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 집값 차익 25억 대 0, K-양극화의 단면
주식 팔고 사 떼돈 벌어도 세금은 없어
시장은 과열인데 소득 있어도 과세 없어
번영과 불공정이 뒤섞인 한국판 도금 시대
한 총리가 그 집을 산 1년 뒤 문재인 정부가 집권해 집값이 급등했다. 한 후보자는 양도세를 내고도 집을 구입한 22억5000만 원보다 많은 25억 원 이상을 벌었다. 그것도 다주택자 중과 유예 조치가 종료되기 전에 파느라 시세보다 4억∼5억 원을 싸게 팔아서 그렇다. 문재인 집권기를 거치면서 벼락거지가 된 사람들이 많다. 세후 25억 원 대 0원, K-양극화의 극적인 단면이다.
한 총리는 다주택자이고 다주택자 중과가 적용되는 지역에 집을 뒀다. 다주택은 장특공제가 적용되지 않는 데다 2주택이면 기본세율에 20%포인트, 3주택 이상이면 기본세율에 30%포인트가 부가된다. 한 부총리는 4주택자였으므로 기본세율에 30%포인트가 부가된다. 양도차익 30억 원의 기본세율은 45%이고, 여기에 30%포인트를 부과하면 75%다. 다주택자 중과가 적용됐다면 한 부총리는 22억5000만 원의 세금을 내야 했다. 한 총리가 그 돈을 세금을 냈더라도 어떤 사람은 평생 벌어도 못 벌 7억6000만 원의 차익을 챙길 수 있었다. 그것으로도 모자라 25억 원을 안겨다 주는 것이 우리나라 부동산 세제다.
한 총리가 미안한 마음을 가져야 하겠지만 그의 잘못은 아니다. 한 총리만 그런 불로소득을 얻은 것이 아니라 적지 않은 사람들이 그런 불로소득을 얻었다. 잘못은 집값의 급격한 상승을 막지 못한 문재인 정부와 집값 상승 이후 제대로 세금 징수도 못 한 윤석열 정부에 있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는 문재인 정부에서 결정됐으나 시행되기 전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유예했다. 문 정부는 올라가는 집값을 잡지 못해 무능한 정부였지만 윤 정부는 놔두면 떨어질 집값조차 막아 세운 탐욕자들의 정부였다.이재명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 대표이던 2024년 11월 윤석열 정부가 추진한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에 손을 들어줬다. 윤 정부 일에 사사건건 발목을 잡았지만 금투세 폐지만은 찬성했다.
주가가 8,000 선을 넘어 상승한 것은 인공지능(AI) 전환으로 인한 반도체 호황기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지, 금투세가 폐지돼서도 아니고 이 대통령이 취임해서도 아니다. 금투세가 폐지되지 않았더라도, 또 윤 대통령이 쫓겨나지 않았더라도, 또 이 대통령이 특정한 주가 목표 수치를 언급해 하방 리스크를 완화하지 않았더라도, 국민연금기금이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내부 규정을 바꿔 가면서까지 국내 주식 보유분을 늘리지 않았더라도, 또 국내 주식 투자 조건으로 해외 주식 양도세를 비과세하지 않았더라도 주가는 반도체 수익에 대한 기대만큼 올랐을 것이다. 오히려 이 정부의 선 넘은 주가 부양의 노력이 주가를 오버슈팅하게 해서 환율과 물가 상승의 부작용을 낳고 있다.
금투세는 주식 채권 등으로 5000만 원 이상을 번 사람에게 이익의 20∼25%를 과세하는 제도다. 장기 보유자에 대한 공제 혜택만 충분하다면 합리적이고, 선진국에는 다 있다. 지금은 5000만 원 이상 번 개미도 적지 않지만 그런 액수는 대개 큰손들이나 버는 것으로 큰손들에게 부과되는 세금이다. 충분히 예고도 됐다. 이 대통령은 우리 경제의 유동성의 실체도 잘 모른 채 부동산 시장에 넘치는 유동성을 주식 시장으로 유도한다는 망상에 사로잡혀 금투세 부과의 절호의 기회를 놓쳤다.한편에서는 부동산으로 번 떼돈을 주식에 투자해 다시 떼돈을 번 뒤 그 돈으로 다시 떼돈을 벌려고 부동산에 투자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무력하게 질시의 눈으로 지켜만 보고 있다. 번영과 불공정이 뒤섞인 한국판 도금 시대(Gilded Age), 의역하면 위화감의 시대다. 소득 있는 곳에 과세 있다는 원칙은 근로소득에나 적용되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을 버는 거야 누가 뭐라 하겠는가. 다만 돈을 벌었으면 합당한 세금을 내야 한다. 일해서 번 것도 아닌 불로소득이라면 더욱 그렇다.윤 대통령은 부동산 시장을 아는 체했고 이 대통령은 주식 시장을 아는 체했다. 부동산이나 주식 시장은 하늘의 구름이 흩어지고 모이는 것 같아서 전문가라도 예측하기 어렵다. 멀리 보고 원칙을 따를 수밖에 없다. 사회가 원칙에 따라 어렵게 합의한 것까지 멋대로 유예하고 폐지하니 사회가 깨지는 게 아니겠는가.
송평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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