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빚 임계수준… 부동산 과열 잡아야” 한은, 기준금리 年 2.50% 유지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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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상승 빨라, 부채 관리 우선
8월 초 美관세 결정도 지켜봐야”
올해 한차례 금리인하 전망 우세
전문가 62% “성장률 정체 또는 하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0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며 개회를 선언하고 있다. 2025.07.10 사진공동취재단/뉴시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0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며 개회를 선언하고 있다. 2025.07.10 사진공동취재단/뉴시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현행 연 2.50%로 유지하기로 했다. 지난해 10월부터 네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총 1%포인트 인하하며 경기 부양에 나섰던 한은이 최근 가계부채 증가세가 가파르자 금리 인하 속도 조절에 나선 것이다.

10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열린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하겠다고 밝혔다. 금통위원 6명 전원 일치 의견이었다.

기준금리 동결 배경으로 가계부채 급증이 꼽힌다. 올해 상반기(1∼6월)에는 서울을 중심으로 수개월간 부동산 가격이 급등했다. 정부가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의 한도를 6억 원으로 제한하는 6·27 대책을 내놨지만 부동산 계약 시점과 실제 대출 실행 시기의 차이로 인해 7∼8월까지는 가계부채가 계속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 한은의 분석이다. 지금 금리를 인하했다가는 가계부채 증가세를 더욱 부추길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현재 가계부채는 소비와 성장을 많이 제약하는 임계 수준”이라며 “과도하게 금리가 인하될 것이라는 기대가 형성되지 않도록 함으로써 주택시장의 과열 심리를 진정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수도권에 집중돼서 (부동산 가격이) 올라가는 스피드가 지난해 8월보다는 빠른 것 같다”며 “해피엔딩이 금방 올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당시 한은은 가계대출 증가세가 가파르자 ‘실기론’에 시달리면서도 금리를 동결한 뒤 가계부채 상승이 잡히는 것을 확인한 후에야 금리 인하에 나섰다.

또한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대출 규제와 관련해 이 총재는 “과감한 정책을 발표한 것에 대해 굉장히 높게 평가하고 올바른 정책 방향이라고 생각한다”며 “기대심리를 안정시키고 가계부채를 관리하는 게 중요한 정책 우선순위”라고 말했다.

미국과의 관세 협상도 금리 결정의 주요 변수로 지목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예고대로 다음 달 1일부터 한국에 25%의 상호관세를 부과하면 수출 둔화로 인해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또다시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총재는 “8월 초에 미국이 관세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경제성장률 전망이 굉장히 많이 떨어질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나쁜 시나리오는 관세는 관세대로 굉장히 크게 올라가고 부동산 가격은 안 잡히는 것”이라며 “그 경우 어디다 무게를 두고 금리 결정을 할지 금통위원들 간에 의견이 많이 나뉠 것”이라고 했다.올해 남은 세 번의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는 한 차례 정도 금리 인하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날 금통위원 6명 중 4명은 3개월 내에 금리 인하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박석길 JP모건 이코노미스트는 “6월 말에 시행된 (부동산 규제) 조치로 인해 8월쯤에는 현재 상황에 비해 우려가 완화될 것”이라며 “8월이 다음 금리 인하 시점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경제·경영 전문가 102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이날 발표한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의 40.2%는 2030년까지 우리 경제의 성장률이 ‘낮은 수준에서 정체되는 L자형’을 보일 것으로 우려했다. 전체 21.6%는 정체를 넘어 계속 하락하는 ‘점진적 우하향 추세’를 나타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10명 중 6명이 한국 경제가 침체 국면을 면하지 못할 것이라 본 셈이다. 성장률이 반등할 것이라는 응답은 34.3%였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경제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는 산업 부분이 없는데, 미래 먹거리 육성을 위해 인공지능(AI) 핵심 분야 등에 투자를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hee@donga.com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이민아 기자 om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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