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세무조사 시기 선택 … 현장 상주조사도 최소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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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세무조사 시기 선택 … 현장 상주조사도 최소화했다"

취임 1년 임광현 국세청장에게 듣는다
물가안정·시장질서확립에 초점
일반 조사 탄력적으로 대응할것
가짜 1주택 비과세 꼼수 안통해
민생 침해 탈세는 끝까지 추적
인공지능 활용 'AI 세정' 박차

임광현 국세청장이 23일 취임 1주년을 맞아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국세청에서 매일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현직 국세청장이 언론과 인터뷰를 진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주형 기자

임광현 국세청장이 23일 취임 1주년을 맞아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국세청에서 매일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현직 국세청장이 언론과 인터뷰를 진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주형 기자

'조사 전문가' 임광현 국세청장이 이끈 지난 1년간의 국세청은 한마디로 '세무조사의 유연화'로 요약된다. 과거 국세청은 '철저한 징수기관' 혹은 '기업의 저승사자'로 각인돼 왔으나, 임광현호(號)가 출범한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대표 사례가 '세무조사 시기선택제'와 '조사 인력 상주 최소화'다. 임 청장 체제에서 도입한 제도들은 세무조사를 막연히 피하고 싶은 공포의 대상에서 기업이 경영 상황에 맞춰 '선택 가능한 절차'로 재정의했다. 이들 제도가 시행된 이후 단순히 조사를 유예하려는 업체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준비가 끝났으니 조사를 받겠다는 기업들도 나타났다. 임 청장은 "현장의 긍정적인 피드백을 접하며 제도의 안착을 확신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국세 공무원의 틀을 벗어나 국회에서 의정 활동을 하며 시야가 넓어졌다"며 "현장의 다양한 목소리를 경청한 것이 세무 행정의 유연화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내부 평가도 고무적이다. 실무 현장을 누비던 시절, 임 청장은 세정가에서 대적할 자가 없는 독보적인 존재였다. 일부 직원은 그를 '조사 대마왕'이라고 부르며 경외시했을 정도다. 그러나 청장에 취임한 이후 급변했다. 일반 회사의 부담을 덜어주는 동시에, 문제 기업에만 화력을 집중하는 정교한 시스템을 구축했다는 평가다.

-세무조사 시기선택제는 어떻게 만들어졌나.

"시기선택제는 서울지방국세청에서 조사1국장을 하면서 기업들 세무조사를 하다 보니 필요성을 많이 느꼈다. 사실 당시 시뮬레이션을 해보기도 했다. 우리 직원들에게 너무 부담이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다. 막상 따져보니 조사 배정을 하는 관리팀만 조정을 조금만 하면 실현이 가능해 보였다. 그때 아이디어를 잘 가지고 있다가 청장이 되고서 시행한 것이다. 현재 3개월 내에 조사 시기를 결정할 수 있는데, 6개월로 늘려줄 수 없냐는 의견도 들었다. 이런 건의가 있다는 것 자체가 반가운 일이다."

-특히 조사 인력 상주 최소화는 관례상 쉽지 않았을 텐데.

"인력 상주 최소화는 국회에 있을 때 들었던 사례가 결정적이었다. 정기 세무조사를 받은 지 얼마 안 되는 대기업쪽 분들과 대화했는데, 조사를 4~5개월가량 받고 나서 재무팀에 있던 젊은 직원이 사표를 냈다는 것이었다. 너무 힘들어서 못 하겠다는 게 이유였다고 한다. 그때 '이게 과연 맞는 방향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사는 우리의 의무이자 권한이지만, 이것도 어느 정도 조정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최근 고위직 인사를 단행했다. 임광현표 인사 기조는 무엇인가.

"인사를 보고 가끔 다른 분들이 제게 "지금까지 못 보던 초식"이라고 얘기하기도 한다. 인사 스타일은 관례를 따르기보다는 필요한 자리에 필요한 인원을 배치하는 것이다. 가령 일선 세무서장 임기는 보통 10개월에서 1년 정도라는 게 세간의 인식이다. 이러한 시각에 매여 새로 출범하거나 집중해서 추진해야 하는 조직에 그런 것에 얽매이지 않는 사람들만 대상으로 인사를 할 수는 없다. 세무서장이 된 지 4달밖에 안 됐다고 해도 지금 조직에 필요한 인재라면 발령을 내야 한다. 이런 인사 기조는 내가 계속 국세청에만 몸담았다면 추진하지 못했을 것이다. 국회에 나가 일을 해보니 내가 '우물 안 개구리'라고 깨달았다. 관례에 얽매이지 않고 필요성을 중요하게 보는 시각으로 인사를 했다."

-세금집행기관장으로서 특이하게 최근에 미래대응기금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세금을 걷는 최전선 기관으로서 세입의 안정성이 중요하다는 걸 강조하고 싶었다. 반도체가 최근 호황이지만, 이것은 영원하지 않다. 업황이 바뀌면 세수 부족을 걱정해야 할지도 모른다. 추가세수로 국가 채무를 갚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한국으로선 일생일대 기회일 수 있는 지금 반도체 초호황에 따른 세수를 미래 성장동력을 위해 투자하자는 것이다."

-반사회적 탈세 중 중점적으로 보는 쪽이 부동산 불법 거래라고 알고 있다. 어떤 기조를 가지고 있나.

"우리나라는 1가구 1주택에 대한 세제 혜택이 굉장히 큰 편이다. 집을 두 채, 세 채 가지고 있는 다주택자들이 그런 면을 파고들어 나머지 주택을 지인의 명의로 판 것처럼 해서 비과세 혜택을 받는 사례가 있다. 이런 불법 사례를 조사해 수사당국에 고발까지 한다. 반사회적이고 상대적 박탈감을 주는 반칙들은 집중해서 본다는 게 우리의 기조다."

-2년 차에 접어들었다. 향후 포부는?

"국세청 전체가 열심히 해준 덕분에 국세청이 방향을 잘 잡고 가고 있다는 평가를 밖에서 많이 듣는다. 앞으로 목표는 크게 세 가지다. 먼저 단순 국세청에서 벗어나 통합재정수입기관으로 거듭나고 싶다. 국가 재정 누수를 막는 첨병으로 재정 효율에 이바지하는 게 첫 번째다. 두 번째는 조세 정의 확립이다. 탈세를 막고 체납 세금을 잘 걷는 것이다. 특히 물가 교란 행위, 주가 조작 등 불공정 행위, 부동산 불법 거래 행위 등은 엄정하게 들여다보고 확실히 조사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인공지능(AI) 대전환 동참이다. 국세청만큼 AI 접목으로 확연히 달라질 수 있는 조직이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 AI를 통해 국민이 손쉽게 세금을 낼 수 있고, 절세 요령도 더 가까이 접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 "

임광현 국세청장

△1969년 충남 홍성 출생 △강서고 △연세대 △미국 하버드대 로스쿨 △행시 38회 △속초세무서장, 청와대 파견, 국세청 조사기획과장, 서울지방국세청 조사2국장,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장, 서울지방국세청 조사1국장, 국세청 조사국장, 서울지방국세청장, 국세청 차장, 22대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국세청장

[김명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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