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다 빼냈는데, 그 벌거숭이 내보이려니 이젠 두려워”

6 days ago 21

작가 김호득이 서울 종로구 아트사이드갤러리 개인전 ‘-빼고 또 빼고-’에 건 자신의 작품 중 한 점을 올려다보고 있다. 폭포를 테마로 삼은 이번 전시에 딱 한 점인 ‘흐름’(2025, 250×157㎝·오른쪽)이란 작품명을 달고 있다. 개인전에 내건 회화 23점 중 일필휘지에 맡긴 응축된 표현으로 볼 때 “가장 흡족한 작품”이라고 했다. 그 옆으로 ‘폭포’(2026, 250×157㎝)가 보인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저만치 멀리서도 한눈에 사로잡힌다. 공중에서 툭 떨어진, 아니 하늘에서 그대로 내리꽂힌 필선이 말이다. 그 검은 선을 따라 발을 옮길 땐 세상 소란이 다 사라진 듯하다. 더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더는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으니까. 그러다가 어느 순간 그 앞에 멈춰 서면 천지가 다시 열린 건가. 지축을 울리는 진동이 퍼져나간다. 요란한 아우성이 쿵쾅거린다. 참 기가 막힌 노릇이다. 여기까지 당도하는 동안 알록달록한 유혹이 좀 많았나. 휘황한 색과 세련된 형체가 쉴 새 없이 눈길·발길을 잡아끌어댔다는 얘기다. 그런데 결국 멈춰 선 곳의 눈앞에는 색도 없고 형도 없고 오로지 먹선 하나뿐이니. 김호득의 ‘폭포’(2026, 250×157.7㎝). 공중에서 내리꽂힌 폭포수가 바위에 부딪힌 뒤 물길을 바꾼 형상이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마치 뭐에 씐 듯 미혹 당한 우리 얘기만도 아니다. 따지고 보면 저 먹선에 일생을 건 저이가 걸어온 세월도 다르지 않았을 테니까. 별별 형형색색의 유혹이 어찌 없었겠는가 말이다. “잡다한 욕심, 장치와 장식이 많을수록 차원이 낮아져. 자꾸 왜곡도 생기고. 핵심만 뚫으면 돼. 그러면 그림의 정수를 표현할 수 있는 거야. 그 핵심을 어떻게 찾아낼 수 있을까. 그걸 많이 생각하고 연구했어, 내내.” 이 몇 마디 말에 다 담겨 있다. 한국 현대 수묵화를 대표하는 이 대가가 평생 무수히 들었다 놨다 했을 붓의 무게가 말이다. 그게 얼마만큼 묵직할지는 알 수가 없다. 아무도 대신 들어준 적이 없으니까. 작가 김호득이 아트사이드갤러리 개인전 ‘-빼고 또 빼고-’에 건 자신의 작품 앞에 섰다. 왼쪽과 오른쪽 두 점 모두 ‘폭포’(2026, 250×157.7㎝)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작가 김호득(76). 그이가 홀로 지고 온 그 무게를 슬쩍 내려놨다. 서울 종로구 자하문길 아트사이드갤러리에 펼친 개인전에서다. 전가했다는 얘기는 아니다. 그저 조금 가벼워졌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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