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활한 태양광단지·야생화초원 공존…'화석연료 제로' BMW 헝가리공장 가보니 [현장+]

4 days ago 3

BMW그룹 헝가리 데브레첸 공장 전경. 사진=BMW그룹

BMW그룹 헝가리 데브레첸 공장 전경. 사진=BMW그룹

지난 9일(현지시간) 헝가리에 위치한 BMW 데브레첸 공장. 이곳에 들어서자 수백면이 족히 넘어보이는 주차면에 한 라인마다 전기차 충전기 4개 이상씩 설치된 것부터 눈에 띄었다. 순수 전기차 생산을 위해 특별히 설계된 공장임을 실감케 하는 광경이었다.

헝가리 제 2의 도시이자 북동부 데브레첸에 위치한 이 공장은 400만㎡가 넘는 대규모 부지에 조성됐다. BMW그룹 '노이어 클라쎄'의 첫 번째 모델 뉴 iX3가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 생산될 예정이다.

BMW그룹 헝가리 데브레첸 공장 전경. 사진=BMW그룹

BMW그룹 헝가리 데브레첸 공장 전경. 사진=BMW그룹

에너지 먹는 '하마' 도장 공정 확 바꿨다

BMW 헝가리 공장의 특징은 정상 가동시 화석연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100% 재생에너지를 활용한다는 것이다. 데브레첸 공장은 설계 단계부터 탄소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도록 설계됐다.

광활한 태양광단지에 야생화 초원까지…'100% 재생에너지' BMW 헝가리공장 가보니 [현장+]

비결 중 하나는 최첨단 친환경 '도장 시설'에 있다. 도장 공정은 차에 색을 칠하는 과정이다. 일반적으로 페인트를 말리기 위해 180도 넘는 고온이 필요해 화석연료인 가스를 사용하곤 한다. 하지만 BMW는 도장 공정에 사용되는 에너지를 획기적으로 줄이기 위해 재생에너지를 활용하는 방법을 택했다.

BMW그룹 헝가리 데브레첸 공장서 가스가 아닌 전부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전기로 도장 공정이 진행되는 모습. 사진=BMW그룹

BMW그룹 헝가리 데브레첸 공장서 가스가 아닌 전부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전기로 도장 공정이 진행되는 모습. 사진=BMW그룹

사용되는 재생에너지 중 하나는 태양광 에너지다. 공장 전체 연간 전략 수요의 25%가 태양광에서 발생된다. 이를 위해 공장 내 50만㎡가량을 태양광 발전 시스템으로 채웠다. 공장을 가동하지 않는 날 생산되는 잉여 태양광 에너지는 열에너지 저장 시스템에 저장된다. 태양광 외에도 풍력, 지열 등 다양한 친환경 에너지가 활용된다.

도장 시설에는 에너지 회수 시스템도 적용돼 최대 10%의 에너지를 추가 절감할 수 있도록 했다. 압축 공기 공급, 건조로, 냉각 시스템 등에서 발생하는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회수한다. 이렇게 회수된 폐열은 온수 회로를 예열하는 데 다시 활용한다.

BMW그룹 헝가리 데브레첸 공장 내 태양광 패널. 사진=BMW그룹

BMW그룹 헝가리 데브레첸 공장 내 태양광 패널. 사진=BMW그룹

이를 통해 BMW의 뉴 iX3 한 대를 생산할 때 발생하는 총 이산화탄소 환산량은 약 80㎏로 된다. 기존 BMW 모델 생산과 비교하면 약 3분의 2를 감축한 수준이다. 데브레첸 공장만 따지면 환산량이 34㎏까지 낮아진다.

한스 피터 데브레첸 공장 총괄은 공장 내 태양광 단지가 웬만한 마을 규모라면서 "태양광 단지 뿐만 아니라 (공장 내에는) 8만5000㎡ 규모의 야생화 초원도 있어 벌을 비롯한 많은 동물이 공존한다. 데브레첸 공장은 지속가능성을 실현하는 곳"이라고 소개했다.

BMW그룹 헝가리 데브레첸 공장에 있는 꽃밭. 지속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사진=BMW그룹

BMW그룹 헝가리 데브레첸 공장에 있는 꽃밭. 지속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사진=BMW그룹

밀란 네델코비치 BMW 그룹 이사회 생산 담당은 재생에너지로 태양광을 택한 이유에 대해 "데브레첸 공장은 (뮌헨 공장처럼) 지열을 사용하기가 어려웠다"라며 "그래서 BMW그룹은 거대한 태양광 발전 단지에 투자했고, 건설 단계부터 태양광 에너지 사용에 필요한 모든 준비를 마쳤다. 신재생 에너지를 사용해 가스 사용 이상의 효율을 달성하는 목표를 이뤄 기쁘다"고 했다.

밀란 네델코비치 BMW 그룹 이사회 생산 담당. 사진=BMW코리아

밀란 네델코비치 BMW 그룹 이사회 생산 담당. 사진=BMW코리아

배터리 생산공정까지 갖췄다...데브레첸 결정 이유는

BMW 데브레첸 공장은 생산 공정을 전면 디지털화해 조립 효율성을 향상시킨 점이 눈길을 끈다. 이 곳에선 또 BMW그룹에서 자체 개발한 전기차의 심장과도 같은 신형 고전압 배터리 생산 공장을 갖췄다. 실제로 자동차 생산 공장 입구에서 약 3분간 버스를 타고 이동하니 '에너지 모듈'이라는 팻말이 적힌 배터리 공장에 도착했다.

광활한 태양광단지에 야생화 초원까지…'100% 재생에너지' BMW 헝가리공장 가보니 [현장+]

노이어클라쎄의 새 시대를 열 신공장을 헝가리에 지은 것은 데브레첸의 잘 갖춰진 인프라나 인력 등에 따른 결정이었다. 신공장 설립을 위해 유럽 내 수십개 후보지를 검토한 끝에 데브레첸이 낙점됐다. 이 곳은 전 세계 생산 현장의 전문성을 집약한 곳으로, 2000명 이상이 근무 중이다. 공장 곳곳에서 다양한 인종 노동자들이 한데 어우러져 근무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네델코비치 생산 담당은 "(데브레첸에 공장을 설립한 것은) 강력한 인프라, 고도로 교육 받은 인력, 다양한 생활 수준 등이 주된 이유였다"고 했다. 이어 "BMW그룹은 데브레첸 공장을 통해 잘 통합된 인프라를 얻었다"면서 현지화에 대한 시의 지원, 인프라의 연결성 등을 강조했다.

BMW그룹 헝가리 데브레첸 공장서 배터리를 생산하는 현장 모습. 사진=BMW그룹

BMW그룹 헝가리 데브레첸 공장서 배터리를 생산하는 현장 모습. 사진=BMW그룹

실제로 이날 열린 글로벌 기자 간담회에서는 신공장 건설을 축하하기 위해 라슬로 파프 데브레첸 시장이 참석했다. 파프 시장은 "BMW가 공장을 이곳에 지으면서 더 큰 규모로 경제 성장을 할 수 있게 됐다"며 "BMW가 투자를 결정하고 나서 많은 젊은이가 도시를 떠나지 않고 돌아오고 있다. 이를 통해 2만1000여 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했다"고 강조했다.

데브레첸(헝가리)=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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