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스템바이오텍이 개발 중인 ‘OSCA’의 임상 결과를 외부 투자자에게 처음으로 구체적으로 선보였다. 나종천 강스템바이오텍 대표(사진)는 “현재 진행 중인 임상 2a 결과에 따라 향후 글로벌 제약사와의 조(兆) 단위 기술이전도 가능할 것”이라며 “이미 확보된 1상 톱라인 결과로 미뤄 충분한 가능성을 확인한다”고 30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기업설명회에서 밝혔다.
이날 설명회에서는 지난해 12월 공시된 1상 톱라인 결과에서 공개되지 않았던 연골 구조 개선 MRI 지표와 장기 추적 결과, 그리고 현재 진행 중인 2a 임상 설계 및 글로벌 전략이 추가로 소개됐다.
연골 구조 회복 신호…“MRI에서 실제 재생 확인”
OSCA는 제대혈 유래 중간엽줄기세포(Osiramestrocel)와 무세포 연골기질(CAM)을 혼합한 국내 유일의 세포·기질 융합 복합치료제다. 중간엽줄기세포는 항염 및 조직 재생을 유도하고, CAM은 연골세포가 정착하고 분화할 수 있는 스캐폴드(지지체) 역할을 한다. 관절강 내 주사 방식으로 수술 없이 연골 회복을 유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치료법과 차별화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발표에서 강스템은 1상에 참여한 환자들의 MRI 기반 구조 개선 데이터를 공개했다. 인천 송도에서 지난 24~27일 열린 세계골관절염학회(OARSI)에서 일부 전문가들에게 제한적으로 소개된 바 있다. 하지만 미디어와 투자자가 함께한 공개 행사에서 발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골 재생 상태를 정량화하는 MOCART 점수에서는 고용량 투여군 환자 10명 중 7명에서 개선, 1명은 기존 상태를 유지하는 결과가 나왔다. 관절 내 연골, 연골하골, 인대 등 전체 구조를 종합 평가하는 WORMS 점수에서도 6개월 시점에 4명이 개선 반응을 보였다.
배요한 강스템바이오텍 임상개발본부장은 “MRI에서 연골 하부의 부종이 줄고, 재생조직 경계가 또렷해지는 변화가 관찰됐다”며 “이는 자연적인 회복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실제 구조적 개선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현장에서는 논문 발표를 준비 중인 MRI 사진이 ‘사진 촬영 금지’ 조건 하에 기자 및 투자자에게만 비공식적으로 공개되기도 했다.
12개월 시점의 장기 추적 결과도 처음 소개됐다. 관절 기능 회복을 평가하는 IKDC 점수와, 환자가 직접 통증·기능·강직 정도를 평가하는 KOOS 지표 모두에서 6개월 시점 대비 개선되거나 유지되는 양상이 확인됐다. 앞서 공시된 VAS(시각통증척도) 점수에서도 고용량군은 91% 이상 감소한 바 있다.
유력 경쟁사인 K사의 골관절염 치료제와의 간접 비교도 언급됐다. 배 본부장은 “학술 논문을 보면 K사 제품의 기능 회복 효과는 약 30% 수준인데, 우리는 IKDC가 100% 이상 좋아졌고 VAS도 90% 이상 줄었다”며 “직접 비교는 아니지만 수치만 보면 의미 있는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OSCA 글로벌 진출, 오가노이드까지…플랫폼 확장 본격화
현재 진행 중인 OSCA의 임상 2a상은 중·고용량군 및 위약군을 포함해 총 108명 규모로 설계됐다. 기존 임상 1상과 달라진 몇 가지 점도 눈에 띈다. 체질량지수(BMI) 기준을 기존 30에서 35로 상향했고, 통증 기준(VAS 점수)을 반영해 환자를 계층화했다. BMI 기준을 상향한 까닭은 임상 1상을 수행한 한국과 달리 서구권에선 BMI 수치가 더 높은 골관절염 환자들이 많아서다. 미국 및 유럽향 데이터를 생산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임상 2a상 주요 결과는 이르면 올해 말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다.
임상 종료 이후에는 미국 임상 진입도 예정돼 있다. 미국 임상시험수탁사(CRO) 알루센트와 협업해 2026년 프리IND(사전임상계획회의)를 진행한 뒤, 2027년 임상 개시를 목표로 세웠다.
나 대표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혁신치료제(BTD) 또는 재생의료치료제(RMAT) 지정을 받을 수 있도록 사전 요건을 준비 중”이라며 “조건부 허가 가능성과 서구권 제약사가 요구하는 유효성 지표를 충족하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연내 기술이전 협상을 본격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일본 진출 가시화…오가노이드 사업도 글로벌 확장 시동
일본 시장 진출도 본격화된다. 자가 지방줄기세포(제2종) 치료제는 2025년 3분기부터 도쿄·나고야·오사카 병원에서 첫 투여가 이뤄질 예정이다. 또한 강스템바이오텍의 다른 임상단계 후보물질인 동종 제대혈 기반 퓨어스템-AD(제1종)는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로 일본 후생성 등록 절차를 밟고 있다. 나 대표는 “현지 병원 수요와 협력 체계가 이미 마련돼 있어, 2025년 상반기부터 수익이 발생할 것”이라고 밝혔다.
FDA가 동물실험 대신 오가노이드 실험을 권고하면서 대체실험을 위한 오가노이드 시장에도 물꼬가 트였다. 강스템바이오텍은 이미 화장품 업계에 도입된 기술을 기반으로, 재생의료 사업과 연계한 고도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피부 오가노이드 플랫폼은 LG전자 미용기기 실증과 글로벌 뷰티기업 시험용으로 적용이 진행 중이며, 모낭·탈모 오가노이드 플랫폼 개발도 병행하고 있다.
나 대표는 “골관절염은 세계적으로 수천만 명의 환자가 존재하지만, 구조 개선이 가능한 치료제는 없었다”며 “OSCA가 이 시장에서 새로운 치료 패러다임이 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