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학력 고소득층이 많은 유대계는 미국의 상층부에 대거 진출했다. 특히 뉴욕에서 그 위상이 막강하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겸 뉴욕주 상원의원, 세계 최대 사모펀드 블랙스톤의 스티브 슈워츠먼 최고경영자(CEO) 겸 회장, 아서 그레그 설즈버거 뉴욕타임스(NYT) 회장 겸 발행인, 제시카 티시 뉴욕 경찰청장,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 시장 겸 블룸버그통신 창업자, 로이드 블랭크파인 골드만삭스 명예회장 겸 전 CEO 등이 모두 유대계다. 정치인이라면 유대계 표심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미 유대계는 공화당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수자에게 우호적이라고 여겨지는 민주당을 줄곧 지지했다. CNN방송-에디슨리서치의 출구 조사에 따르면 2024년 미 대선에서도 유대계 유권자의 78%가 민주당에 투표했다.
올 1월 뉴욕의 첫 무슬림 수장에 오른 조란 맘다니 시장은 다르다. ‘민주당은 유대계와 통한다’는 오랜 정치 공식을 정면으로 거부한다. 그는 시장 당선인 시절 “팔레스타인을 탄압하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뉴욕에 오면 체포하겠다”고 했다. 올 5월 31일 전임자들이 관례로 참석했던 ‘이스라엘의 날’ 행사에도 불참했다.예루살렘포스트 등 이스라엘 언론은 이런 그를 ‘세련된 반(反)유대주의자’로 본다. 겉으로는 ‘이스라엘이라는 국가의 반팔레스타인 노선을 반대한다’고 하지만 실은 유대계 전체에 부정적이라는 것이다.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은 최근 뉴욕주의 연방 하원의원 후보를 선출하기 위한 당내 경선을 실시했다. 맘다니 시장이 지지한 반이스라엘 성향의 후보 3명이 당의 주류 후보를 모두 꺾었다. 이 중 브래드 랜더 전 뉴욕시 감사관은 유대계이면서도 미국의 일방적인 이스라엘 군사 지원 등을 반대한다.
맘다니 시장이 민주당 내부의 변화를 상징한다면 유대계 유권자 또한 과거와 다른 움직임을 보인다. 특히 젊은 유대계는 이스라엘에 강한 소속감을 느끼지 않고 민생을 중시한다. 유대계인 도브 히킨드 전 뉴욕주 하원의원은 지난해 11월 뉴욕 시장 선거에서 맘다니 시장의 ‘임대료 동결’ 정책 등을 지지한 상당수 젊은 유대계가 그를 찍었다고 진단했다.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뉴욕을 넘어 워싱턴 중앙 정계에도 영향력을 확대 중인 맘다니 시장을 ‘공산주의자’라고 혹평한다. 이런 대통령 못지않게 맘다니의 급부상에 당혹감을 느끼는 세력은 슈머 대표 같은 민주당 지도부다.중간선거, 2028년 대선 등 전국 단위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도층으로의 외연 확장이 필수다. 부유세, 무상 교육 및 교통, 반이스라엘 정책 등을 외치는 맘다니 시장의 당내 입지가 커질수록 중도층과 멀어질 수도 있다는 점이 민주당의 딜레마다. 맘다니 시장이 불을 붙인 민주당 내 친(親)이스라엘, 반이스라엘 논쟁 또한 앞으로도 상당 기간 미 정치권을 뒤흔들 것이다.
하정민 국제부 차장 de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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