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부메랑 맞은 美, 해고·무역적자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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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풍향계' UPS "2만명 해고
美서 73개 물류시설 폐쇄할 것"
관세 예고 뒤 3월 무역적자 최대
물류→제조·소매 '충격파' 조짐트럼프, 일자리 늘린다더니…

미국 내 일자리 창출을 앞세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취지와 달리 미국 기업들이 대규모 감원에 나서고 있다. 물류업체 특성상 경기 흐름을 가장 먼저 반영하는 ‘경기 풍향계’ UPS가 2만 명 규모 감원 계획을 내놓자 고율 관세 여파에 따른 고용 축소가 본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무역적자를 줄이겠다는 트럼프 행정부 목표와 달리 3월 무역적자는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UPS는 29일(현지시간) 연내 전 세계 인력의 4%에 해당하는 2만 개 일자리를 감축하고, 6월까지 미국 내 물류 시설 73개를 폐쇄하겠다고 밝혔다. 관세에 따른 불확실성 탓에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나선 것이다. UPS는 수익성이 큰 미·중 노선 수요 약화를 우려하며 연간 35억달러(약 5조원) 비용 절감을 목표로 세웠다. 미국 정부가 중국산 제품에 145% 고율 관세를 부과한 이후 중국발 미국행 컨테이너 예약 건수는 급격히 감소했다. 이에 따라 UPS 주가는 올 들어 이날까지 23% 급락했다.

UPS는 수익성이 낮은 물류 거래부터 축소하고 있다. 최대 고객 아마존과의 거래 축소는 이번 감원의 직접적 배경이 됐다. UPS는 내년 6월까지 아마존에서 수주하는 물량을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캐럴 톰 UPS 최고경영자(CEO)는 “아마존 물량은 수익성이 낮고 UPS 네트워크와도 맞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 100년 동안 세계는 이처럼 막대한 잠재적 영향에 직면한 적이 없다”며 “관세가 주요 불확실성 요인으로 부상한 지금 비용 절감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강조했다. UPS는 불확실성을 반영해 올해 실적 전망(가이던스)을 내놓지 않기로 결정했다.

UPS의 감원 조치로 미국 자산운용사 아폴로는 최근 제시한 관세 충격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폴로는 5월 초중순부터 중국발 미국행 컨테이너선 운행이 중단되고, 5월 말에는 미국 내 트럭 운송 수요가 멈춰 상점 진열대가 빌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6월 초부터 물류·소매 업계에서 해고가 잇따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물류를 넘어 제조·소매 업종으로 충격이 확산하는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강력한 관세 조치에도 미국의 3월 상품 무역적자는 전월 대비 9.6% 급증한 1620억달러(약 230조원)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수출은 전월 대비 1.2% 증가한 1808억달러에 그친 반면 수입은 같은 기간 5% 늘어난 3427억달러로 역대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소비재 수입이 같은 기간 27.5% 급증했다. 관세 발효 전 기업이 재고를 확보한 것이 무역적자를 늘린 주원인이라는 분석이다.

미국 경제 전반에 걸쳐 경기 둔화 조짐도 뚜렷해지고 있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3월 구인 건수는 719만2000건으로 6개월 만에 최저치를 찍었다. 소비자 심리도 크게 위축됐다.

임다연 기자 all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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