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세장에선 누구나 번다”…IMF와 금융위기 버틴 ‘전설’의 투자 원칙 [한국의 위대한 투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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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강세장에선 누구나 번다”…IMF와 금융위기 버틴 ‘전설’의 투자 원칙 [한국의 위대한 투자자]

업데이트 : 2026.06.30 22:14 닫기

매경플러스 ‘한국의 위대한 투자자’ 시리즈 4번째 주인공은 김태우 하나자산운용 대표(59)다. 피델리티자산운용 한국 대표를 10년 가까이 역임한 그는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첫 한국인 펀드매니저다. “펀드매니저가 된 것이 인생 최고의 선택”라고 자신있게 말하는 그는 지금 이 순간도 보다 나은 펀드 성과를 위해 스스로를 괴롭히는 타고난 펀드매니저다.

한국 자산운용업계에서 김태우 하나자산운용 대표의 이력은 독보적이다. 국내 최고의 펀드매니저로 이름을 알렸고, 글로벌 자산운용사에서 한국인 최초 수준의 기록들을 남겼다. 이후에는 자산운용사 최고경영자(CEO)로 변신해 조직을 이끌고 있다.

1967년생인 그는 한국 자본시장의 거의 모든 굴곡을 경험한 세대다. 1989년 증시 버블과 붕괴, 1992년 깡통계좌 정리 사태, 1997년 IMF 외환위기, 2000년 닷컴버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모두 통과했다.

그래서 그의 투자 철학에는 시장에 대한 낙관도 비관도 아닌 현실주의가 짙게 배어 있다. “시장은 언제나 변한다. 하지만 좋은 기업이 성장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서울 여의도 하나자산운용 집무실에서 김태우 하나자산운용 대표가 매일경제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김재훈기자]

서울 여의도 하나자산운용 집무실에서 김태우 하나자산운용 대표가 매일경제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김재훈기자]

영화 한 편이 바꾼 인생, 한국 대표 펀드매니저 꿈꾸다

김태우가 처음 투자자의 꿈을 꾸게 된 계기는 의외로 단순했다. 대학(연세대 경영학) 재학 시절 우연히 본 영화가 ‘월스트리트(Wall Street)’였다. 1987년 개봉한 이 영화는 미국 자본주의의 심장부인 뉴욕 월가를 배경으로 한다.

그는 영화 속에서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금융시장의 모습에 매료됐다. “월가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멋있어 보였어요. 단순히 돈을 많이 버는 모습 때문이 아니라 경제와 기업, 산업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심에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당시 한국에서는 자산운용업이 지금처럼 발전하지 않았다. 펀드매니저라는 직업도 대중적으로 잘 알려져 있지 않았다. 당시 많은 젊은이들이 변호사나 공무원을 꿈꾸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그는 언젠가 한국 자본시장도 성장하고, 한국 기업과 시장을 전세계 투자자들에게 설명하는 사람이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영화 속 글로벌 투자회사에서 일하는 한국 대표 펀드매니저가 되겠다고 꿈꿨다.

그가 사회에 첫발을 내디딜 무렵 한국 증시는 최악의 침체기를 겪고 있었다. 1989년 코스피 1000포인트 돌파는 당시 사회 전체를 흥분시켰다. 그러나 버블은 오래가지 못했다. 주가는 급락했고 개인투자자들의 피해가 속출했다. 김 대표는 이 시기를 “한국 자본시장이 성장통을 겪던 시기”라고 회상한다.

2002년 매경에 소개된 김태우 당시 미래에셋 운용팀장.[본인제공]

2002년 매경에 소개된 김태우 당시 미래에셋 운용팀장.[본인제공]

그의 기억 속에 가장 강렬하게 남아 있는 사건 중 하나는 1992년 깡통계좌 정리다. 당시 개인투자자들은 미수와 신용거래를 통해 과도한 레버리지를 사용했다. 문제는 주가가 하락하면서 담보가치가 급격히 떨어졌다는 점이다. 결국 증권사들은 담보 부족 계좌를 대거 정리하기 시작했다. 시장에는 엄청난 매도 물량이 쏟아졌고 주가는 폭락했다.

깡통계좌 사건은 투자자뿐 아니라 금융권 취업을 준비하던 젊은이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다. 증권사들은 신규 채용을 줄였고 펀드매니저를 꿈꾸던 청년에게 기회는 많지 않았다.

결국 그는 하나은행에 입행하게 된다. 결과적으로는 그것이 행운이었다. 은행 내부에서 운용 업무를 배우며 시장을 바라보는 폭넓은 시각을 갖게 됐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본 한국 자본시장은 생각보다 후진적이었다. 당시 주가가 급락하면 정부는 증시 부양 대책을 발표했다. 증권사에는 장마감 기준 순매수 지시가 내려오기도 했다. 금융기관들은 시장 안정이라는 명분 아래 주식을 사들여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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