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 널부러진 공유자전거, 죽을 뻔 했다”...시민들 억장 무너지는 사연은

4 weeks ago 16
사회 > 지역

“길에 널부러진 공유자전거, 죽을 뻔 했다”...시민들 억장 무너지는 사연은

입력 : 2026.03.22 09:23

12조 시장 공유자전거·전동킥보드
인도 곳곳에 널부러져 보행에 방해

차선을 넘어 주차돼 있는 공유자전거. 김준영 인턴기자.

차선을 넘어 주차돼 있는 공유자전거. 김준영 인턴기자.

등하교 때나 친구를 만나러 갈 때 공유 자전거 자주 이용하시죠? 서울시의 따릉이부터 다양한 민간 업체들까지, 공유 자전거는 이제 우리 생활에서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라스트 마일’ 이동 수단이 되었습니다. ‘라스트 마일’을 말 그대로 해석하면 목적지까지 남은 1마일을 뜻하는 표현으로 걷기에는 다소 부담스럽고, 차를 타기에는 가까운 거리에 해당합니다.

공유자전거의 방치 문제는 라스트마일 모빌리티(Last-mile Mobility)라는 거대한 산업의 성장 과정에서 나타난 성장통이라고 볼 수 있어요. 라스트마일 모빌리티란 지하철역이나 버스 정류장에서 내려 최종 목적지인 집이나 학교까지 가는 마지막 구간을 이동하기 위한 수단을 의미합니다. 보통 1㎞에서 3㎞ 내외의 짧은 거리를 이동할 때 쓰이죠. 공유자전거, 전동 킥보드, 전기 자전거 등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하지만 편리해진 만큼 우리가 무심코 주차한 공유 자전거가 도시의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최근 방문한 경희대학교 서울캠퍼스에는 무분별하게 방치된 공유 자전거들이 많았습니다. 어떤 자전거는 자칫하면 차와 부딪힐 정도로 인도 앞에 아슬아슬하게 주차되어 있기도 했죠. 반납 구역이 아닌 곳에 주차되어 있는 자전거도 있었습니다. 공유 자전거 앱 화면에서는 분명히 ‘주차 금지 구역’을 뜻하는 빨간색으로 표시된 구역임에도 불구하고, 버젓이 인도를 막거나 화단 옆에 쓰러진 채 방치된 자전거들을 쉽게 볼 수 있었습니다.

현장에서 만난 대학생 A씨(21)는 불편함을 호소했어요. A씨는 “밤늦게 도서관에서 나오다가 어두운 길목에 쓰러져 있는 자전거에 발이 걸려 넘어질 뻔했다”며 “사람들이 자주 다니는 길목이나 계단 앞에 아무렇게나 세워 두는 경우가 많아서 통행할 때마다 신경이 쓰인다”고 말했습니다. 인근 주민 B씨 역시 “유모차를 끌고 산책을 나오면 인도 한가운데 세워진 자전거 때문에 차도로 내려가야 하는 위험한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고 밝혔습니다.

반납구역이 아닌데도 주차돼 있는 공유자전거. 김준영 인턴기자.

반납구역이 아닌데도 주차돼 있는 공유자전거. 김준영 인턴기자.

실제로 공유 자전거 관련 민원은 급격히 늘고 있습니다. 2024년 공유 자전거 관련 민원은 월평균 323건으로 전년(197건) 대비 약 1.6배나 증가했습니다. 특히 2024년 9월 한 달에만 580건의 민원이 발생해 1년 전보다 2.5배 넘게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렇다면 이 시장은 얼마나 빠르게 성장하고 있을까요?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글로벌 마켓 인사이트의 2025년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자전거 공유 시장 규모는 2024년 기준 90억달러(약 12조4000억원)로 평가되었습니다. 또 매년 약 7.6%씩 성장하여 2034년에는 188억달러(약 26조원) 규모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되죠. 국내 상황도 비슷합니다. 서울시의 공공자전거 따릉이는 도입 10년 만에 누적 이용 건수 2억5000만건을 돌파했고, 회원 수는 500만명을 넘어섰습니다.

방치된 자전거들이 바로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여기에는 경제적, 제도적 이유가 숨어 있습니다. 전동 킥보드는 도로교통법의 적용을 받아 불법 주정차 시 즉시 견인이 가능하지만, 페달을 밟는 공유 자전거는 자전거법의 적용을 받습니다. 이 때문에 지자체가 강제로 치우고 싶어도 법적 근거가 부족해 업체에 자율적인 수거를 요청하는 수준에 머무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자전거를 수거하고 재배치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운영 비용도 문제입니다. 업체 입장에서는 넓은 지역에 흩어진 방치 자전거를 일일이 찾아다니는 것이 큰 비용 부담이 되기 때문이죠.

다른 나라들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있을까요?

싱가포르는 자전거를 지정된 주차공간에 올바르게 세울 책임을 공유자전거 운영 업체에 전가했습니다. 또 이를 지키지 못하면 업체의 영업 자체에 불이익을 주는 방식으로 제도를 설계했죠. 지정 구역을 벗어나 QR코드 스캔을 하지 않은 이용자에게는 1회당 5싱가포르달러의 과태료를 부과하며, 1년 내 3회 이상 위반 시 최대 1년까지 전체 공유자전거 서비스 이용이 전면 금지됩니다.

영국 런던도 비슷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어요. 런던시는 거치대가 없는 전기자전거가 지정된 장소 밖에 방치될 경우 문제 지역에 자전거를 제거하고 기소까지 가능하도록 했습니다. 특히 방치 신고 접수 후 피크 타임 기준 90분 이내에 수거하지 않으면 지자체가 해당 업체에 즉각 과태료를 부과할 정도로 관리가 엄격해요.

싱가포르와 런던이 내놓은 해법의 공통점은 운영 업체의 책임을 제도적으로 더 무겁게 묻는 데 있습니다. 국내 전문가들 역시 사업자 페널티와 적극적인 주차 구역 확보가 핵심이라고 제언합니다. 업계에서는 공유 서비스 업체가 제공하는 실시간 이용 데이터를 지자체가 분석해서 수요가 몰리는 지점에 주차공간을 유연하게 재배치하는 데이터 기반의 행정이 효율적인 대안이 될 것이라 보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이 같은 해외 사례를 참고한 제도적 보완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현재 페달을 밟는 전기자전거는 현행법상 10일 이상 방치돼야만 강제 수거가 가능해 즉각적인 조치가 어렵습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국회에서는 주차 구역 설치 의무화와 더불어 지자체에 무단 방치 자전거 처분 권한을 부여하고, 통행 방해 장치에 대한 처벌 강화를 골자로 한 관련 법률안들이 지속적으로 논의되고 있죠.

결국 우리의 무책임한 주차가 도시 전체의 안전을 위협하고 관리 비용을 높이고 있는 셈입니다. 라스트마일 모빌리티 시장은 자율주행 기술이나 배송 서비스와 연계되면서 앞으로 계속 커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모두가 함께 나누어 쓰는 공유 자전거. 내가 편한 곳이 아니라, 모두가 안전한 곳에 반납하는 성숙한 이용 문화가 절실한 시점입니다. 김덕식 기자. 김준영 인턴기자.

청소년 눈높이에 맞춘 시사경제신문 ‘틴매일경제’를 만나보세요. 한 달 단위로 구독할 수 있어요. 궁금한 점은 아래로 연락주세요. ☎ 02-2000-2785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 좋아요를 눌러주세요.

1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