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쿠팡의 동일인(총수)을 현행 법인에서 ‘김범석 쿠팡Inc 의장’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잠정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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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범석 쿠팡 Inc. 의장.(사진=쿠팡) |
김 의장이 동일인으로 지정될 경우 개인과 친족, 계열사까지 직접 규제 대상에 포함되는 만큼, 쿠팡이 이번 공정위의 판단에 반발해 행정소송에 나설지 주목된다. 법조계에선 쿠팡이 곧장 소송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5년간 유지된 ‘법인 동일인’ 바뀌나
21일 관가와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공시대상기업집단 쿠팡의 동일인을 기존 쿠팡 법인에서 김 의장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놓고 막바지 검토 중이다. 법정 지정 시한은 5월 1일이며, 이르면 다음 주 대기업집단 지정과 함께 최종 결정이 내려질 전망이다.
공정위 안팎에선 김 의장을 동일인으로 볼 수 있는 근거 자료를 확보하고, 동일인으로 지정하는 방향으로 이미 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동일인은 공정거래법상 기업집단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주체이다. 법인이냐 자연인이냐에 따라 규제 대상과 범위가 크게 달라진다.
그동안 공정위는 김 의장이 미국 시민권자라는 점 등을 고려해 예외적으로 법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해왔다. 쿠팡은 2021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된 이후 5년 연속 법인이 동일인이 됐다.
그러나 이번에는 기존 판단이 뒤집힐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외국계 기업집단이라 하더라도 실질 지배자가 명확한 경우 자연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원칙을 보다 엄격히 적용하려는 기류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김유석 ‘친족 경영참여’ 여부 관건
관건은 친족의 경영 참여 여부다. 공정위는 최근 조사에서 김 의장의 친동생인 김유석 부사장이 국내 계열사 인사와 물류사업 관련 의사결정에 관여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사장은 미국 모회사 쿠팡Inc 소속이지만, 국내 사업 운영에도 일정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해 말 김 부사장이 연봉과 주식보상(RSU)을 포함해 수십억원대 보수를 받은 사실이 공개되면서 실질적 경영 참여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커졌다.
현행 시행령상 법인을 동일인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자연인 지정 시와 기업집단 범위 차이가 없을 것 △지배 자연인과 친족이 계열사에 출자하지 않을 것 △친족이 임원으로 재직하거나 경영에 참여하지 않을 것 △자금 대차·채무보증 관계가 없을 것 등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공정위는 이 가운데 ‘친족 경영 참여 배제’ 요건이 깨졌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쿠팡 측은 김 부사장이 국내 계열사 임원이 아니라는 점을 들어 “공식적 경영 참여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공정위는 형식적 직위보다 실제 의사결정 영향력을 기준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규제 부담↑ 잦은 국회 증인출석도
김 의장이 동일인으로 지정될 경우 규제 환경은 크게 바뀐다. 현재는 쿠팡 법인을 중심으로 제한적 규제가 적용되지만, 향후에는 김 의장 개인과 친족, 해외 계열사까지 공정위의 직접 규제 대상에 포함된다.
구체적으로 김 의장은 매년 계열사 현황, 주주 구성, 임원 명단 등 기업집단 지정자료를 공정위에 제출해야 하며, 이를 누락하거나 허위 제출할 경우 형사처벌이나 과징금 부과 대상이 된다. 또 일정 지분 이상을 보유한 친족·해외 계열사까지 공시 대상이 확대되고, 내부거래에 대해서는 ‘사익편취 규제’가 적용된다.
더욱이 업계에서는 기업 총수로 지정될 경우 국회 상임위원회나 국정감사 등에 증인으로 잦은 출석 요구를 받을 수 있다는 점도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행정소송 가능성…‘지권지정’ 문제될수도
법조계에서는 동일인 지정이 단순한 호칭 문제가 아니라 개인에게 ‘법적 의무’를 직접 부과하는 행정행위라는 점에 주목한다. 행정법상 국민의 권리·의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행위는 ‘처분’으로 분류되며, 이 경우 당사자는 법원에 취소를 요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특히 공정위가 동일인 지정 과정에서 기업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거나 직권으로 동일인을 지정할 경우 처분성이 인정돼 항고소송 대상이 될 수 있단 것이 법조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이번처럼 쿠팡이 동일인 해당성을 부인하는 상황에서 공정위가 자연인 지정을 강행할 경우, “왜 내가 총수냐”는 취지로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구조다.
아울러 동일인 지정 절차와 기준이 법률에 명확히 규정돼 있지 않은 점도 쟁점이 될 전망이다. 현재 동일인 직권 지정은 공정위 ‘예규’에만 명시돼 있다. 공정위가 재량을 넘어선 판단을 했는지, 법적 근거가 충분했는지가 소송의 핵심 판단 기준이 될 가능성이 크다.
쿠팡이 실제 소송에 나설 경우 동일인 지정 자체를 둘러싼 첫 법정 다툼이 된다. 앞서 2017년 이해진 네이버 의장이 동일인 지정 당시 지분율 요건 등을 이유로 행정소송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 소송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공정위 출신의 법조계 관계자는 “동일인 지정은 단순히 이름을 붙이는 문제가 아니라 개인에게 공시·사익편취 규제 등 각종 의무를 바로 지우는 행정결정”이라며 “이 때문에 법적으로는 ‘처분’으로 볼 여지가 크고, 당사자가 이를 취소해달라며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이번처럼 기업이 동일인이 아니라고 다투는 상황에서 공정위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거나 사실상 직권으로 지정하는 경우에는 법적 근거와 판단 기준이 충분했는지가 핵심 쟁점이 될 것”이라며 “결국 법원에서는 실질 지배력 존재 여부와 함께 공정위 판단이 합리적 범위를 벗어났는지를 집중적으로 보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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