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회담을 발판 삼아 고려아연이 세계 최대 방산기업 미국 록히드마틴에 전략 광물인 게르마늄을 장기 공급하기로 했다. 희소 금속 분야에서 한국과 미국이 협력하는 첫 성공 사례로 고려아연이 한·미 산업안보 협력의 주요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고려아연은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록히드마틴과 ‘게르마늄 공급·구매 및 핵심 광물 공급망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맺었다고 26일 발표했다.
게르마늄은 야간투시경, 열화상 카메라, 태양전지판, 반도체 소자 등 방위·우주·반도체 산업의 핵심 소재이자 전략 광물이다. 세계 정제 생산량의 68%를 차지하는 중국이 지난해 8월부터 수출 규제에 나서면서 미국과 한국 등 동맹국은 ‘탈중국’ 공급망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협약에 따라 고려아연은 중국 북한 이란 러시아를 제외한 국가에서 가져온 게르마늄을 제련해 우선 구매권을 확보한 록히드마틴에 공급한다. 양사는 장기 구매 조건 등을 조속히 논의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고려아연은 울산 온산제련소에 약 1400억원을 투자해 연간 10t 규모의 고순도(순도 99.999%) 게르마늄 생산 공장을 새로 짓기로 했다. 2028년 상반기부터 상업생산에 들어가면 국내 유일의 게르마늄 생산 기업이 된다.
고려아연은 미국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경제안보 담당 라인과 ‘핫라인’도 구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 전략자산 공급망의 주요 파트너로 인정받은 셈이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록히드마틴과의 협력은 한·미 전략 파트너십을 공고히 다지는 동시에 경제안보 차원의 민간 기여를 확대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산업계에선 성과를 낸 최 회장이 존재감을 키우면서 진행 중인 경영권 분쟁에서 다소 유리한 위치를 차지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김진원 기자 jin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