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휴전 뒤엔… ‘얼음 아가씨’ 와일스 설득 있었다

2 hours ago 2

“항만 노동자-트럭 운전사 동요
새 지지기반 일자리 감소” 경고
WP “트럼프 관세정책 50회 바꿔”

당초 중국과 장기적인 ‘관세 전쟁’도 불사하려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지층 동요를 감지하고 한발 물러서 관세 인하에 합의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사진) 등 핵심 참모들이 트럭 운전사와 항만 노동자 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층이 중국과의 무역 갈등으로 피해를 입고 민심이 이반하고 있다고 설득했다는 것이다.

14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인 와일스 비서실장을 중심으로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 등이 미중 통상 전쟁으로 인한 지지층 이탈 분위기를 대통령에게 전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과 이들의 비공개 논의에서 미중 간 사실상의 무역 금수로 인해 항만 노동자와 트럭 운전사들의 피해가 커진 사실이 집중적으로 거론됐다.

백악관 내부에 정통한 익명의 관계자는 “(중국에 대한 145% 고율 관세로 인한) 트럼프 지지층의 피해가 와일스 비서실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하는 결정적 논리가 됐다”고 했다. 와일스 비서실장이 미중 관세 합의에서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것. WP는 미중이 10∼11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무역협상을 통해 115%포인트씩 관세 인하에 전격 합의한 배경에 와일스 비서실장 등의 경고가 크게 작용했다고 전했다.

미 역사상 첫 여성 백악관 비서실장인 와일스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문고리 권력을 휘두르며 실세 중 실세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냉철한 판단력을 자랑하는 그에게는 ‘얼음 아가씨(ice maiden)’라는 별명이 붙었다. 언론 인터뷰를 포함해 전면에 나서기를 꺼리고, 막후에서 정책 조정에 능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대선 승리 연설에서 와일스 비서실장을 지목하며 “우리는 그녀를 ‘얼음 아가씨’라고 부른다. 수지는 뒤에 있는 것을 좋아하지만 뒤에 있을 사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145%까지 올렸고, 지난달 전 세계를 대상으로 상호관세 유예 방침을 밝힐 때도 중국은 제외했다. WP에 따르면 당초 트럼프 대통령은 미중 간 보복관세 부과로 경제 피해가 커지는 와중에도 중국이 느낄 부담이 더 크다고 보고 관세 전쟁 장기화를 감수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핵심 참모들의 설득 끝에 트럼프 대통령은 휴전을 택했다.

트럼프 집권 전까지 항만 노동자와 트럭 운전사들은 전통적으로 미국 민주당 지지층으로 분류됐다. 자유무역 확대 기조로 미국 내 제조업과 물류 관련 일자리가 타격을 받자, 보호무역을 앞세운 트럼프 대통령으로 지지를 바꾼 것. 그러나 막상 트럼프 행정부의 고율 관세 부과로 무역량이 줄면서 이들의 일거리가 감소하는 등 타격을 받았다. 건설회사, 유통 기업 등도 고관세 정책에 대한 불만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한편, WP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지나치게 자주 바뀌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 후 새로 부과하거나 바꾼 관세 정책은 50회 이상이라는 것. 관세 관련 행정명령만 최소 12건이다. 이 중 유제품 수입 관세와 콜롬비아 관세 행정명령 등 6건은 1주일도 안 돼 수정됐다. 중국, 캐나다, 멕시코 수입품에 대한 관세는 각각 최소 6회 이상 대폭 변경됐다. 자동차, 철강·알루미늄, 농업, 에너지에 대해선 세 차례 이상 관세 부과가 철회됐다. 이외 반도체, 의약품 등에 대한 관세 계획도 발표했지만 아직 시행되지는 않았다.

임현석 기자 l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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