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렴한 가격과 쇼핑 편의를 내세운 이른바 ‘창고형 약국’이 우후죽순 생겨나자 약사 단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동네 약국 붕괴와 약물 오남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첫 창고형 약국으로 알려진 ‘메가팩토리’가 지난해 6월 경기도 성남에서 문을 연 이후 창고형 약국이 1년 만에 약 40곳으로 늘었다. 메가팩토리의 경우 성남, 서울 금천구에 이어 올해 하반기 수도권에 세 번째 매장을 열 예정이다.
약국 대형화를 이끌고 있는 창고형 약국은 외국에 있는 드러그스토어와 비슷하다. 소비자가 쇼핑카트를 끌고 다니며 선반 위에 쌓여 있는 일반의약품, 건강기능식품, 화장품, 반려동물 의약품 등을 자유롭게 구매할 수 있다.
때문에 온라인에서 창고형 약국은 가격 경쟁력이 있고 매장이 넓다는 점에서 ‘약국계 코스트코’ 등으로 불리며 화제가 되고 있다. 또 대부분 늦은 시간까지 개장하고, 일부 창고형 약국은 쉬는 날조차 없다.
그 동안 국내에 대형 약국이 많지 않았던 데에는 약사법 영향이 컸다. 약사법은 약사나 한약사가 아니면 약국을 개설할 수 없고, 약사나 한약사도 하나의 약국만 개설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반면 현행 약사법은 약국 면적이나 취급 품목 수에 대한 제한이 거의 없다. 그래서 약사 한 명이 대표약사로 개설하고, 여러 명의 근무약사를 고용해 대형 매장을 운영하는 방식이 가능하다.
이같은 창고형 약국 등장에 대한약사회 등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일반인이 약사의 복약 지도 없이 무분별하게 의약품을 구매해 남용할 수 있고, 기존의 약국 생태계가 무너진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약사회는 지난해 12월 특정 지역의 창고형 약국에서 불법 마약 제조에 쓰일 수 있는 ‘슈도에페드린’ 함유 조제용 의약품이 매대에 대량 진열된 것을 확인했다며 우려를 표한 바 있다. 창고형 약국은 세세하게 복약 지도를 하기 어려워 의약품 오남용을 막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약사회는 “슈도에페드린 제제는 부작용과 오남용 가능성이 있다”며 “관리·감독이 필요한 의약품을 대량 진열해 파는 것은 국민 안전에 직접적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일선 약사들도 창고형 약국 확산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대한약사회가 지난 4월 발표한 창고형 약국 인근 535개 동네 약국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81.6%는 창고형 약국 문제가 ‘심각하다’고 답했다. 응답 약사의 65.5%는 창고형 약국 개설 이후 ‘방문 고객이 감소했다’고 답했으며, 55.8%는 ‘환자의 불만이 증가했다’고 답했다.
창고형 약국이 논란이 되자 국회에서는 창고형 약국의 명칭 변경을 염두에 둔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보건복지위원회는 지난 4월 약국 개설자가 고유 명칭으로 사용해서는 안 되는 표시를 명시한 약사법 일부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의 골자는 약국 기능을 왜곡하거나 의약품을 남용하게 할 우려가 있는 표시를 금지 대상에 추가하는 것이다.
개정안이 본회의에서 통과되면 ‘창고’, ‘메가’ 같은 표현을 약국 명칭에 쓰지 못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이미 창고형 약국 출현을 계기로 새로운 형태의 의약품 쇼핑을 경험한 소비자들이 늘어난 상황에서 약국 명칭 변경만으로 약국의 대형화 움직임에 제동을 걸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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