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세처분 억울한데…90일 기한 지나도 불복할 수 있나요?" [오광석의 Tax&Biz]

3 weeks ago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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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조사가 끝나면 열에 아홉은 어김없이 납세고지서가 날아온다. 법률용어로는 '부과처분', '과세처분'이라 한다. 납세자 입장에선 여기에 동의하는 경우도 있겠으나 견해를 달리할 수도 있다. 세금을 걷는 쪽과 내는 쪽의 생각은 다르기 마련인 까닭이다. 법률이 과세처분의 당·부당을 다툴 기회를 납세자에게 보장한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그러나 억울하다해서 기한을 막론하고 억울함을 호소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과세처분을 받은 날로부터 90일 이내에만 가능하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90일 내로 조세심판 등 전심절차를 거친 후 그 결정을 받은 날로부터 90일 동안 법원에 소를 제기할 수 있다.

대법 "불복 기한 후에도 환급 가능"

문제는 이 90일 제한 때문에 납세자가 곤란한 상황에 빠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회사나 개인이 사업이나 생업에 열중하다 보면 그 90일을 놓칠 수도 있어서다. 90일이 지나면 납세자 주장이 법적으로 아무리 타당하다 해도 법원 판단을 받을 길이 없다. 소송을 제기하더라도 실체적 내용 검토 없이, 단지 90일이 지났다는 이유만으로 각하되기 때문이다.

90일 제한이 부당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행정처분을 조속히 확정해 법률관계의 안정을 꾀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그 자체로는 정당하다는 게 일반적인 이해다. 그래서 90일이 지나면 납세자는 더 이상 보호받을 수 없고, 결국 포기할 수밖에 없다는 오해가 있었다.

그러나 최근 대법원이 확인한 바와 같이 90일 후에도 납세자 권익을 실질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길이 존재한다(대법원 2024. 6. 27. 선고 2021두39997 판결). 예를 들어 납세자가 세금 100만원을 신고했으나 과세 관청이 쟁점 A를 이유로 20만원을 부과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는 몰라도 납세자가 부과된 20만원에 대해 90일 내 불복하지 않아 20만원을 환급해달라는 취지의 소를 법원에 제기할 수 없게 됐다. 예전 같으면 20만원을 환급받을 길이 막혔다고 생각하고 포기했을 것이다.

'경정청구' 통한 납세자 보호 가능

하지만 신고된 세금 100만원에 관한 경정청구 기간이 남아 있는 한, 세금 20만원의 부과 사유가 된 쟁점 A의 위법성을 이유로 들어 20만원 환급을 구하는 경정청구를 통하면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납세자가 당초 신고된 세금 100만원 중 20만원의 경정청구를 구하면서 부과 처분의 사유가 된 쟁점 A가 잘못됐다고 주장해도 된다는 얘기다. 경정청구 기간은 통상 5년으로, 소를 제기할 수 있는 기간(90일)에 비하면 엄청나게 길다.

경정청구라는 방식이 있다 해서 90일로 규정된 소 제기 기한이 의미가 없다고 오해해선 곤란하다. 케이스를 조금 바꿔 당초 신고된 세액이 10만원이라 하자. 그 후 쟁점 A를 이유로 20만원이 부과됐고, 불복 제기 기한 90일은 지난 상태다. 이런 경우 납세자가 쟁점 A의 위법성을 들어 경정청구할 수 있는 금액은 그 10만원에 그친다. 90일이 지난 이상 20만원 부과 처분에 관해선 더는 환급을 구할 수 없고, 경정청구 기간이 남아 있는 신고 세액 10만원에 대해서만 환급을 구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이 경우 역시 소 제기 만료 후 한 푼도 환급받을 수 없는 건 아니다. 납세자의 권익이 그만큼 보호된다고 할 수 있다.

경정청구 방식을 통한 납세자 구제는 법리와 상식 측면에서 모두 타당하다. 이번 대법원 판결로 소 제기 기한 90일이 지나면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한다는 식의 오해는 없어질 전망이다. 납세자는 법리적으로 다툴 수 있는데 실수로 90일을 놓쳤다거나 90일이 지난 후에야 법원 해석 등이 변경돼 당초 처분이 위법하게 된 경우 등 이미 불복 기한이 도과된 처분에 대해 납세자는 낙담하거나 포기해선 안 될 것이다. 기존에 신고한 세금의 범위 내에서 경정청구 방식으로 환급을 받을 수는 없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

오광석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 I 2015년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졸업 후 김앤장법률사무소에 합류했다. 세무조사 및 조세쟁송(심판 및 소송), 일반 조세자문, 관세자문 등에서 다수의 국내외 기업을 대리하고 자문을 제공하고 있다. 국제조세, 법인세, 부가가치세 영역에서 의미 있는 사건들을 자문하며 다수의 환급을 이끌어냈고, 조세형사 쟁점도 전문적으로 다뤄 왔다. 오 변호사는 세법학회, 지방세학회, 국제조세협회(IFA) 등 조세 관련 학회에서도 발표자 및 토론자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IFA 산하 청년 조직인 YIN(Young IFA Network) 창립 멤버로, 올해 10월부터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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