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개선 체감 안 되는데…물가 상승 우려만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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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전쟁 속 반도체 호조에 공급·수요 양쪽에서 물가 상승 압력↑
지표는 경기 회복 가리키지만 체감경기는 상대적으로 미진
한은, 금리인상 가능성 시사…연내 2회 이상 전망도
인플레 잡아야 하지만…"경기까지 잡을라" 우려도

  • 등록 2026-05-13 오전 5:00:04

    수정 2026-05-13 오전 5:00:04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반도체 등 특정 업종에서만 경기 회복이 두드러지고, 이 같은 온기가 내수로는 폭넓게 확대하지 않는 와중에 하반기 물가 상승이 본격화할 수 있다는 우려는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물가 상승 압력을 의식, 금리 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지만 자칫 실물 경기에 타격을 줄 수 있어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유가와 같은 원자재 가격 급등은 물론, 집세와 외식 물가와 같은 서비스 가격 상승까지 가세하며 물가를 크게 끌어올릴 수 있다고 경고하며 전방위적인 대비책을 주문하고 있다.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정부가 중동전쟁으로 인한 고유가·고물가 부담을 덜고자 소득 하위 70% 국민에게 1인당 10만~60만원을 지원하는 고유가 피해지원금 지급하기로 결정한 기운데 지난 2일 서울 동대문 청량리종합시장에 민생회복 소비쿠폰 사용가능을 알리는 문구가 부착돼 있다.

중동전쟁발 물가 상승 압력 누적…“물가 오를 것” 심리도 확산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2일 발간한 5월 경제동향 보고서를 통해 “원유 수송 차질로 생산 비용이 증가함에 따라 소비자물가 상승세가 확대됐으며, 기대인플레이션도 오르는 모습”이라며 “중동 전쟁 지속에 따른 경기 하방 위험이 존재한다”고 진단했다. 전반적인 생산 원가 상승은 기업의 이윤 축소로 이어지고, 제품 가격이 오를 경우 소비가 위축되면서 투자·고용이 줄어들 수 있어서다.

실제로 중동 전쟁 여파가 본격 반영된 지난 3월 생산자물가지수는 전월대비 1.6% 급등하면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직후인 2022년 4월(1.6%) 이후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고환율·고유가에 물류 차질까지 겹치면서 원자재 가격이 오르자 수입물가와 생산자물가가 급등하면서 소비자물가 상승 압력이 누적되고 있다.

지난달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6%로, 전월(2.2%)보다 상승폭이 확대되기도 했지만, 세부 항목을 뜯어보면 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는 더 커진다. 이승훈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개인서비스와 집세 등 수요측 물가 압력이 높아지는 신호가 포착됐다”고 했다.

공급측 요인인 유가는 최고가격제나 유류세 인하 등 정책으로 일정 부분 완충이 가능하고 일시적일 수 있지만, 서비스가격과 집세는 한번 오르면 쉽게 꺾이지 않아 물가를 올리는 구조적인 요인이 된다.

이에 정부의 물가 안정 대책과 채소·과일 가격 안정에도 소비자들이 생각하는 향후 물가 전망은 오히려 높아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일반인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1년 기대인플레이션율은 2월 2.6%에서 3월 2.7%, 4월 2.9%로 석 달 연속 올랐다.

기대인플레이션(물가 상승률 전망)이 높아지면 임금·납품단가·서비스 요금 인상 요구가 강해지면서 실제 물가를 다시 밀어 올리는 ‘자기실현적 예언’이 작동하기 쉽다. 물가 안정 당국인 한은이 기대인플레이션 관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KDI는 “석유류 가격 상승이 아직 근원물가로 본격 전이되지는 않았지만, 기대인플레이션이 2%대 후반으로 올라선 만큼 향후 임금 협상과 서비스 가격에 어떻게 반영될지가 관건”이라고 분석했다.

유가 상승의 2차 효과 역시 우려되는 부분이다. 류진이 KB증권 연구원은 “팬데믹 이후 기업들이 가격 인상의 폭보다는 빈도를 높이는 패턴으로 변화했다”며, 고유가의 2차 파급효과가 이르면 8월부터 본격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반도체만 잘 나가는데…물가 잡으려다 경기 잡을라

경기 지표 간 괴리도 뚜렷하다. 경기 방향을 예고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으나, 현재의 실물 경기를 나타내는 동행지수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것이 대표적이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3월 선행지수와 동행지수의 차이는 16년 만에 최대 폭으로 벌어졌다”며 “문제는 선행지수의 상승이 거의 전적으로 종합주가지수 하나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생산 지표를 봐도 반도체 등 특정 업종의 호조로 전체 생산지수는 상승했으나, 업종별 온기가 퍼지는 정도를 나타내는 생산확산지수는 광공업과 서비스업 모두 기준선인 50을 하회하고 있다. 전월대비 생산이 감소한 업종 수가 더 많다는 뜻이다. 이는 경기 회복의 모멘텀이 전체 산업으로 확산되지 못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며, 과거와 달리 수출 호조가 내수로 이어지는 ‘낙수효과’가 미미하다는 방증이다.

결국 한은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건설·제조·일부 서비스업 등에서 회복이 더딘 가운데 인플레이션 우려가 먼저 고개를 들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재정 여력 확대도 수요측 물가 압력을 키울 수 있다. 이를 제어하기 위해 금리 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으나, 자칫 회복세가 더딘 실물 경기에 찬물을 끼얹을 우려도 있는 상황이다.

한은이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한 가운데, 시장에선 하반기 2회 인상 전망도 나온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한은의 공식적인 정책 전환 시그널이 시작되면서 3분기 금리 인상이 유력해졌다”며 “3분기와 4분기 25bp(1bp= 0.01%포인트)씩 인상하거나 두번째 인상이 지연되더라도 내년 1분기에는 기준금리가 3%에 도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조영무 NH금융연구소장은 “기본적으로 물가 상승 압력이 계속 누적되고 있고 시간이 지나면서 더 크게 나타날 가능성이 있어 하반기 이후 한은의 통화정책에 있어 인플레이션이 중요한 변수가 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봤다. 그는 “한은과 정부 모두 물가 안정을 위해 할 수 있는 노력을 다 해야 한다”면서 “즉각적인 효과를 낼 수 있는 대책을 포함해 유통이나 마진 개선 등 구조적인 비용 상승 요인을 점검하고 한정된 재정 지출 역량을 선별해서 그 효율성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쪽에 신속하게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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