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유근영]아시아 암 퇴치의 청사진이 된 ‘K-암관리’

2 weeks ago 30

유근영 서울대 의대 명예교수·전 국립암센터 원장 최근 말레이시아 쿠칭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암예방학회(APOCP) 25주년 기념 학술대회(2026년 9월 28~30일)에 참석하며 감회가 남달랐다. 한국의 국가암관리사업은 1996년 시작된 이후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며 아시아 여러 나라의 정책 모델이 돼 왔다. 아시아 각국의 보건의료 리더들이 한자리에 모인 이번 25주년 기념 심포지엄에서 필자는 ‘한국의 성공적인 국가암관리사업’을 주제로 특별연설을 했다. 패널 토론의 핵심 화두는 “지난 30년간 아시아는 암 관리에서 무엇을 얻었고 무엇을 놓쳤는가, 그리고 한국의 성공 사례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였다.돌이켜보면 1983년 이후 암은 대한민국 국민의 사망 원인 1위 자리를 단 한 번도 내놓지 않았다. 평균수명까지 생존할 경우 남성은 5명 중 2명, 여성은 3명 중 1명이 암에 걸린다. 천연자원이 부족하고 인적 자원이 곧 국력인 한국에서 암으로 인한 인명 손실은 개인의 비극을 넘어 국가 역량의 손실을 의미했다.이 같은 국가적 위기감 속에서 한국은 1996년 제1차 국가암관리 10개년 계획을 수립했고, 1999년에는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어려운 국가암검진사업(NCSP)을 시작했다. 2001년 국립암센터 설립과 2003년 암관리법 제정은 국가암관리체계의 법적·제도적 기틀을 완성한 결정적 계기였다. 국민 개개인에게 부여된 주민등록번호와 1988년부터 정착된 전 국민 건강보험 체계가 결합하면서 한국은 국가 단위의 정교한 암등록 통계망도 구축할 수 있었다.이러한 ‘법·데이터·전담 기구’의 삼위일체 접근법은 큰 성과로 이어졌다. 주요 암 검진 수검률은 70%를 넘어섰고, 조기 진단율과 5년 생존율도 세계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다. 2015년 담뱃세 인상을 계기로 2019년 세계 최초로 고위험 흡연자를 대상으로 한 국가 폐암검진에 저선량 컴퓨터단층촬영(CT)을 도입한 것 역시 독창적인 성과다. 한국의 암 발생 대비 사망 비도 현재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에 속한다.더욱 뜻깊은 변화는 2006년 제2차 암정복 10개년 계획을 추진하면서 시작됐다. 국립암센터 원장 재임 시절 필자는 암 관리의 패러다임을 단순한 ‘조기 발견과 치료’에서 ‘선제적 예방과 완화의료’로 전환하고자 했다. ‘국민암예방수칙’을 제정하고 금연, B형간염과 인유두종바이러스(HPV) 예방접종, 식생활 개선 캠페인을 적극적으로 펼쳤다. 그 결과 2011년 대한민국...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