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1기 때의 ‘사익 추구’ 논란이 주로 부동산 자산과 연계됐다면, 2기는 가상화폐가 핵심이다. 미 정부윤리청의 재산공개 보고서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기 취임 첫해인 작년에만 22억 달러(약 3조4000억 원)의 수입을 올렸다. 이 중 14억 달러가 가상자산 사업으로 번 돈이었다. “가상화폐 사업가이자 최고 정책 결정권자로서 엄청난 횡재를 했다”, “미국 사회 계약에 대한 배신”이라는 등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트럼프의 자산 증식은 실제 자신이 주도한 정부 정책의 덕을 톡톡히 봤다. 트럼프는 작년 1월 취임 사흘 만에 가상자산에 대한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동시에 암호화폐 위험성을 통제했던 조 바이든 정부의 행정명령을 취소해 버렸다. 트럼프 취임 후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 가격이 폭등했던 게 그 때문이다. 트럼프는 대선 캠페인이 한창이던 전해 9월 두 아들과 함께 이미 월드 리버티 파이낸셜(WLF)이라는 가상자산 플랫폼을 이미 설립한 상태였다.
▷애먼 피해자들도 속출했다. ‘알트5시그마’라는 나스닥 상장사는 작년 여름 WLF가 발행한 암호화폐 7억5000만 달러어치를 매입했다. 트럼프 일가는 단숨에 5억 달러를 손에 쥐었는데, 이후 코인 가격 폭락으로 알트5시그마는 주가 1달러 미만의 ‘동전주’가 됐다. 또 다른 코인인 ‘$트럼프’ 역시 출시 직후 74달러까지 올랐다가 지금은 2달러 미만에 거래되고 있다. 투자자가 쪽박을 찬 사이 트럼프가 챙긴 돈은 6억 달러가 넘는다.▷미국은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정부 고위 관료나 의원들에게 이해충돌 여지가 있는 주식이나 사업체의 ‘백지신탁’을 의무화하고 있다. 그러나 대통령과 부통령은 직무 범위가 넓다는 이유로 의무 대상에서 제외했다. 물론 지미 카터, 조지 W 부시, 버락 오바마 등 관례에 따라 자산을 외부에 맡긴 대통령들이 많았다. 하지만 트럼프는 “나는 내 비즈니스를 운영하면서 동시에 정부를 완벽하게 이끌 수 있다”고 호언장담했다. 정부 운영은 논외로 치고, 적어도 비즈니스 하나만은 완벽하게 이끌었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김창덕 논설위원 drake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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