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제주서 관세 2차 협의… 韓美도 자동차 관세 등 집중 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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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APEC 통상장관회의]
APEC 통상장관회의 관세 외교전
그리어-리청강 닷새만에 또 회동… 안덕근 장관, 오늘 한미 양자회담
그리어, 韓 조선업계와 비공개 면담… 군함 건조-MRO 협력방안 논의할듯

마주 앉은 韓美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오른쪽)이 15일 제주 서귀포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에서 열린 ‘2025 APEC 통상장관회의’에서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면담을 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마주 앉은 韓美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오른쪽)이 15일 제주 서귀포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에서 열린 ‘2025 APEC 통상장관회의’에서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면담을 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미국과 중국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통상장관회의 첫날부터 따로 만나 관세 문제 등을 두고 또 협의에 나섰다. 관세 전쟁을 벌여 온 미중이 관세 유예 등에 나선 지 닷새 만이다. 한국 정부도 이틀 연속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별도로 만나 고위급 통상 협의를 이어간다.

미국발(發) 관세 전쟁이 본격화된 이후 아시아태평양 지역 주요국의 통상 수장들이 한자리에 모인 건 이번이 처음이다. 각국 수장이 그리어 USTR 대표와의 일대일 면담에 열을 올리면서 APEC 통상장관회의가 각국의 대미 관세 협상 2막 무대가 됐다는 평가다. 그리어 USTR 대표는 HD현대와 한화오션 경영진들과 16일 비공개 단독 면담을 가질 예정이다.

● 5일 만에 협상 테이블 앉은 미중

15일 오후 그리어 USTR 대표와 리청강(李成鋼) 중국 상무부 국제무역담판 대표 겸 부부장은 APEC 통상장관회의가 열린 제주 서귀포시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에서 면담을 진행했다. 두 사람은 10, 11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진행한 미중의 첫 고위급 통상 협상에서도 얼굴을 맞댄 바 있다. 스위스 제네바 통상 협상에서 양국이 90일 동안 서로에게 부과하기로 한 관세를 115%포인트씩 낮추는 데 합의했던 만큼 이날 면담에서도 관세를 두고 논의를 이어갔을 것으로 관측된다.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도 이날 밤 그리어 USTR 대표를 따로 만나 미국의 관세 조치 관련 주요국과의 협상 동향과 양국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16일에는 안덕근 산업부 장관이 그리어 USTR 대표와 양자 회담에 나선다. 이틀 연속 릴레이 협의를 통해 한미 양국은 실무진에서 그간 진행해 온 논의를 중간 점검할 방침이다. 정 본부장은 “그리어 USTR 대표가 한국에 와 있을 때 최대한 협의를 순서 있게, 질서 있게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한국에 부과한 25% 상호관세와 자동차 등 품목별 관세 면제, 조선업 협력 등에 대해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 본부장은 이날 오전에는 리 상무부 국제무역담판 대표 겸 부부장을 만나 핵심 광물 공급망 안정화에 합의했다. 특히 양국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서비스·투자 후속 협상을 가속화하기로 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10월 경주에서 열릴 APEC 정상회의에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참석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번 통상장관회의는 10, 11월 경주에서 열릴 APEC 정상회의에서 다뤄질 경제, 통상 의제 등을 조율하기 위해 개최됐다.

● 각국 “그리어 만나자” 치열한 관세 외교전 그리어 USTR 대표가 참석하면서 APEC 통상장관회의에선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서 자국에 유리한 결과를 이끌어내기 위한 각국의 치열한 물밑 외교전이 벌어졌다. 다자무역체제를 통한 연결, 지속 가능한 무역을 통한 번영 등을 논의하는 회의지만 각국은 그리어 USTR 대표와의 회의장 밖 일대일 면담에 공을 들였다. 정 본부장은 “그리어 USTR 대표의 참석 여부가 20개국 통상장관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사안이었다”며 “그리어 대표가 참석한다고 하니 차관이 온다고 했다가 장관으로 바뀐 사례가 상당히 많다”고 말했다. 개막식이 열린 이날 그리어 USTR 대표가 ICC 회의장에 들어서자 각국 통상장관들이 그에게 다가가 인사나 악수를 나누는 모습도 보였다.

다만 일본의 통상 수장인 무토 요지(武藤容治) 일본 경제산업상과 미국과의 관세 협상을 위해 워싱턴을 찾았던 아카자와 료세이(赤澤亮正) 경제재생상은 이번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대신 외무성과 경산성의 부대신이 제주를 찾았다. 블룸버그통신은 “일본의 핵심 통상 수장이 그리어 대표와 만날 수 있는 기회를 건너뛰었다”며 “자동차 관세 면제 없이 협상을 서두르는 것에 대해 일본이 꺼리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그리어 USTR 대표는 HD현대와 한화오션 경영진과도 16일 제주에서 만난다. 양측의 면담은 미국 무역대표부의 요청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선 상선 및 군함 건조와 MRO(보수·수리·정비) 등 한미 조선업 협력 방안과 관련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들 업체와 그리어 USTR 대표의 면담 결과는 안 장관과 그리어 USTR 대표의 양자 회담에서도 합의를 이끌어낼 지렛대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8월 미국 해군 군수지원함 ‘월리 시라’호 MRO 사업을 수주한 뒤 성공적으로 인도한 바 있고, 지난해 12월에는 미국 필리조선소를 인수하기도 했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달 미국 최대 방산 조선사 헌팅턴 잉걸스와 선박 생산성 향상 및 기술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제주=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한종호 기자 hj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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