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인천 고잔동 남동공단에 있는 에스피지 공장에선 감속기와 모터, 센서 등으로 구성된 로봇용 액추에이터가 쉴 새 없이 제작되고 있었다. 가전·차량용 부품을 주로 생산하던 에스피지는 로봇산업 성장세를 예측해 2017년부터 로봇용 액추에이터 개발에 뛰어들었다. 이후 2022년 270억원을 투자해 생산 라인을 설치했다. 현재 국내 대기업 등에 4족 보행 로봇(로봇 개)과 휴머노이드용 액추에이터를 납품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기아 등에 자동차 부품을 납품하던 부품사가 대거 로봇산업에 뛰어들고 있다. 업계에선 자동차 부품사에서 로봇 부품사로 변신한 회사가 국내에만 30여 곳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가장 치열한 시장은 로봇 원가의 30~40%를 차지하는 액추에이터 분야다. 자동차 조향 부품과 기술이 60~70% 비슷한 만큼 이들이 기술 개발과 생산에 유리한 측면이 있다. 액추에이터는 일종의 ‘로봇 관절’이다. 로봇 근육인 모터, 모터의 회전을 힘으로 바꾸는 감속기, 신경망인 제어기 등 세 부품이 하나의 모듈로 움직인다.
한국 기업은 개당 100만원 이상인 일본산에 맞서 가격을 수십만원으로 낮추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액추에이터시장은 2024년 1억5000만달러(약 2200억원)에서 2031년 98억6400만달러(약 14조5000억원)로 커질 전망이다.
가장 적극적인 회사는 현대모비스다. 현대차그룹 계열사 보스턴다이내믹스의 기술과 제조 노하우를 접목한다는 구상이다. 감속기와 모터, 제어기 등을 직접 설계하고 생산은 협력사 공급망을 활용하기로 했다. 2차 협력사 100여 곳에 제안서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15명이던 로보틱스 사업기획팀은 연말까지 40~50명으로 늘릴 방침이다.
HL만도는 보스턴다이내믹스의 4족 보행 로봇 ‘스팟’에 액추에이터를 납품하고 있다. 테슬라 납품을 논의하고 있는 만큼 이르면 내년 북미에서 양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액추에이터의 핵심인 감속기시장엔 에스피지와 에스비비테크가 뛰어들었다. 에스피지는 세아특수강 연구소와 로봇용 고강도 특수강 합금 소재를 공동 개발했다. 소재 기술이 떨어져 기어가 쉽게 깨지는 중국산의 약점을 보완했다. 에스비비테크는 현대로보틱스랩에 시제품을 공급하며 공급망을 넓히고 있다.
허리와 엉덩이, 무릎 등 고하중을 견뎌야 하는 로봇 부위는 자동차 기어·변속기 기업이 맡고 있다. 산업용 유성 감속기를 공급하던 우림피티에스가 보스턴다이내믹스 스팟에 부품을 납품한 이력을 바탕으로 로봇 엉덩이 부위용 유성 감속기를 제작 중이다.
로봇의 뼈대와 관절을 잇는 부품 가공에도 국내 업체가 뛰어들었다. 어깨 관절을 잇는 ‘관절 브라켓’에는 자동차 티타늄 금속분말사출성형(MIM) 부품을 제조하던 한국피아이엠이 도전장을 냈다. 정밀 베어링 업체 이랜시스와 공작기계 부품사 삼익THK는 각각 로봇 관절 핵심 부품인 ‘베어링’과 ‘볼 스크루’ 제작에 나섰다.
인천=양길성/김우섭/정상원 기자 vertigo@hankyung.com

2 weeks ago
7















English (U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