면 한은이 인가 단계부터 개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