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지도부와 첫 회동
野 "金후보가 청문회 전에
부처보고 받은건 국회 조롱"
김병기 "가족 신상 검증에
유력 후보 고사 반복" 반박
李 "공통공약 실천해보자"
야당 "이제부터 살펴볼 것"
이재명 대통령이 22일 야당의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지명 철회 요구에 대해 "청문회에서 본인의 해명을 듣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선을 그었다.
대통령실은 이날 여야 지도부와의 첫 공식 회동이 끝난 뒤 "이 대통령은 가족의 신상까지 문제 삼는 인사청문회 관행이 유능한 인재 등용을 가로막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고 전했다. 국민의힘도 이 대통령 답변에 대해 "즉답하지는 않았지만 지명을 철회할 뜻이 없는 것으로 이해했다"고 전했다.
이날 용산 대통령 관저에서 열린 이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 간 첫 오찬 회동에서는 추가경정예산안, 총리 후보자 인준, 인사청문회 제도, 국회 상임위원회 구성 등 정국 현안을 둘러싼 폭넓은 논의가 오갔다.
이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여야와 가능하면 자주, 빨리 만나야 한다는 입장이었고 밀도 있는 대화를 위해 따로 뵙는 게 좋다고 판단했다"고 회동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순방과 관련해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회복력에 대한 국제적 관심을 체감했고, 위기 상황이 정리됐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계기가 됐다"고 자평했다. 아울러 "대외 문제는 여야가 공동으로 조율해야 할 사안"이라며 초당적 협력을 요청했다.
김 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준 절차는 오찬장에서도 '뜨거운 감자'였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김 총리 후보자에 대해 "청문회도 열리기 전에 부처 보고를 받고, 자료 제출을 회피하며 청문위원을 조롱하고 있다"면서 지명 철회를 촉구했다.
반면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청문 과정이 과도하게 사적 영역까지 파헤치면서 유력 후보들이 잇달아 고사하는 상황은 이전 정부들에서도 반복됐다"며 "국민의힘 역시 이 문제의식에 공감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대통령도 김 원내대표의 입장에 공감하며 "청문회 과정에서 본인의 해명을 지켜보는 게 바람직하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여야 간 상임위원장 재배분 갈등과 관련해 송 원내대표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 시절 설정된 구조를 대통령이 결자해지해야 한다"며 국회 법안 통과의 최종 관문인 법제사법위원장을 국민의힘이 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2차 추경안을 놓고는 1조1000억원 규모의 채무 탕감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송 원내대표는 "저성장 기조가 구조화되고 있다"며 "단순한 재정 지출이나 미봉책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송 원내대표는 특히 자영업자 빚 탕감이 성실하게 채무를 상환하는 사람들에게 역차별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중대재해처벌법, 주52시간 근무제, 상속세 등 각종 제도가 기업 활동과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 원내대표는 "새 정부에 우선 기회를 주고 평가해야 한다"며 "허니문도 결국은 기회를 주는 일"이라고 말했다. 추경안에 대해서는 "윤석열 정부의 실책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라고 설명하며 협조를 요청했다.
이 대통령은 "추경이라는 정책 안에서 여야 의견이 다른 것은 너무 당연하다"며 "조정할 수 있는 것은 조정하고 최대한 공감할 수 있는 점은 서로 공감해서 가능한 한 신속하게 통과시켜 어려운 상황을 함께 이겨냈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날 야당은 이 대통령에게 재판과 관련된 입법을 임기 중 자제하고, 임기 이후에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입장을 명확히 해달라고 요구했다.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대통령께서 공직선거법이나 재판중지법 등 민주당의 대통령 재판 관련 입법 추진에 제동을 거신 것은 다행"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대선 시기 여야 후보들의 공약 가운데 공통된 부분에 대해서는 이견 없이 실천할 수 있지 않겠는가"라는 취지의 언급을 했고, 이에 여야 지도부는 추후 검토해보겠다고 답변했다.
송 원내대표는 오찬이 끝난 뒤 기자간담회를 열어 "공통 공약을 빠르게 실천하자는 것에 대해 구체적인 얘기가 당장 오가지는 않았지만, 공약은 국민에 대한 약속이기에 양당의 공통 부분은 얼마든지 합의에 이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은 가지고 있다"며 "별도 협의를 계속해서 여야가 함께 발의를 한다든지 해보겠다"고 말했다.
송 원내대표는 공통 공약이 지난 대선에 국한하느냐는 질문에 "대화 과정에서 이번 대선이냐 작년 총선이냐 하는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다. 다만 일단 이번 대선 공약에 대해 함께하자는 취지로 생각한다"며 "좀 더 포괄적인 공통 공약 추진도 필요하다면 논의해보겠다"고 말했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이번 회동은 격의 없는 대화의 출발점"이라며 "대통령이 여야 지도부와 정례적 만남을 이어가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대통령실은 향후 비교섭단체 지도부와 별도 회동도 추진할 계획이다.
[홍혜진 기자 / 김명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