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고객의 대출정보 등을 동의 없이 계열사에 넘긴 이유로 예가람저축은행과 고려저축은행에 내린 약 20억원 규모의 과징금 처분을 취소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재판장 최수진)는 예가람·고려저축은행이 금융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과징금 부과처분 취소 소송에서 지난 2월 원고 승소 판결했다. 두 저축은행은 태광그룹 계열 금융사다.
예가람저축은행은 2019년 12월부터 2021년 11월까지 대주주 관계사에 경영현황을 보고하는 과정에서 고객 63명의 대출실행 금액, 대출기간, 금리, 연대보증인 등 개인신용정보 77건을 동의 없이 제공했다. 고려저축은행도 같은 이유로 2018년 4월부터 2021년 11월까지 고객 71명의 신용정보 71건을 당사자 동의 없이 넘겼다.
금융위는 두 회사가 신용정보법을 위반했다고 보고 2024년 12월 예가람저축은행에 10억3400만원, 고려저축은행엔 9억4800만원의 과징금을 매겼다. 원고는 이에 반발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관련법상 ‘개인신용정보’에 해당하려면 제공된 정보가 개인의 신용을 판단하기 위해 활용돼야 하는데, 원고들은 단순 ‘법률 자문’ 목적으로 계열사에 정보를 넘긴 만큼 위법 소지가 없다고 항변했다.
법원은 예가람·고려저축은행이 잘못을 저지른 건 맞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계열사에 제공한 정보가)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있는 정보 또는 다른 정보와 쉽게 결합해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있는 정보임이 명백하다”며 “원고들의 의도나 목적과 무관하게, 계열사 등에 의해 신용정보 주체가 동의한 목적 및 이용범위를 초과해 오·남용될 위험이 발생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과징금 액수가 지나치게 과도하다고 봤다. 개인정보 제공 건수가 각 70여건으로 많지 않은데다, 두 저축은행이 이를 통해 부당이득을 취했거나 고객에게 2차 피해를 입힌 사실도 없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개인신용정보 무단 제공 사건과 비교할 때 위법성이나 비난 가능성이 상당히 낮다”는 게 법원의 결론이다.
재판부는 “과징금이 위반행위에 의해 얻은 불법적인 경제적 이익을 박탈하는 성격을 갖고 있는 점에 비춰 보면, 매출액을 기준으로 산정된 과징금을 그대로 부과하는 것은 다소 과다한 측면이 있다”며 “금융위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 소지가 있으므로, 과징금 처분은 취소돼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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