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진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장지난 주 방문한 '베이징 모터쇼'는 신차 전시회를 넘어 미래 기술의 거대 시연장이었다. 자율주행·초경량 소재·초고속 충전 기술을 갖춘 차량이 이미 도심을 누비고 있었다. 우리가 실증에 분투하는 사이 중국은 완성된 기술로 미래를 향해 성큼 다가가고 있었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자율주행 솔루션 기업 모멘타 차량을 직접 시승한 경험이다. 복잡한 도심에서도 차량은 숙련된 베테랑 운전자처럼 매끄럽게 주행했다. 단순히 앞차와 간격을 유지하는 수준을 넘어, 돌발 상황을 실시간 예측하고 최적 경로를 판단하는 모습에 지능형 모빌리티 시대가 도래했음을 피부로 느꼈다. 방대한 데이터 기반 딥러닝 기술과 이를 즉각 양산 차량에 적용하는 압도적 실행력이 모터쇼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던 미래 자동차 산업의 핵심 경쟁력이었다.
베이징 현장은 우리에게 3가지 화두를 던진다.
첫째, 지능형 모빌리티 완성이다. 자동차는 이동 수단을 넘어 'AI 비서'로 진화했다. 테크 기업 중심의 소프트웨어(SW) 경쟁력이 소비자 선택을 좌우하고 있다. 둘째, 로컬 파트너십을 통한 철저한 현지화다. 현대차가 선보인 아이오닉 V로 모멘타 등 현지 기업과 손을 잡은 것은 매우 유연한 전략적 선택이다. 셋째, 이동의 경계를 허무는 저고도 경제로의 확장이다. 하늘을 나는 비행 자동차는 이제 콘셉트가 아닌 실물이었다. 미래 모빌리티 범위를 더 넓고 과감하게 설정해야 한다는 신호였다.
우리에게 남겨진 과제는 명확하다. 글로벌 '톱3'라는 현재의 위상에 안주할 여유는 없다. 하드웨어(HW) 초격차는 유지하되 SW 역량을 근본적으로 강화해 미래차 전쟁에서 승기를 잡아야 한다.
그 해법의 중심에 바로 우리 정부와 업계가 결성한 'AI 미래차 맥스(M.AX) 얼라이언스'가 있다. 맥스는 우리 자동차 산업 생존을 위한 디지털 방어선이자 글로벌 시장을 공략할 교두보다. 완성차와 부품사, 정보통신기술(ICT) 업체, 스타트업이 주축이된 '민관 원팀' 맥스는 단순한 협의체를 넘어 혁신의 용광로가 되어야 한다.
우리 기업은 맥스를 통해 HW와 SW를 아우르는 풀스택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파편화된 데이터를 통합해 활용도를 높여야 한다. 나아가 기술 실증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여 개발 주기를 단축하는 작업도 속도감 있게 진행해야 한다.
이와 함께 '미래차 국내생산촉진세제'를 조속히 도입해야 한다. 맥스가 혁신의 플랫폼이라면 세제 혜택은 기업 참여를 이끌 확실한 유인책이다. 자국 우선주의가 판치는 세상에서 첨단 제조역량의 국내 보유 여부는 국가 생존 문제와 직결된다. 우리도 경쟁국처럼 국내 생산 기업에 실질적 혜택을 줘야 한다. 최근 자동차 업계와 노동계가 공동으로 국내생산촉진세제 도입 건의문을 발표한 사실은 전기차 등 미래 모빌리티의 사활을 건 절박한 목소리다.
미래 모빌리티 승패는 누가 더 빨리 생태계를 전환하고 누가 더 영리하게 시장을 선점하느냐에 달렸다.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기업의 과감한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다. 지금의 속도감이 대한민국 자동차 산업의 향후 백년을 결정할 것이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제 실행으로 증명할 때다.
정대진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장 hajdj69@kam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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