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의 축구 드라마, 북중미 월드컵이 한창이다. 처음으로 48개국이 참가한 역대 최대 월드컵이다. 월드컵이 단순한 ‘공놀이’를 초월하는 것은 빠르고 현란한 플레이 속에 환희와 좌절, 감동과 탄식이 교차하는 인간의 감정이 응축돼 있기 때문이다. 격렬한 스포츠인 동시에 인간의 복잡미묘한 심리가 뒤엉키는 축구 경기는 잘 들여다보면 거대한 행동경제학 실험실이기도 하다.
◇ 페널티킥, 번트 그리고 대입 제도
축구 경기에서 가장 치열한 심리 게임이 벌어지는 장면은 페널티킥 혹은 승부차기 상황이다. 마이클 바르엘리 벤구리온대 교수 등 이스라엘 학자들은 세계 여러 나라의 프로리그와 A매치에서 나온 페널티킥 286개를 분석해 2007년 ‘경제심리학 저널’에 발표했다. 전체의 28.7%인 82회의 킥이 골문 가운데 방향으로 향했다. 하지만 골키퍼가 가운데를 지킨 사례는 18회로 6.3%에 불과했다.
골키퍼가 골문 중앙에 서 있었을 때 방어율은 33.3%로 왼쪽(14.2%)이나 오른쪽(12.6%)으로 몸을 날렸을 때보다 훨씬 높았다. 골키퍼들은 왜 확률이 가장 높은 가운데를 버리고 굳이 한쪽을 택할까. 그 이유를 논문 저자들은 행동 편향에서 찾았다. 행동 편향이란 똑같은 결과, 아니 더 나쁜 결과가 나오더라도 가만히 있는 것보다는 뭐라도 하는 게 낫다고 믿는 심리적 편향이다.
페널티킥에서 골키퍼가 실점하는 것 자체는 큰 흠이 아니다. 그러나 가만히 서 있다가 실점할 경우엔 왜 가만히 있느냐는 비난을 받기 쉽다. 반면 한쪽을 택해 몸을 날리면 설령 반대 방향으로 공이 들어가더라도 최선을 다했다는 인상을 준다.
그런데 이 연구 결과를 반박하는 논문이 지난 3월 발표됐다. 1982년부터 2022년까지 월드컵에서 나온 292개 페널티킥을 분석했더니 킥이 중앙보다 좌우로 많이 향했고, 골키퍼가 가운데 서 있었다고 해서 막아낼 확률이 높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행동 편향의 사례는 흔하다. 기대 득점이 오히려 낮아지는데도 불구하고 희생번트를 지시하는 야구 감독, 조령모개로 대입 제도를 바꿔 사교육업체 배만 불리는 교육부, 샀다 팔기를 반복해 수익률을 떨어뜨리는 주식투자자 등이다.
◇ 축구 감독이 물린 주식
기대를 한 몸에 받는 세계적 스타 플레이어가 막상 월드컵에서 저조한 모습을 보일 때도 적지 않다. 이때 감독은 행동 편향과 정반대인 무행동 편향을 보이곤 한다. 컨디션이 안 좋은 스타 플레이어를 교체하지 않고 그냥 밀고 나가는 경우다. 무행동 편향을 잘 설명하는 말이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간다’는 것이다. 잘해 보려고 한 일이 오히려 더 나쁜 결과를 낳을까 봐 두려워 아무것도 안 하는 심리적 편향이다. 부작위 편향이라고도 한다.
행동 편향과 무행동 편향은 정반대의 심리적 작용이지만, 그 근저에는 결과가 안 좋게 나왔을 때 책임을 회피하고 싶은 심리가 깔려 있다. 스타 플레이어를 뺐다가 경기에서 지면 감독은 그 선수를 왜 뺐느냐는 비난에 시달릴 가능성이 크다.
손실 난 주식을 오래 들고 있는 것도 무행동 편향의 결과다. 손실을 확정하는 고통을 피하려고 제때 손절하지 못하고 ‘비자발적 장기 투자자’가 되는 것이다. 부진한 스타 플레이어는 감독 입장에서 ‘크게 물린 우량주’인 셈이다.
◇ 억울한 원정팀
다른 종목과 마찬가지로 축구도 홈 어드밴티지가 작용한다. 심판 판정이 홈 어드밴티지의 한 가지 원인이다. 홈 관중의 열띤 응원 분위기에 휩쓸려 자기도 모르게 홈팀에 유리한 판정을 내리는 동조 편향이다.
2009~2010시즌과 2010~2011시즌 유럽챔피언스리그 경기를 분석한 한 논문에 따르면 심판들은 원정팀에 홈팀보다 25% 많은 경고를 줬다. 이런 편향에 관중 밀도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잉글랜드축구협회 심판 40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도 흥미롭다. 심판을 20명씩 두 그룹으로 나눠 프리미어리그에서 나온 모호한 경합 장면 47개를 영상으로 보여줬다. 한 그룹엔 현장 소음이 그대로 나오는 영상을 보여줬고, 다른 그룹엔 같은 영상을 음만 소거해서 보여줬다. 현장 소음을 들은 심판들은 홈팀의 파울을 훨씬 더 적게 선언했다. 심판의 심리적 편향은 비디오 판독(VAR)이 도입되며 상당 부분 해소됐다. 축구도 결국 인간이 하는 것이다. 그래서 더 재미있는 월드컵이다.
유승호 경제교육연구소 기자 us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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