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선 존재감 약했던 타코벨, 강남에 '바 콘셉트 매장' 승부수

멕시칸 패스트푸드 브랜드 타코벨이 국내 운영사로 KFC코리아를 앞세워 한국 외식 시장에 네 번째 도전장을 내밀었다. 타코벨은 1991년 처음 한국에 진출했지만 높은 가격, 낯선 메뉴 등으로 그간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에 KFC코리아는 국내 대표 상권인 강남에 아시아 최초 바(Bar) 콘셉트 매장을 열고 합리적 가격을 무기로 낮에는 식사, 밤에는 주류 판매 공간으로 젊은 소비자들을 끌어들이겠다는 전략이다.

타코벨, 아시아 최초 바 콘셉트 매장 오픈

타코벨의 새로운 국내 운영사 KFC코리아는 지난 15일 서울 강남구 ‘타코벨 더강남’ 매장에서 정식 오픈을 이틀 앞두고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행사에는 신호상 KFC코리아 대표, 한종수 KFC코리아 타코벨 사업 본부장, 전영욱 KFC코리아 타코벨 제품개발팀 팀장, 손승현 KFC코리아 타코벨 마케팅 총괄 등이 참석해 브랜드와 매장 콘셉트를 소개했다.

오는 17일 공식 오픈하는 더강남점은 타코벨이 아시아 최초로 바 콘셉트를 도입한 매장이다. 낮에는 타코, 퀘사디아, 부리또 등을 중심으로 한 식사 메뉴를 제공하고 저녁에는 퇴근길 직장인과 2030 세대를 겨냥해 주류와 야식 위주의 운영으로 전환된다. 바 콘셉트에 맞게 주류 메뉴도 강화했다. 타코벨 음식과의 페어링(짝짓기)을 고려해 생맥주와 하이볼 4종, 알코올 프리즈(슬러시 형태의 칵테일) 6종 등 총 11종의 주류 라인업을 갖췄다.

이날 매장 소개를 맡은 한 본부장은 “바를 운영하는 데 있어서 타코벨만의 주류를 개발해 고객들이 저녁에도 즐길 수 있도록 했다”며 “특히 강남이라는 입지에 맞게 젊고 트렌디한 분위기를 살리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더강남점에서는 글로벌 타코벨의 대표 메뉴인 ‘크런치 타코’와 ‘크런치랩 슈프림’을 국내 소비자에게 정식으로 선보인다. 여기에 ‘크리스피 치킨 라인업’, ‘나초 프라이즈’, ‘츄러스’ 등 신메뉴도 함께 출시해 소비자들의 선택 폭을 한층 넓혔다. KFC코리아는 앞으로도 국내 소비자를 공략할 수 있는 메뉴를 지속 개발해 국내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1991년 첫 국내 진출 이후 네 번째 도전

타코벨은 글로벌 외식기업 얌브랜즈 산하 브랜드로, 세계 시장에서는 탄탄한 입지를 지니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그동안 시장 성과가 미미했다. 1991년 첫 진출 이후 동신식품, M2G, 캘리스코 등 세 차례 운영사를 거쳤으며 이번에 KFC코리아가 합류하면서 네 번째 운영사가 됐다.

KFC코리아는 지난 4월 얌브랜즈와 마스터프랜차이즈 계약을 맺고 국내 매장 운영권과 신규 매장 출점 우선권을 확보했다. 이번 ‘타코벨 더강남’을 시작으로 신규 매장은 KFC코리아가 직접 운영하며 기존 매장은 캘리스코가 맡아 복수 사업자 체제로 브랜드가 운영될 예정이다.

KFC코리아가 첫 번째 매장 위치로 강남을 선택한 이유는 2030세대 젊은 소비자를 공략하기 위해서다. 강남 지역은 평일·주말은 물론 주야간을 가리지 않고 젊은 층이 몰리는 곳이자 다양한 외식 업종이 밀집한 국내 대표 상권이다. 회사는 강남역 인근 상권 대비 저렴한 제품 가격으로 젊은 소비자를 유인한다는 구상이다.

실제 타코벨의 타코 메뉴(프로틴 포함된 제품 기준) 가격은 3000원대부터 형성돼있어 강남 일대 주요 외식 브랜드 대비 저렴한 편이다. 매장 인근에 멕시칸 전문 브랜드가 거의 없다는 점도 차별화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간 KFC 국내 운영을 통해 다져온 노하우도 이번 전략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신 대표는 “술과 음식이 결합한 매장 모델은 KFC 압구정 로데오점을 통해 충분히 학습했다”며 “실제 압구정 로데오 매장 운영이 잘 이뤄졌기 때문에 확신을 가지고 해당 모델을 도입했다”고 밝혔다. 현재 KFC 압구점로데오점도 맥주, 하이볼 등 주류를 취급하고 있다. 강남 상권 대비 합리적인 가격과 매장 운영 경험을 기반으로 타코벨을 국내 외식 시장에 안정적으로 안착시키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KFC코리아는 더강남점을 포함해 연내 3개 매장을 출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남 등 특별 상권에서는 바 형태의 매장을 선보이고 일반 상권에서는 기존 타코벨 매장과 비슷한 방식으로 운영하며 적극적으로 영역 확장에 나선다.

신 대표는 “지금까지 타코벨이라는 브랜드가 보여주지 못했던 새로운 변화를 이후 다른 매장에서도 보게 될 것”이라며 “앞으로 KFC코리아가 공격적으로 사업에 투자하면서 국내에서 멕시칸 카테고리 자체를 확장하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박수림 한경닷컴 기자 paksr36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