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최저한세 '휴지조각' 되나…베선트 "美 기업 제외 G7과 합의"[이상은의 워싱턴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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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06.27 16:30 수정2025.06.27 16:30

지난 17일 캐나다에서 열린 G7 정상회의에 참석한 주요국 수장들과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 /AFP연합뉴스

지난 17일 캐나다에서 열린 G7 정상회의에 참석한 주요국 수장들과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 /AFP연합뉴스

미국 정부가 구글 애플 메타 등 미국 기업들을 글로벌 최저한세 협약에서 제외해 달라고 주요 7개국(G7)에 요청해 합의를 이끌어냈다고 밝혔다.

이 협약은 매출 규모가 큰 글로벌 기업에 대해 세계 각국이 최저 법인세율 15%를 적용하는 내용이다. 글로벌 기업이 국가 간 이중과세 방지협약을 이용해 매출이나 이익을 세율이 매우 낮은 나라로 몰아주는 일을 막기 위해 도입됐다.

주요 20개국(G20)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13년부터 논의를 시작해 2021년 도입을 확정했고, 우리나라를 포함한 각국에서 입법을 완료했거나 입법절차를 진행 중이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2기 정부의 ‘조세 일방주의’ 정책에 사실상 무력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美에 1000억달러 이익”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26일(현지시간) 엑스(X)에 올린 글에서 “OECD 글로벌 세금 협정과 관련해 다른 국가들과 수개월간 생산적인 대화를 진행한 끝에, 우리는 미국의 이익을 지키는 G7 국가의 공동 이해(에 관한 성명)를 발표할 것”이라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20일 취임 직후 서명한 글로벌 최저한세에서 협의한 내용(필라 2)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베선트 장관은 이를 언급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리더십 덕분에 미국 국민을 위한 훌륭한 합의를 이뤘다”면서 “미국(기업)이 1000억달러 이상 손실을 보는 것을 막았다”고도 덧붙였다.

그는 이를 바탕으로 상원에서 현재 계류 중인 ‘크고 아름다운 하나의 법안(OBBBA)’에 들어 있는 보복세에 관한 내용을 빼 달라고 의회에 요청했다. 앞서 미국 하원은 OBBBA 법안에 디지털세 등 미국 기업들을 겨냥한 세금이 부과될 경우 미국에서 활동하는 상대국 국민과 기업에 보복적 세금을 최고 20%포인트까지 추가로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899조)을 넣어 통과시켰다. 상원 재무위원회 초안은 추가세율 상한을 15%포인트로 조정해서 유지했다. 그러나 공화당은 베선트 장관의 요청에 응해 보복세 관련 내용을 OBBBA에서 제외하기로 이날 결정했다.

○10여년 논의 무력화

베선트 장관이 언급한 글로벌 최저한세는 일정 규모 이상 소득이 발생한 기업에 최소 15% 실효세율을 적용하는 것이 골자다. 조세피난처로 소득을 보내서 제대로 세금을 내지 않고, 국가 간에 세율 인하 경쟁이 벌어지는 것을 방지하려는 목적이다. 2021년 세계 195개국 중 143개국이 참여해 도입됐다.

각국이 스스로 관련 법을 통과시키는 방식이어서 국가별 도입 상황이 제각각이다. 디지털 서비스 기업이 매출을 발생시킨 나라에 세금을 내게 하는 ‘필라 1’과 실효세율 15%를 강제하는 ‘필라 2’로 구성돼 있는데, 베선트 장관이 G7 합의를 언급한 대상은 필라 2다.

주요국에서 최저한세 제도가 도입될 경우 참여국은 법인세율을 15% 아래로 낮출 필요를 느끼지 못하게 된다. 아일랜드(12.5%)와 같은 나라가 낮은 세금을 기반으로 기업 본사를 유치하는 전략을 더 이상 쓸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최저한세 도입 움직임 이후 영국령 지브롤터의 세율이 12.5%에서 15%로 조정되는 등 각국 법인세율이 15% 근처로 모이는 경향이 일부 나타나는 중이다.

명목 법인세율보다 실효세율을 따지는 만큼 세제혜택으로 투자유치를 하던 관행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도 많았다. 예컨대 베트남의 법인세율은 20%지만 현지 투자한 삼성전자 베트남 법인의 실효세율은 각종 혜택의 영향으로 8% 수준인데, 15%에 못 미치는 만큼 추가 세금을 본국(IIR) 혹은 해당국(DMTT)에 납부하도록 하는 것이 필라 2의 방향이었다.

○형평성 논란 커질 듯

하지만 미국이 먼저 필라 2에서 빠지겠다고 한 데 이어 이를 G7 국가들이 인정하기로 한다면 다른 나라들도 이 제도를 실행하는 데 망설일 수 밖에 없다. 예컨대 한국은 G7 국가가 아닌 만큼 아직 요청을 받지는 않았지만, 보복세 도입 움직임과 그 철회의 의미를 고려하면 미국은 다른 나라에도 동일한 요구를 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미국 기업은 대상에서 제외되는데 다른 나라 기업은 세금을 더 내라는 것을 납득할 기업이나 국가는 많지 않다. 이미 입법을 완료한 나라들이 많은 만큼 금세 철회되고 없던 일이 될 것으로 보기는 어렵지만 실질적으로 이를 강제할 명분이 크게 약해졌다.

아직 제도 도입 중이거나 도입 초기인 나라가 대부분이다. 한국은 2022년 관련법이 제정돼 작년 초부터 시행 중이다. 다만 4년 동안 2년 이상 매출이 7억5000만유로(약 1조1900억원) 이상인 기업을 파악한 후 세금을 부과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아직 실제로 세금을 내는 단계에는 이르지 않았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OECD에서 미국 기업을 빼주기로 합의를 하더라도 국내에서 이를 적용하려면 따로 입법절차를 거쳐야 한다”면서 “미국만 빼고 일단 진행될 수 있지만, 미국이 빠지는 것의 영향에 대해선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이광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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