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7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국민의힘을 탈당한 것에 대해 “정치적 전술에 불과하다”고 평가절하했다. 국민의힘 전현직 의원들이 이 후보에 대한 지지 선언을 하는 것을 두고는 “민주당이 중도 보수적 가치까지 감당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이 후보는 이날 오후 광주 서남동 조선대의 광주 e스포츠 경기장에서 열린 간담회에 앞서 기자들을 만나 윤 전 대통령의 탈당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이 후보는 “90일 전쯤에, 100일 안에 (윤 전 대통령이 탈당을) 할 것이라 예상했는데, 91일 만에 했다”며 “진심이 아니라 정치 전술상 그런 태도를 보일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이 후보는 “국민의힘은 윤 전 대통령에 대해, 한다면 제명을 해야 했다”며 “’나가주십쇼‘ 부탁하니 국민의힘 승리를 응원하면서 잠깐 나간다고 했는데, 그럴 것이면 뭐 하러 탈당했느냐”고 비판했다.
그는 “아마 조만간 (국민의힘이) 국민들에게 큰절하면서 ‘정신 차리겠다’, ‘잘하겠다’ 할 것”이라며 “국민의힘은 국민주권에 어긋나는 큰 잘못을 저지르고는 꼭 국민들에게 큰절하면서 잘못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계속해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의힘 지도부가 헌정 질서를 파괴하는 군사 쿠데타에 대해 명확하게 잘못이라며 ‘석고대죄’하지 않고, 적당히 ‘미봉책’으로 넘어가려 한다"고 비판했다.
김상욱 의원에 이어 김용남 전 새누리당 의원 등 보수 정당 출신 인사들이 잇따라 이 후보에 대한 지지 선언을 하는 것에 대해선 “국민의힘은 지금까지 보수정당을 '참칭'하고 있었지만 실제로 보수정당이기보다는 수구 기득권 이익집단이었다”며 “그 당 안에서 나름의 합리적 보수의 입장을 가지고 보수 가치를 실현하고자 했던 정치인들이 더 이상 국민의힘 안에서 견디기 어려운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이 후보는 “국민의힘 안에 있는 합리적 보수 정치인들이 탈당하거나 사실상 밀려 나오는 상인데,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이 중도 보수적 가치까지 지금 단계에선 감당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앞으로도 갈수록 많은 분을 대통합의 차원에서 가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이 후보는 5·18 정신의 헌법전문 수록 문제에 대해선 “지금까지 매년 국민의힘은 선거가 임박하면 5·18 정신의 헌법전문 수록을 얘기했는데, 행동은 또 달랐다”며 “이번에는 그러지 않길 바란다”고 했다. 이어 “광주 518 정신은 광주라는 지역의 정신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주권의 정신인 만큼 헌법 전문 게재는 꼭 했으면 한다”고 했다.
이 후보는 e스포츠 게임 산업에 대한 견해도 밝혔다. 그는 “게임 산업에 대해 악성 선입견이 있는 듯하다”며 “e스포츠는 아시안게임 정식종목으로 채택될 만큼 매우 중요한 일상의 일부가 됐고, 문화산업이 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과거 생각에 젖어서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게임산업을 억압하는 방식으로 접근해 결국 중국에 역전당했는데, 지금부터라도 방향 전환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