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조직개편 지연에 ‘밥그릇싸움’ 커졌다

10 hours ago 2

금융위-금감원 인사 늦어지며 공백
업무영역 확대 위한 로비전은 가열
한은도 “은행 검사권 부활” 참전
“현안 산더미, 신속한 의사결정 필요”

이재명 정부가 금융 정책과 감독 기능의 분리 여부를 고심하면서 금융당국 인선도 지연되고 있다. 주요 수장 인선이 지연되는 사이 유관기관의 ‘밥그릇 싸움’도 가시화되는 분위기다. 한국은행은 은행 검사권을 되찾기 위해 물밑 작업을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계부채 후속 대책이나 가상화폐 규제 완화 등 현안이 산적한 만큼 새 정부의 조속한 의사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 조직 개편 지연에 ‘수장 공백’

13일 금융권 및 정부에 따르면 이재명 정부의 금융위원장과 부위원장, 금융감독원장 등의 인선 작업이 지연되고 있다. 이달 11일 국토교통부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를 지명하면서 19개 부처의 인선을 모두 마쳤지만 금융당국 수장들에 대한 의사결정을 마무리 짓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별도의 청문회 절차가 필요하지 않은 금융위 부위원장과 금감원장은 빠르게 임명될 줄 알았는데 예상보다 훨씬 (인선이) 늦어지고 있다”고 했다. 관가에서는 금융당국 조직 개편 논의가 장기화되고 있는 점을 배경으로 지목한다. 국정기획위원회는 금융위의 금융정책 기능을 기획재정부로 옮기고, 감독 업무를 총괄하는 금융감독위원회를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금융산업을 진흥하기 위한 정책과 감독 기능이 분리돼야 제대로 된 견제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앞서 이 대통령은 대선 전인 5월 28일 기자들에게 “금융위가 감독도 하고 정책도 하고 (역할이) 뒤섞여 있어 정리가 필요할 것 같다”고 언급한 바 있다.

박홍근 국정기획위 기획분과장은 이날 서울 종로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조직개편의) 기본 방향은 대통령이 후보 시절에 연설 등에서 발표했던 내용”이라며 “(정책 기능이) 기재부와 금융위로 나뉘어 있는 문제 등이 여기에 포함되며 정교하게 다듬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 유관기관 ‘밥그릇 싸움’ 가시화

금융당국 조직개편이 지연되는 가운데 유관기관들은 존재감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전방위적 로비에 나섰다. 금융위는 고위 간부, 실무급 등을 막론하고 국정위 관계자 등을 만나 조직의 존치 필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대통령실의 지시 이틀 만에 6·27 규제를 마련할 수 있었던 것은 소수 정예 인력이 ‘금융’이란 전문 분야에서 장기간 내공을 다져온 결과”라며 “(금융정책 기능이) 기재부로 통합될 경우 변화무쌍한 금융시장에 시의적절한 정책을 마련하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도 조직 개편을 앞두고 노심초사하고 있다. 지난주에는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실들을 방문해 ‘금융감독 기능·권한 재배치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국회 관계자는 “금감원은 정책과 감독을 분리하는 것에는 찬성하지만 금감원을 중심으로 감독 기능이 일원화돼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한은은 최근 국정위에 ‘금융안정 정책 체계 개편안’을 제출했다. 여기에는 신용·자본·유동성 규제 권한과 금융기관 단독 검사권 등을 한은으로 이관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1997년 외환위기 이전까지 한은의 부속기관이었던 ‘은행감독원’을 부활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 등 현안 과제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데 새 정부의 금융감독 개편 작업이 지연되면서 관련 기관들의 ‘이전투구’가 심해지는 분위기”라며 “각 기관들이 눈치싸움을 그만하고 본업에 매진할 수 있도록 의사결정 속도가 빨라져야 한다”고 토로했다.

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