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日 여행 가는데 어쩌나"…'대지진 예언설' 커지는 공포 [이슈+]

1 day ago 5

2022년 일본 후쿠시마현 소마시에 있는 한 건물이 강진으로 폭삭 주저앉은 모습(기사와 무관 ) / 사진=연합뉴스

2022년 일본 후쿠시마현 소마시에 있는 한 건물이 강진으로 폭삭 주저앉은 모습(기사와 무관 ) / 사진=연합뉴스

다가오는 여름휴가 시즌, 일본 여행을 고민 중인 이들 사이에서 '지진 공포'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특히 올해 7월로 특정된 '대지진 예언설'과 일본 정부가 공식 발령한 '난카이 해구 대지진 임시 정보'가 맞물리며 불안을 키우는 양상이다.

특히 일본과 가장 인접한 나라인 한국에서도 일본 여행을 둘러싼 논쟁이 격화되고 있다. 누리꾼들은 지진 발생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시나리오를 공유하고 있다.

◆한국 커뮤니티 '들썩'… "비행기 취소하란 엄마 말 들을까"

지난해 일본 이시카와현 노토반도 지역에서 수십 차례 지진이 발생한 가운데, 당시 지진으로 인해 뒤틀린 보도블록 모습이 담긴 영상/출처=온라인커뮤니티

지난해 일본 이시카와현 노토반도 지역에서 수십 차례 지진이 발생한 가운데, 당시 지진으로 인해 뒤틀린 보도블록 모습이 담긴 영상/출처=온라인커뮤니티

16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7월에 일본 여행 가려 했는데 지진 때문에 무섭다", "예언 일이 7월이라는데 그 전후로는 피해야 할까", "엄마가 비행기 취소하라고 했다"는 등의 실시간 고민이 쏟아지고 있다.

실제로 일부 이용자들은 ‘지금이라도 안전을 위해 일정 변경을 고려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누리꾼들은 "일단 일본 여름 여행 원래도 더운데 지진까지 겹치면 너무 위험할 듯 갈 이유가 없다", "취소 수수료 아깝지만, 안심이 우선"이라는 의견을 내비치기도 했다.

한 커뮤니티에서 "예언자한테 들었는데 일본 대지진으로 국토의 3분의 2가 가라앉고, 우리나라도 쓰나미로 남동부가 침수될 수 있다. 전기, 수도, 통신이 모두 끊기니 최소 2주 치 식량을 준비해야 한다. 일본은 국가 운영이 어려워져 결국 대한민국의 식민지가 된다"는 확인되지 않은 주장의 글이 올라오며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이를 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도 나타났다.

다만 국내 여행업계는 현재까지 뚜렷한 변동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모두투어 관계자는 "난카이 지진 관련 이야기는 지난해에도 있었고, 올해 역시 5월 초부터 다시 언급되긴 했지만, 실제로 일일 예약률에 의미 있는 변동은 없었다"며 "과거에도 '지진운' 등의 사진이 퍼지며 이야기가 나왔지만, 예약 취소율이 급증하는 현상은 없었다. 신규 예약 시 관련 문의가 가끔 있긴 하지만, 그 또한 많지 않은 수준이고, 난카이 지진 이슈로 인해 예약 유입이 감소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일본 대지진설이 돌고 있지만, 일본 예약 취소율은 예년과 비슷한 수준"이라며 "예언 이슈로 인해 유의미한 감소세는 관찰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日 정부가 가장 우려하는 '난카이 대지진'…30만명 사망·1.5경엔 피해 예상

출처=온라인 커뮤니티, NHK

출처=온라인 커뮤니티, NHK

일본 정부가 현재 가장 우려하는 재난 시나리오인 '난카이 트로프 대지진'은 시즈오카 앞바다에서 시코쿠 남부, 규슈 동부 해역까지 이어지는 난카이 해구에서 발생하며, 규모는 8~9에 달하는 초대형 지진으로 예측된다.

이 지역은 100~150년 주기로 대지진이 반복돼왔고, 일본 정부는 향후 30년 이내 발생 확률을 70~80%로 공식 경고한 바 있다.

일본 내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최악의 경우 사망자 30만 명, 건물 피해 209만 채, 경제적 피해는 최대 1.5경 엔(한화 약 150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해당 지역에 원전이 다수 위치하고 있어, 방사능 유출 가능성도 우려된다. 일본 정부는 이에 550조 원 규모의 방재 예산을 투입했지만,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비율은 전체의 25% 수준에 그칠 것으로 평가된다.

불안을 더욱 키운 것은 최근 들어 실제 지진이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2024년 8월과 2025년 4월, 일본 미야자키현 해역에서는 각각 규모 7.1과 6.0의 지진이 발생했다. 이를 계기로 일본 기상청(JMA)은 '난카이 해구 지진 임시 정보(거대 지진 주의)'를 처음으로 발령했다. 해당 제도는 2019년부터 운용돼 왔지만, 실제 발령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상청은 "평소보다 몇 배 거대 지진 발생 확률이 높아진 상태"라면서도 "지진이 임박했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 임시 정보는 규모 6.8 이상의 지진이 특정 해역에서 관측되면 전문가 평가 검토회를 거쳐 '주의' 또는 '경계' 단계로 발령된다.

'내가 본 미래' 만화/사진=일본 마이니치신문

'내가 본 미래' 만화/사진=일본 마이니치신문

한 일본 만화가의 예언도 지진 시나리오에 불을 지폈다. 일본 만화가 타츠키 료는 1999년 출간한 '내가 본 미래'에서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을 예언한 인물로 주목받았다. 그는 2021년 후속작에서 "진짜 재앙은 2025년 7월"이라는 내용을 추가했고, 이 구절이 홍콩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확산하며 루머로 번졌다.

이 여파로 일본행 항공편을 줄인 항공사도 나왔다. 저가 항공사 그레이터 베이는 센다이 노선을 주 4편에서 2편으로, 도쿠시마 노선은 주 3편에서 2편으로 축소 운항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 기상청은 "특정 날짜에 지진이 발생할 것이라는 예언은 과학적으로 근거가 없다"며 선을 그었다. 노무라 류이치 기상청장은 "현재 재해 발생 징후는 없다. 불확실한 정보에 휘둘리지 말라"고 강조했다.

◆"지진은 예언이 아닌 대비의 영역"…전문가들 한목소리

사진은 기사와 관계 없음/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은 기사와 관계 없음/사진=게티이미지뱅크

국내 전문가들도 과도한 공포심보다는 체계적인 대비가 필요하다며 "지진은 예언이 아니라 대비의 영역"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승섭 충남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는 "지진은 발생 후에야 전진·본진·여진을 구분할 수 있기 때문에 정확한 예측은 매우 어렵고, 결과론적으로 해석되는 경우가 많다"며 "난카이 해구는 태평양과 필리핀해 방향으로 열린 구조라 일본은 직접적 피해가 클 수 있지만, 한국은 지진 발생 위치와 지각판 구조상 직접적인 피해 가능성은 낮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다만 동남부 지역에서 진동이 감지될 수 있으며, 쓰나미 가능성은 상황에 따라 충분히 대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해외여행 취소 여부를 고민하기보다는 현지의 재난 대응 체계와 공식 경보 정보를 주기적으로 확인하고,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여행 전에는 응급 대피 요령 숙지, 대피소 위치 확인, 식수 및 비상식량 확보 등 최소한의 준비만으로도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일본 기상청, 외교부 해외안전여행 사이트, 한국기상청의 해외지진 정보 시스템 등을 통해 실시간 정보를 확인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안전한 여행의 기본이라는 조언도 뒤따른다.

한 기상 전문가는 "지진의 시점을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지만, 정보를 올바르게 이해하고 행동으로 옮기는 태도가 피해를 줄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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