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이 아니라 고독이 인간을 위협하는 시대입니다."
독일 가곡(리트)의 최고 해석자로 꼽히는 바리톤 마티아스 괴르네가 오는 21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선보이는 슈베르트의 연가곡 '겨울나그네'를 두고 이렇게 말했다. 괴르네는 18일 서울 중구 그랜드하얏트서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겨울나그네'는 인공지능 시대일수록 인간의 본질을 다시 묻게 하는 작품"이라고 강조했다.
선우예권과 함께 롯데콘서트홀 무대에 오르는 그는 "'겨울나그네'는 인간성의 본질이 무엇인지 다시 성찰하게 만드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이번 공연은 한세예스24문화재단이 진행하는 두 번째 '한세 클래식 리트(Lied)' 프로젝트다. 2014년 김동녕 한세예스24홀딩스 회장의 사재 출연으로 설립된 재단은 한국과 아세안 국가 간 문화 교류 사업을 진행해왔으며, 창립 10주년을 맞은 지난해부터 독일 가곡을 중심으로 한 '한세 클래식 리트'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백수미 한세예스24문화재단 이사장은 "국내 성악 공연은 화려한 오페라나 갈라 콘서트 중심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지만, 가곡은 시와 음악이 결합한 가장 섬세한 예술"이라며 "특히 슈베르트의 가곡은 피아노와 성악이 함께 만들어가는 작품이다. 피아노는 반주에 머물지 않고 서사를 이끌어가는 또 하나의 화자"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앞으로도 슈만과 말러 등 독일 가곡의 다양한 세계를 차례로 소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독일 출신의 바리톤 마티아스 괴르네는 디트리히 피셔 디스카우(1925~2012) 이후 독일 가곡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성악가로 평가 받는다. 괴르네는에게 슈베르트(1797~1828)는 음악 인생에 뿌리가 된 작곡가다. 그는 "다섯 살 무렵 공연장에서 일하던 부모님의 영향으로 슈베르트를 처음 접했다"며 "만일 바흐와 슈베르트의 음악을 접하지 못했다면 나는 성악가가 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37년 동안 '겨울나그네'를 연구하고 250회 넘게 세계 각지에서 연주한 그는 이 작품의 힘을 "보편성"이라고 정의했다. "독일 시인 빌헬름 뮐러의 시에 오스트리아 작곡가 슈베르트가 음악을 붙인 작품이지만 세계 어느 나라에서 공연하더라도 청중들의 반응은 같습니다. 언어와 문화가 달라도 사람들은 자신의 삶을 작품 속에서 발견하고 깊은 감동을 받습니다."
괴르네는 특히 오늘날 '겨울나그네'가 더욱 절실한 작품이 됐다고 진단했다. "얼마 전 뉴욕의 한 식당에서 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식사하면서도 모두 스마트폰과 태블릿만 들여다보는 모습을 봤습니다. 우리는 인공지능 시대를 이야기하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의 대화는 점점 줄어들고 있지요."
그는 "결국 인간을 가장 위협하는 것은 기술이 아니라 고독함"이라며 "'겨울나그네'는 인간이 누구인지, 왜 외로운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묻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이번 공연을 통해 괴르네와 처음으로 호흡을 맞추는 선우예권은 "괴르네는 학창 시절부터 오랫동안 존경해온 음악가"라며 "그의 음반을 들으며 음악적으로 성장했고, 이번 작업을 통해 또 다른 자양분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가곡은 독주나 협연과는 다른 차원의 장르"라며 "피아노는 단순한 반주가 아니라 화자의 심리와 정서를 함께 그려내는 또 하나의 주인공"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독일 베를린에서 괴르네와 함께 한 첫 리허설은 잡을 수 없는 소중한 시간이었다"라며 "수십 년간 '겨울나그네'를 탐구해온 괴르네의 호흡과 뉘앙스를 바로 곁에서 느끼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고 했다.
괴르네 역시 선우예권과의 협연에 대한 기대감을 전했다."카리스마가 넘치는 독주 피아니스트 선우예권과 백 살이 될때까지 자주 함께 연주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마티아스 괴르네와 선우예권이 함께하는 슈베르트 '겨울나그네' 공연은 오는 21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다.
조동균 기자 chodog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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