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달러, 코인, 전쟁’
패권국美의 새로운 무기, 스테이블코인
트럼프 “인터넷 이후 가장 위대한 혁명”
금융·무역전쟁·지정학 충돌 무대 등극
글로벌 금융시장을 휩쓸던 비트코인의 가치가 속절없이 추락하고 있다. 탈중앙화와 블록체인이 기존의 금융 질서를 대체할 것이라던 전망은 온데간데없고, 투자자들의 관심도 반도체와 인공지능(AI) 관련 주식으로 옮겨간 지 오래다.
이런 가운데 블록체인 기술이 비트코인이 아닌 달러의 가치를 떠받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와 주목받고 있다. 신간 ‘달러, 코인, 전쟁’은 디지털 시대에도 달러 패권이 더욱 공고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를 스테이블코인을 중심으로 설명한다.
스테이블코인은 미국 달러나 유로 같은 법정화폐의 가치에 연동돼 항상 일정한 가격을 유지하도록 설계된 가상자산이다. 저자는 스테이블코인이 단순한 가상화폐가 아니라 미국이 달러 패권을 유지하고 확장하는 새로운 전략적 도구라고 주장한다.
책은 ‘왜 위기의 순간 사람들은 비트코인이 아니라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을 선택하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한다. 외환시장이 모두 닫힌 늦은 밤에 계엄령이 선포되자 한국인들은 24시간 돌아가는 가상화폐 시장에서 발빠르게 달러 스테이블코인인 테더(USDT)로 몰려들었다. 2023년 아르헨티나의 인플레이션, 2024년 튀르키예의 리라화 폭락 때도 각국 투자자들은 같은 선택을 내렸다. 불안정한 자국 정부의 통제에서 벗어나는 동시에, 본인의 자산 가치를 달러라는 안정적인 화폐에 맡길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처럼 USDT 같은 가상화폐가 달러를 대체하면 미국의 금융시장 통제력이 약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으나 미국 정부는 스테이블코인 국가혁신법(GENIUS Act·지니어스 액트)을 제정해 대응했다. 미·중 간 갈등으로 미국 국채 가격이 하락하던 와중에, 국채 가격을 방어하는 동시에 달러의 외부 유출을 방지하는 묘안을 찾아낸 것이다. 지니어스 액트에 따르면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는 기관은 발행량만큼의 미국 단기채를 보유해야 하며, 자금세탁 방지와 고객 신원 확인 등의 의무를 가진다.
이는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통신망이 국제 정치의 무기로 활용되는 과정과 일맥상통한다. 전 세계 200여 개국 간 국제 송금망인 스위프트는 서구권이 이란·북한·러시아 등 적대국을 배제하면서 국가 경제에 막대한 타격을 주는 수단으로 쓰이고 있다. 결국 저자는 달러가 이동하는 통로만 스위프트에서 블록체인으로 바뀌었을 뿐, 미국이 신냉전 시대에 달러 패권을 유지하는 모습은 그대로라는 결론을 내린다.
고승연·이동현 지음, 알에이치코리아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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