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시 린가드(32·잉글랜드)가 FC 서울의 중심을 잡았다.
서울은 6월 29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5시즌 K리그1 21라운드 포항 스틸러스와의 맞대결에서 4-1로 이겼다.
린가드는 전반 16분 루카스가 얻어낸 페널티킥을 선제골로 연결했다. 린가드는 81분 동안 그라운드를 활발히 누비며 팀의 3골 차 승리에 이바지했다.
린가드가 이날 경기 후 취재진과 나눈 이야기다.
Q. 포항을 4-1로 이겼다.
승리가 필요했다. 경기력은 쭉 좋았지만, 결과가 따르지 않았었다. 나를 포함한 여러 선수가 당황했었다. 좋은 경기력에 승리를 더해 기쁘다. 우리 팀은 ‘어떤 팀을 만나도 이길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 팬들에게 그동안 홈 승리를 안겨드리지 못해 죄송했다. 오늘은 이겨서 기쁘다.
Q. 골 세리머니를 포항 서포터스 앞에서 했다.
우리 팀 미디어 카메라가 거기에 있었다. 그쪽에서 세리머니를 해야 구단 미디어에 도움이 되지 않나. 포항 서포터스를 자극할 생각은 없었다.
Q. 기성용의 이적이 큰 이슈다. 홈구장 분위기가 평소와 달랐을 거다. 구단과 김기동 감독을 향한 야유가 쏟아졌다. 이를 어떻게 느꼈나. 덧붙여 기성용의 이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좀 어렵다. 기성용은 서울 레전드다. 서울에서 기성용이 갖는 의미를 알고 있다. 하지만, 어떤 선수든 결정을 내려야 하는 순간이 온다. 쉽게 말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지만, 결정해야 하는 순간이 온 게 아닐까 싶다. 기성용은 나를 잘 적응할 수 있게 도와준 선수다. 서울에 처음 왔을 때 가장 먼저 대화했던 게 기성용이었다.
기성용이 지난해 부상을 입었다. 기성용은 당시 주장이었다. 기성용의 이탈로 내가 주장을 맡게 됐다. 기성용은 내가 주장으로 잘 적응할 수 있게 도와준 선수였다. 기성용은 내게 많은 도움을 줬다.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 기성용은 어디를 가든 서울의 레전드로 남아있을 것이다.
Q. 홈구장에서 홈팬들의 야유가 나왔다. 경기력에 영향을 미쳤나.
팬들은 아주 소중한 존재다. 그런 분들이 보내주시는 응원이다. 큰 영향을 미치는 게 사실이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쉽지 않았다. 경기를 뛰는 데 어려움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다만, 홈구장에 계신 모든 분이 우릴 응원하지 않았던 건 아니다. 우릴 응원해 주시는 분들도 계셨다.
이 이슈는 내가 무엇이라고 하기가 쉽지 않다. 선수들에게 “우리가 할 수 있는 부분을 컨트롤 하자”고 했다. “우리 일을 하자”고 강조했다. 그런 게 4-1 승리로 이어진 듯하다. 특히나 어린 선수들을 칭찬하고 싶다. 그들은 오늘 경기가 더 어려웠을 거다. 어린 선수들이 120%를 보여줬다. 서울 선수답게 계속 뛰고, 부딪혔다. 볼 경합에서 밀리는 법이 없었다.
‘포항에서 퇴장 선수가 나와 서울이 4-1로 이긴 것’이라고 보시는 분들도 계실 거다. 내 생각은 다르다. 11대 11로 붙었더라도 우리의 승리였을 거다.
Q. 경기 후 기성용에게 전한 말이 있나.
굉장히 감정적인 순간이었다. 기성용도 팬들에게 인사를 전한 뒤 감정이 올라왔다. 많이 슬퍼하고 있었다. 당연하다고 본다. 기성용이 내게 “팀을 떠나는 게 슬프다.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앞서서 말한 것처럼 나는 기성용에게 큰 도움을 받았다. 그런 부분에 대한 고마움을 직접 전달했다. 나는 기성용이 어디에 있든 항상 응원할 것이다.
Q. 교체되어 나오면서 김기동 감독과 무언가를 얘기하던데.
경기 전 ‘팬들이 우릴 응원해 주지 않는다면, 우리가 그 분위기를 바꾸는 게 중요하다’는 얘길 했다. 전반전부터 최대한 많은 슈팅을 시도하려고 했다. 류재문, 황도윤 등이 중원을 장악하고자 모든 걸 쏟아냈다. 그들의 몸을 아끼지 않는 플레이는 팀 사기를 끌어 올렸다. 우리 스스로 바꾸려고 한 것들이 잘 이루어졌다.
교체돼서 나올 땐 별말 하지 않았다. 김기동 감독께 “나는 골도 더 넣고 싶고, 도움도 올리고 싶다. 왜 이렇게 빨리 빼느냐”고만 했다(웃음). 다른 얘긴 안 했다.
Q. 지난해 한국의 여름을 경험해 봤다. 점점 더워지고 있다. 여름철 몸 관리 계획은 어떻게 되나.
나는 지난해 한국의 여름을 경험했다. 어느 정도 적응했다. 둑스와 클리말라는 한국의 여름이 처음이다. 벌써 고생하고 있다(웃음). 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우리 팀에 주닝요란 훌륭한 피지컬 코치가 있다. 그 피지컬 코치를 믿는다. 주닝요 피지컬 코치는 엄청난 에너지와 열정을 쏟아내고 있다. 선수들의 필드 훈련, 웨이트 트레이닝 등을 꼼꼼하게 도와준다. 그 덕에 우리가 고강도로 뛰는 데 문제가 없다.
우리가 여름엔 팀 훈련을 아침에 한다. 그런데 아침이 오후보다 더울 때가 있다. 그런 더위를 경험하는 것도 한국의 여름에 적응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상암=이근승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