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말 한마디의 힘 깨우친 어린 롯데, 수비 실수에도 흔들리지 않을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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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나승엽이 25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NC와 원정경기에서 1루 수비를 소화하고 있다.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롯데 나승엽이 25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NC와 원정경기에서 1루 수비를 소화하고 있다.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괜찮아.”

지난 수년간 롯데 자이언츠를 따라다닌 꼬리표 중 하나는 ‘수비력이 약한 팀’이었다.

실제로 인플레이타구를 아웃으로 연결한 비율을 나타내는 DER(Defensive Efficiency Ratio·수비 효율)은 매년 하위권을 전전하다시피 했다.

KBO리그의 최정상급 유격수로 활약한 딕슨 마차도가 뛸 2020년(0.680)과 2021년(0.675) 당시에는 그래프가 잠시 우상향하기도 했다.

하지만 롯데는 마차도를 떠나보낸 뒤인 2023년부터 3년간(0.649→0.666→0.650) 이 수치를 당시 수준으로 회복하지 못했다.

김태형 감독 체제로 2년차를 맞은 올 시즌에는 변화가 감지된다.

김민호 수비코치를 필두로 기본기부터 세세한 상황별 수비까지 철저히 익히게 한 덕분에 실력도 서서히 나아지고 있다.

손호영, 전민재 등 두 지도자의 안목을 더해 영입한 선수들이 주축 내야수로 발돋움한 것은 물론, 고승민을 비롯한 기존 선수들의 성장도 눈에 띄었다.

실제로 올 시즌 DER은 0.673으로, 2020년대 초반의 수준과도 비교할 만해졌다.

하지만 20대 초중반의 어린 야수들이 대부분 주축을 이루고 있고, 상당수가 풀타임 시즌을 치른 경험이 많지 않기 때문에 서툰 수비 장면도 적잖이 나온다.

롯데 한태양이 25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NC와 원정경기에서 러닝 스로를 시도하고 있다.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롯데 한태양이 25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NC와 원정경기에서 러닝 스로를 시도하고 있다.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25일 창원 NC 다이노스전에서도 비슷한 수비 장면이 있었다. 

2-3으로 뒤진 7회말 2사 1·2루서 NC 손아섭의 땅볼 타구를 1루수 나승엽이 뒤로 빠뜨렸다.

계속된 2사 만루서 맷 데이비슨의 땅볼성 타구가 투수 앞에서 한 차례 튀어 올랐는데, 이를 낚아채려던 정철원의 글러브에 스치며 타구가 느려진 사이 1루에 안착해 내야안타가 됐다.

결과적으로 이 점수를 내주며 승리의 추가 NC 쪽으로 더욱 기운 게 사실이다.

하지만 롯데 타자들이 5회초부터 5이닝 동안 단 한 점의 추가점도 내지 못했기 때문에 이 실책이 아니었어도 패색이 짙을 수밖에 없었다.

팽팽한 접전을 펼치다 이 한순간에 흐름을 빼앗겼다고 보기에도 당시 두 팀간 격차는 단 2점에 불과했다.

롯데로선 이날 타자들이 안타 3개밖에 치지 못한 게 뼈아팠다.

그런가 하면 나승엽이 공을 뒤로 빠뜨렸을 때 곧장 커버에 들어간 한태양, 몸을 날려 안타성 타구를 막아낸 전민재를 비롯해 서로의 몫을 상쇄한 선수들도 적지 않았다.

이날 경기 전까지 4연승 중이던 롯데로선 비록 뼈아픈 1패로 연승을 이어가지 못했지만, 고무적인 장면도 적잖이 확인할 수 있었다.

롯데 김민성(오른쪽)이 25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NC와 원정경기 6회말 구원등판한 김강현과 주먹을 맞대고 있다.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롯데 김민성(오른쪽)이 25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NC와 원정경기 6회말 구원등판한 김강현과 주먹을 맞대고 있다.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지금의 어린 야수들이 노하우를 축적하는 과정에선 베테랑의 몫도 분명 중요하다.

김 감독은 과거 두산 베어스 감독 시절에도 “어린 선수가 실수를 할 때에는 베테랑이 더더욱 필요하다. 실수한 선수의 표정을 보면 안다. 그럴 때 베테랑과 교체해 한 수 배우게 하거나, 경기 끝나고 베테랑이 다가가 위로해주면 좋다”고 한 바 있다.

지금 롯데에선 그러한 역할이 잘 나뉘어져 있다.

주장 전준우를 필두로 정훈, 김민성 등 3명이 야수들의 성장을 물심양면 돕고 있다.

그 중에서도 이번 실책과 같은 상황에선 베테랑 내야 유틸리티 플레이어인 김민성이 여러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그와 LG 트윈스 시절부터 함께한 손호영은 “힘들 때면 늘 (김)민성이 형에게 달려간다. LG 때부터 늘 그랬다. 입에 바른 소리가 아니고, 형은 정말 우리 팀의 중심”이라고 말했다.

이어 “못한 날 형에게 듣는 따뜻한 말 한마디의 힘이 정말 크다. 그러곤 상황별 노하우를 알려주면서 ‘우리 앞으론 더 잘해보자’고 한다. 형들이 있기 때문에 믿고 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김민성도 “늘 어린 후배들에게 ‘(실수해도) 괜찮다’고 말해주곤 하는데, 반대로 ‘내가 실수하면 너희도 내게 ‘괜찮다’고 말해주라’고 한다”고 한 바 있다.

롯데가 베테랑과 저연차 선수들의 신구조화로 한 뼘 더 크고 있다.

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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